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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병호 Jun 24. 2017

미국 직장의 해고 문화 및 경고 신호 읽기

문화라고까지 할 순 없지만 한국과의 차이점

[들어가기 전에: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미국에 취업을 위한 정보 외에도 다른 소프트웨어 관련 글들을 쓰려고 미국 취업 관련된 매거진을 만들었습니다. 미국 취업관련 글들만 보려면 이쪽 매거전 활용을 바랍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미국 취업 매거진 - https://brunch.co.kr/magazine/swjobus]


[Update: 2019.3.16 전에 글을 수정하다가 원래 일 던 글 일부가 꽤 오랬동안 짤려 있던걸 지금에야 발견해서 수정했습니다. 또한 최근에 경험한 해고 사례도 하나 추가했습니다.]


원래 계획에 없던 글이지만 나의 바로 맞은편 자리에 앉던 같은 팀 사람이 갑자기 예고없이 해고가 되서 짧게 악수만 나누고 헤어지게 되는 걸 경험하면서 이 글을 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미국영화에서 '너는 해고야!' (You are fired!)라고 보스가 외치는 것을 듣고 바로 박스에 짐싸가서 나가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런 극적 장면을 실생활에서 보기는 쉽지는 않다. 물론 미국 기업은 종종 해고가 있지만 보통은 해고 대상자는 이미 그 전부터 해고 여부가 검토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퇴사하는 날도 누가 나가라고 외치고 바로 짐싸기 보다는 보스나 HR과 짧은 면담 후 나가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출근했는데 해고되었다고 통보받고 회사에 들어가지조차 못하고 바로 노트북이나 회사 물품 반납하고 누가 개인짐만 챙겨준 것 들고 집으로 가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최근 우리팀에서 갑자기 해고된 사람도 당일날 갑자기 HR면담을 하러갔다가 바로 해고 통보 받고 바로 개인 짐을 챙겨서 나갔다. 짐을 싸는 동안 HR 사람이 지켜보고 있었고 회사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배웅(?)까지 해주었다. 해고된 팀원이 HR 면담에 가 있는동안 팀장이 팀원을 회의실도 모으더니 아쉽지만 오늘부로 아무개가 더 이상 우리 회사에서 일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주었고 사유는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HR과 지금 하는 역할 및 회사의 필요를 검토해 봤는데 아쉽지만 더 이상 회사에 필요가 없어서 내보낼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하였다. 사실 이글 초안 쓰고 몇 주후에 좀 더 큰 해고가 있고 십 여명되는 팀원중 4명이 사전 예고없이 당일날 해고가 되었다. 그 중 키가 큰 한 친구는 눈물을 보이며 자기가 좋은 팀원이 못되서 미안하다며 자책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았는데 이런 해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 회사의 경우는 퇴직금이 없고 그나마 안좋은 사유로 나가지 않으면 대략 한 달 정도의 월급은 주는 것 같다. 자세한 것은 회사와 해고 사유에 따라 다르므로 이것을 일반적인 기준으로 볼 수는 없다. 이번 해고된 사람 중 가장 황당했던 것은 회사가 인수합병 과정에 있어서 부득이하게 해고와 즉시 건강 보험 지원이 중단되었고 일부 진료 예약이 있던 사람들은 재취업이 될 때까지 기다리거나 실업자 신분이나 재취업 후 의료보험을 재가입 할 때까지 진료를 미룰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미국 회사는 보통 at will employment라고 명시하여 회사나 피고용인이나 아무 이유없이 즉시 해고나 퇴사가 가능하다. 회사에서 짜를 때는 좀 매정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기회를 찾아서 다른 곳으로 떠날 때는 한국보다 훨씬 퇴사하기가 수월한 장점(?)도 있다. 물론 회사 생활을 잘 하고 문제를 안남기기 위해서는 보통 퇴사 몇 주 전에 미리 알려주는게 예의이기는 하나 급작스럽게 퇴사를 하더라도 보통은 쿨하게 보내주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해고를 당하거나 퇴사를 하더라도 보통은 최대한 좋은 관계로 떠나는 것이 좋다. 미국 회사의 경우 이전 직장의 상사나 동료에게 reference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 좋은 인상을 남기면 나중에 취업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직장인으로서는 회사에서 나를 짜르기 전에 미리 그런 신호를 알아보고 옮길 준비를 하는 것도 때론 필요한 기술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주위 상황을 둘러보면 해고가 될 수 있는 신호들이 있는 경우가 보통인데 안타깝게도 이런 신호를 무시하다가 뒤 늦게 해고되어서 급하게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느라 고생하는 경우도 여러번 봤던 것 같다. 다음은 회사생활을 하면서 유심히 봐야할 신호 들 중 몇 가지 이다.


