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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잎지던날 Feb 06. 2019

군바리의 식판 #0

그들이 먹는 밥


군대 밥은 맛이 없다. 정말 더럽게 맛이 없다. 뭐, 대한민국 어딘가에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는 부대가 존재할지도 모르지만 아직까지 군대 밥이 맛있었다는 사람을 본 적은 없다.

군대 밥은 예나지금이나 맛이 없다. 우리 아버지 때도 맛이 없었고, 내가 군생활을 했을 때도 맛없었다. 몇 십 년이 흐른 지금도 맛은 없다. 군대 밥은 철저하게 맛이 없다.


군대 밥이 맛없는 이유야 수십 가지가 되겠지만 딱 세 가지만 꼽자면 취사병, 양, 재료다.

우선 취사병은 군인의 식사를 책임지는 매우 중요한 직책이지만 대부분 음식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다. 그들이 취사병이 된 이유는 그저 ‘뽑혔기’ 때문이다. 음식점에서 알바를 해봐서 뽑히고, 호텔에서 알바를 해서 뽑히고, 집이 음식점을 해서 뽑히고, 그냥 뽑히고. 식품경영학과를 다녔어도, 식품영양학과를 다녔어도 뽑힐 수 있다. 물론 두 학과가 취사와는 관련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군대는 미대생이 족구장에 줄 긋고, 수학과가 점수 세는 곳이다. 식품경영학과 정도면 아주 훌륭한 취사병이다.


다음 이유로는 음식의 양이다. 취사병은 한 끼에 적게는 백 명, 많게는 천명분의 식사를 준비한다. 음식은 자고로 조금씩 적당히 해야 맛있다. 많은 양을 한 번에 조리하면 맛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이유로 메뉴도 제한적이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준비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가면 안 된다. 그래서 조리함에 있어 손이 덜 가는 찜, 튀김, 볶음이 주를 이룬다. 물론 찜이나 튀김이 음식의 맛을 떨어트린다는 건 아니다. 다만, 맛있는 것도 한두 번이다. 매일 먹게 되면 진수성찬도 맛이 없다.


마지막으로 식재료. 부대로 보급되는 식재료의 상태는 실로 저질스럽다. 채소는 신선함을 잃어 말라비틀어졌고, 육류나 어류는 대부분 오래된 냉동이나 통조림이다. 음식은 재료가 좋아야 맛도 좋다. 이런 식재료로 만든 음식은 제아무리 솜씨 좋은 취사병이라 해도 맛이 좋을 리 없다.


이러한 상황으로 군대의 밥은 맛이 없다. 부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래서 맛도 비슷하게 없다. 밥은 질고 떡졌며 국은 묽고 건더기는 없다. 신선한 음식은 찾아보기 힘들며 튀김과 찜 일색이다. 이것이 군인이 먹는 밥, ‘짬밥’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군생활 동안 참고 먹어야 했던 짬밥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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