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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된 빨래, 다시 빨고 싶다

by 김효주

하던 걸 멈추고 싶지 않으니까!


3년 전, 엄마가 이사 기념으로 워시타워를 사주셨다. 통돌이 쓰다가 건조기까지 함께 있는 걸 쓰니 너무너무 편하다. 그전에는 살던 집이 무지 작아서 워시타워를 사주신다고 해도 들어올 문이 없었다 ㅠ 게다가 베란다도 없는 곳이라 빨래를 말리려면 거실(?) 일 것 같은 장소에 빨래건조대와 제습기 위에 젖은 옷들을 널고서 거실로 통하는 모든 방문을 닫아야 했다. 하지만 많은 옷이 한 번에 싹 마를리 없으니 1시간에 한 번씩 뒤집어 주기까지 해야 했기에 건조기능이 있는 워시타워는 신세계였다. 빨래가 다 되면 위로 올려주기만 하면 되니 얼마나 편한지! 구김이 가는 소재만 따로 말리는 일은 그전에 하던 일에 비하면 정말 사소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가끔 아쉽다. 세탁조에서 건조기로 곧바로 올라가는 기능이 있으면 너무 좋겠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땐 일체형이 아직 나오기 전이었음.. 몇 년 묵은 글이야 ㅋㅋ) 특히 글쓰기에 몰입하거나 새로운 기획서를 쓸 때면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이 뇌를 마구 가동해 그 속에 몰입한 상태, 너무 좋다!! 앗!! 근데 띵 띠리 리리 띠링 띠리 띠리리리리 띵 띠리리리리 띠리리리리리리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집중이 끊어지면서 김이 팍 샌다. 하... 아쉽다....


어제도 열심히 포스팅하던 중인데 건조가 끝났다는 소리가 들렸다. 아.. 몸이 자동으로 워시타워 앞에 나를 세운다. 건조기 문을 여니 뜨거운 공기가 얼굴과 손에 닿았다. 다 마른 빨래를 꺼내는 게 왜 이리도 귀찮고 언짢은지.


'다시 세탁조에 넣고 싶다. 한 번 더 빨까?'

‘그럼 그동안에는 다시 집중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마른 옷을 소파에 가져다 놓는 시간도 아까워...’


순간 떠올랐다.

다시 빨면 2번 더 띵 띠리 리리를 들어야 한다는 사실!


이제 곱게 접어 수납장에 넣기만 하면 되는데 무슨 생각을 한 거지... 둥글게 접은 팔에 건조된 빨래들을 긁어모았다. 벌써 시선은 베란다를 지나 거실 테이블 위에 놓인 노트북 위. 팔에 고이 안고 있던 옷가지와 양말들을 소파 위에 던지고 다시 포스팅에 열중!


몰입은 즐겁고

방해는 아쉬워라

아, 인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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