1. 회사내에 소속 부서의 실적이 계속 적으로 하락하거나 저조할 때

일단 내가 속한 부서가 회사에서 핵심제품인지 아닌지도 구분을 잘 해야 하고 핵심제품이 아닌데 계속 실적이 저조하다면 매우 위험한 신호이다. 특히 회사 전체 실적까지 나쁘다면 조만간 구조조정이나 아니면 사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나 사람이라도 실적이 저조한 부서에 있으면 부서전체가 날라갈 때 같이 해고되는 케이스가 일반적이다. 
물론 일부 회사의 전략이나 조직개편으로 낙동강 오리알이 될 때가 있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이런 것을 미리 감지하기는 쉽지 않으며 가능한 큰 변화의 때에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며 지켜 볼 수 밖에 없다. 특히 개발자의 경우 자기하는 일에만 관심이 있고 정기적으로 하는 타운 홀(town hall; 사장이나 임원이 회사 전직원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미팅)을 통해서 회사 실적이나 경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아예 건너띄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회사의 현재 상태나 방향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자리라 여기서 논의 되는 이야기들은 꼭 귀담아 둘 만하다.


2. 상사나 경영진과 계속 의견이 부딪힐 때

물론 의견충돌이 때로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지만 윗사람들이 매우 열려있고 의견충돌을 통해 발전적인 결과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내는 사람이 아니라면 미국에서도 조직에서 모가난 사람은 결국 해고가 되는게 일반적이다. 때론 내가 방어적인 자세를 취해도 상사나 경연진이 계속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다면 떠나야할 때가 됐다는 신호 일 수 있다. 이런 갈등 관계에 있을 때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같을 말을 해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이 느끼는게 다른데 갈등관계에 있을 때 특히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부족한 사람이면 해고가 될 가능성이 더욱 높다.


3. 개인 실적이 저조할 경우

보통 회사에서는 본인이 속한 부서의 목표나 연관 제품의 실적 등 성과달성을 위한 기준이 있다. 직접 제품과 연결이 되지 않더라도 보통 달성해야할 내부 목표라도 있는게 일반적이다. 맡겨진 일을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지만 사회 초년생이 아니라면 자신이 하는 일이 자신이 속한 부서의 목표와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부서나 회사에 목표에 부합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할 때마다 세부 업무를 재조정하는 것도 배워야 한다. 그래야 개인실적이 저조해지는 것을 미리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정상적인 회사라면 주기적으로 본인이 잘 하고 있는지 매니저의 피드백을 받을 기회를 갖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 경우 매지저에게 먼저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런 것들이 갖춰줘야 1번의 문제도 파악이 가능하다. 맡겨진 일만 열심히 하고 부서나 회사 돌아가는 사정에 무관심하다보면 해고될 위험 신호들이 나타나도 못 알아차리고 지나갈 가능성도 있다.


아마 이글을 읽는 사람이나 일반 엔지니어에게는 해당이 안되는 이야기지만 직급이 높고 책임 지는 게 많을 수록 계속 회사에서 원하는 실적을 내야하는 부담감이 더 높다. 회사에서도 비싼 연봉을 주는 많큼 자연스럽게 기대하는 것도 많아진다. 일반적으로 직급이 높을 수록 회사 기대치에 대비해 실적이 저조하면 해고까지의 시간이 더 짧아진다.


