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일요일 초저녁. 초등학교 동창 녀석 결혼식 다녀온 남자 셋은 헤어지기 아쉬워 당구장에 들어섰다. 당구 한 게임이야 1시간이면 충분하고 다시 길을 나선 세 남자는 번화가 한 커피숍에 들어갔다.
다 큰 사내 셋이 모이면 당연하듯 술자리가 마련되는 것이 상정이겠지만 잔 기울이기엔 이른 시간이요 저녁을 먹자니 아쉬운 시간이었다.
사내 셋이라 해도 자리가 없어 말 못했지 자리만 있다면 여자들 못지않은 수다다. 이 날 오랜만에 모인 세 남자의 화두는 음식이었다.
이 : 요즘 장사는 어떠냐? 손님은?
진 : 자꾸 나이가 있으신 손님들이 와서 걱정이다. 우리 집 컨셉은 젊은 여성인데 말이야.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와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아. 보쌈에는 왜 김치가 없냐? 찌개는 너무 달다. 아무래도 어르신들에게 우리 집 음식은 입맛에 안 맞는데 말야.
최 : 확실히 너희 가게는 젊은 층 입맛이지. 보쌈만 봐도 쌈보다는 샐러드 형식으로 나오니깐 어른들에게는 안 맞지.
진 : 그러고 보면 요즘 나가도 음식점은 많은데 먹을 만한 곳은 없어. 예전에 여자 친구가 한번 빕스를 가자고 한 적이 있는데 그 많은 음식 중에서 손이 가는 음식이 없는 거야. 그래서 그냥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나왔는데 며칠 뒤에 여자 친구가 빕스를 또 가자고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랬어 “너 혼자 올라가서 먹고 와. 난 밑에 순대국밥 집에서 먹을게. 먹고 이 앞에서 만나자.”라고.
이 : 미친…. 그건 좀 심하다!
진 : 어쩔 수 없는 게 도저히 못 먹겠는데 어떻게 해? 난 스파게티 먹기 시작한지도 얼마 전이야. 난 국밥이 최고인거 같아. 젊은 애들이 보면 우리더러 늙었다고 하겠지. 입맛도 그렇고.
이 : 얼마 전에 보니깐 옛날통닭이라고 해서 배달해주는 집이 있더라고. 다 잘라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통째로 튀겨서 배달해 주는데 신기하더라.
최 : 진짜 옛날이었으면 그냥 거기에 신문지 싸서 줬겠지. 예전에 나 서울 살았을 때 아버지가 퇴근길에 종종 사다주셨는데 다른 것도 없이 그냥 튀긴 닭만 신문지에 싸서 가져오셨어. 근데 그 치킨 집이 아직도 있어. 이수에 가면. 아! 그리고 이사 와서도 우리 집 바로 옆에서 닭을 튀겼는데 거기도 통째로 주는 식이었을 걸?
진 : 왜 기억 안나? 그 약국 건너편에 정육점에서 옛날에 닭 튀겨 줬었잖아. 거기가 그렇게 해 줬어. 기억 안 나냐?
이 : 난 왜 기억이 하나도 안 나냐? 어쨌든 우리가 어릴 적에 먹던 것이 벌써 ‘옛날’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게 될 줄이야. 아무튼 이래저래 요즘은 먹거리 풍요시대야. 먹을게 얼마나 많냐?
진 : 그래도 먹을 것은 없어.
이 : 어릴 때 사실 외식이라는 게 있었냐? 거의 없었지. 해봐야 그냥 나가서 밥 한 끼 먹는 거지.
진 : 갈비. 돼지 갈비! 아니면 삼겹살. 이거 아니면 없었지.
최 : 맞네. 지금처럼 회가 있어 레스토랑이 있어 그냥 외식이면 고기 집이었지. 아! 너네 혹시 갱시기이 아냐?
이 : 갱시기가 뭐야?!
최 : 집에서 종종 엄마가 만들어줬었는데 갱시기라고 아버지 어렸을 때 드시던 건데 죽이랑 비슷해. 국에 이것저것 나물 넣고 끓인 거지. 그 뭐냐 꿀꿀이 죽 비슷한 건데 우리 집은 종종 끓여 먹고는 했는데 진짜 몰라?
이 : 혹시 그거 옛날에 배고파 먹던 음식이냐?
최 : 그렇지. 지금에서야 그냥 겨울철 별미지만 아버지 어릴 적만 해도 배고파서 먹을 거 없어 먹었던 음식이겠지. 근데 지금 먹어도 맛있어.
진 : 그런 음식이 한둘이냐. 옛날에 보리밥도 보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먹은 음식이었지 지금처럼 건강 챙기려 먹는 음식 아니잖아. 잡곡밥도 마찬가지고.
이 : 우리 엄마 어릴 적만 해도 겨울이면 먹을 게 없어서 산에게서 이것저것 캐 와서 먹고는 했대. 밥 할 때는 가운데에 쌀밥, 주변은 보리를 넣어서 했고. 그런 담에 할아버지는 쌀밥으로 드리고 나머지 삼촌이나 이모들은 가운데 조금만 쌀밥을 넣어주고 주변은 보리밥으로 채워주고. 그래서 밥그릇 보리를 조금 뒤적뒤적하면 그 안에 쌀밥이 조금 나오곤 했다나.
최 : 그건 진짜 옛날이구먼. 요즘 애들 보릿고개는 알랑가몰라. 요즘은 먹을 게 하도 많으니깐.
진 : 그러니깐 고도 비만이 판치는 거야. 음식도 다 기름진 것만 있으니깐.
최 : 못 먹는 거 보다 낫지. 안 그래?
이 : 그건 먹는 것도 그렇지만 요즘 애들이 놀이 문화도 문제지. 우리는 아침 먹고 나가 구슬치기하고, 점심 먹고 축구하고, 저녁 먹고 망까기, 팽이치기하고 그러니 살이 찔 세가 없지. 항상 몸으로 뛰어 노니깐. 요즘 애들은 만날 붙어서 게임만 하니깐 더 그럴 거야.
최 : 근데 아마도 우리 먹는 거 보면서 어른들도 먹을 게 없다고 그랬을 거야. 그래봐야 내 기억엔 햄버거, 피자가 고작이었지만.
이 : 우리에겐 그게 최고였으니깐. 우리처럼 어른들도 다방에 모여서 그랬겠지. “요즘 애들은 무슨 맛에 그걸 먹는지 모르겠다. 니글니글 빵조가리 뭐가 좋다고 그리 먹나. 그러니깐 살이 찌지”라고 말야.
진 : 아마도 그랬겠지. 아, 먹는 거 이야기 하니깐 슬슬 배고프다. 가자 매장으로. 불고기나 해먹자.
갱죽
지역 : 충북, 경북
이칭 : 갱시기, 갱싱이죽(충북), 콩나물갱죽(경북), 갱이죽(제주도)
밥과 김치 등을 넣고 끓여 죽처럼 만든 음식이다. 찬밥에 고구마, 감자, 기침, 콩나물, 물을 붓고 끓이다가 풋고추, 붉은 고추, 대파를 넣어 한소끔 더 끓이며, 된장을 푼 물이나 멸치장국국물을 이용하고 수제비를 떠 넣기도 한다. 갱죽은 갱시기라도 불리며, 충북에서는 갱싱이죽, 경북에서는 콩나물갱죽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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