프롤로그

사라진게 아니라 재구성되고 있는 중입니다.

by 소단

이민 와서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집도, 직업도, 언어도 아니었다.


나였다.


한국에 있을 때의 나는 분명했다.

어디에 속해 있었고,

어떤 사람인지 설명할 수 있었고,

내 말은 적어도 내 나라에서는 힘을 가졌다.


여기서는 아니었다.

문장을 끝까지 말하기 전에 스스로 작아졌고,

아이 학교 앞에서는 늘 한 걸음 느렸고,

“엄마”라는 이름 뒤에

내 이름은 점점 희미해졌다.


이 책은

이민 성공담도,

잘 버터낸 이야기만도 아니다.


이건

이민 와서 무너졌던 밥상 앞에서

다시 나를 세우는 이야기이다.


아이를 키우며,

분노와 죄책감 사이에서 흔들리며,

캐나다에서 배운 ‘느리게 살아도 되는 기준’을 통해

나는 처음으로 나에게 물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힘들까?”


그리고 아주 늦게 알게 되었다.

이건 나의 문제가 아니라

먼 세계로 건너온 사람의 자연스러운 상태라는 것을.


힘듦은 수정하여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가 먼저라는 것을.


이 책을 읽는 당신이

어딘가에 멈춰 서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길을 잃은 게 아니다.

당신은 지금 다시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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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