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 AI 때문에 젊은 세대가 과연 멍청해질까?

1990년대 어떤 나이든 지식인이 TV쇼에서 했던 얘기가 생각나서...

by 소도사 Sodosa

요즘 흔한 어느 중년들의 대화

오랜만이다. 예전부터 늘 대화가 통한다고 생각하던 동료와 아주 오랜만에 저녁을 같이 했다. 해가 바뀌면서 타의에 의해 부서에서 방출되면서 동변상련의 마음으로 가진 회합 자리다.

얘기 도중 그냥 요즘 흔해빠진 대화 주제 중의 하나가 나왔다. 이제 AI 때문에 젊은 애들이 공부도 안 하고 머리가 나빠져서 큰 일이라는 것이다. 그냥 요즘 내 또래들끼리 별 생각없이 나누는 대화이다.

자고로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폄하하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긴 하지만 내 평소 믿음 중의 하나가 특정 세대, 인종, 민족에 따라 지적 수준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이기 때문에 이 말에 곧바로 수긍하기가 어려웠다.


과거의 기억

일단 나의 기억은 많이 왜곡될 수 있다. 이건 높은 확률로 가능성이 높다. 일단 틀렸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내려가본다. 사람이 기억이 안 날 뿐 그 장면은 지금도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1990년대 무렵이다. 아마 자니윤쇼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떤 나이든 지식인이 나왔다. 아마 이어령 교수나 김동길 교수 정도이지 않을까 싶긴 하다. 근데 자니윤쇼인지 이어령 교수인지 당최 확실하지가 않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유튜브를 찾아봐도 그때의 영상은 찾을 수가 없어서 지금도 매우 답답한 심정이다.

여튼 내가 말하고 싶은 요지는, 자기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억력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 전세계 산의 높이와 꽃 이름을 매일 외우고 있다는 발언이었다. 그때 당시 그 멘트가 지금껏 내 기억에 남아 있다는건 학생 신분으로서 나도 기억력에 대한 고민이 많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아마 지인들의 전화번호도 다 기억한다고 했다. 그 때는 보통 집 유선 전화기 옆에 ㄱㄴㄷ으로 구분지어진 전화번호부 노트가 있어 지인들의 집전화를 볼펜으로 일일이 적어놓던 시절이었다.


가족 전화번호를 못 외운다

그 시절에는 친척, 친구들의 집전화번호를 기록해 놓던 시절이었다. 그걸 모두 외우는 것은 대단한 것이었다.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나는 내 아내의 전화번호 밖에 외우지 못한다. 아들과 딸의 전화번호는 뒷자리가 같다는 것만 알지 네 자리 국번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만 그럴까? 대부분 가까운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잘 모른다. 왜 그렇겠는가? 당연하다. 외울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집 전화기로 다이얼을 눌렀다. 지금은 스마트폰에서 이름을 검색해서 전화를 건다.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가 없으니 외우질 못하는 것 아닌가. 머리가 나빠진게 아니라 필요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시대 사람들보다 더 많은걸 외워야 한다. 전화번호 따위의 하찮은 숫자코드를 외울만큼 한가하지가 않단 말이다.


Gen AI 이후 세대의 기억력

이 상황을 우리 세대와 우리 미래 세대에게 대입해 보면 어떨까?

우리는 교과서로 사실을 외웠다. 특히 국사가 제일 외우기 험난한 과목이었는데, 시험에 매번 등장하는 문제 유형은 여러 개의 사건을 시간 순으로 배열하라는 것이었다. 역사적 사건들은 대체로 을사조약, 갑오경신, 경술국치 등 육십갑자(六十甲子)로 연도를 나타냈다. 아마 육십갑자에 능한 내 할아버지 세대에게는 이미 답이 문제에 나와있다고 너무 쉬운 문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 때는 이런 유형의 문제를 많이 맞춰야 서울대를 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지식이 지금도 필요할까? 아니 그때도 과연 필요했을까? 아마 필요없었을거다. 지금은 다른 차원의 문제가 필요해야될 시점이다. 요즘 아이들이 ChatGPT와 Gemini에게 팩트를 물어본다고 그들의 지식수준이 낮아진 것일까? 내가 지인들의 전화번호를 못 외운다고 나의 지식수준이 낮은 것일까?

아니다. 사고의 방식과 필요한 지식이 달라지는 것이다. 예전엔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백과사전 전집을 찾아봐야했기 때문에 지식습득시간이 오래 걸렸다. 지금은 매우 빠르다. 다만 부정확한 정보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럴 때는 검증을 또 해보면 된다. 한마디로, 계속 차원이 발전해 가는 것이다. 암기를 하지 않아 당장 사실관계를 모르는게 많다는게 약점이 될 수는 없다. 확실한건 요즘 Gemini를 달고 사는 내 아들이 나보다 아는게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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