미국에서 엔지니어 취업이 수월하긴 하지만 전혀 이직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는 새로 직장 구하기까지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리는 경우도 있다. 결국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어진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특히 해고가 쉬운 미국에서 일한다면 짤려도 바로 이직할 수 있도록 결국 평상시에 틈틈히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update: 2018.09.15]

주변의 몇 사례를 보면 부득이한 일로 정리해고가 되면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보통 한당치 정도의 월급을 주는 것 같다. 이건 회사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참고만 하기 바란다. 최근 현재 회사에서 정리해고된 분과 점심을 먹으며 알게된 사실 하나를 적는다. 지금 재직중인 회사의 경우 정리해고시 근무 연수 1년마다 2주치에 해당하는 봉급을 퇴사후에 지급한다고 한다. 그래서 7년 근무 후 정리해고된 분은 14주의 봉급을 퇴사 후 받게 되었고 사실 퇴사후에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건강보험도 14주 동안 직원가로 그대로 유지가 가능하다고 하였다. 이분도 경력이 많은 데 자기가 있었던 회사 중에서는 괜찮은 편이라고 하였다. 물론 이런 지원 내용은 자발적의 퇴사나 사고치고 짤리는 경우도 해당사항이 없다.


[Update: 2019.03.16 또 다른 해고 사례]

불행하게도 계속 주변에서 해고 사례를 더 목격하게 된다. 최근에 격었던 것은 기존과 좀 달라서 추가로 적는다. 현재 나의 매니저가 같은 팀 내에 다른 친구에 대해서 약간 불신을 하며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면서 그 친구가 자기 성깔을 조절 못 하면서 높은 언성이 오가는 경우가 몇 번 있었고 사실 그 친구가 이 상황에서 대처를 잘 못하면서 결국 해고까지 간 사례이다. 물론 매니저 쪽 잘 못 도 있었고 나도 중간의 언성이 높아질 때 중재를 하면서 최대한 도우려고 노력했지만 (그 친구에게는 고맙다는 말을 듣기도 함) 자기 불만을 가지고 HR로 간 것이 해고가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HR은 보통 직원의 편이 아니라 회사의 편이다. 이 친구 문제는 팀에서 어떻게든 잘 안고 가려고 했지만 HR에 보고되는 순간 회사의 문제가 되었고 결국 팀 내 매니저들과 인터뷰 후를 통해 이 친구가 어려운 상황에서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게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되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매니저가 경험이 부족해 잘 대처를 못해서 이 상황을 더 악화 시킨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HR에서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매니저와 리뷰를 하면서 현재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과제를 주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나랑 공유를 안해서 모른다.) 결국 이 친구는 단 둘이 마주하기 싫은 매니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되서 HR이 준 과제를 거부했고 이 사실을 근거로 HR에서는 팀장 혹은 팀내 의사와 상관없이 이 친구를 바로 해고했다.  이 사건 이후에 이런 사실을 몰랐던 일부 팀원들이 갑작스러운 해고에 놀라자 팀장(내 매니저의 매니저)이 이 친구와 위에 언급한 것 외에도 여러 문제가 있었고 본인이 그걸 효과적으로 이 친구에게 알려주지 못해서 이 친구가 해고 된 것에 대해 본임 책임이 일부 있음을 인정하고 약간 후회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즉, 힘들어도 적절한 때에 정확한 피드백을 전달해서 뭔가 나은 해결책을 찾았어야 하는데 문제를 회피하다가 결국 해고라는 결과를 얻게되었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하여간 결론은 HR은 일반적으로 회사의 편이지 직원이 편이 아니다. 어떤 문제로 HR에 찾아갈 때는 그 결과를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혹시 다른 미국 직장문화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은 이전 라이코스 대표직을 맡으셨던 임정욱님의 블로글을 추천한다. (현재 한국에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을 맡고 있고 에스티마라는 필명을 사용하기도 한다.) 미국 기업에 CEO로 있었기에 일반 직원들이 경험하거나 알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 설명도 볼 수 있고 전반적으로 미국 직장문화에 대해서 잘 설명하고 있다. 일부 주제는 내 경험 위주로 이 블로그에서도 다시 다룰 예정이다.

https://estimastory.com/category/%EB%9D%BC%EC%9D%B4%EC%BD%94%EC%8A%A4%EC%9D%B4%EC%95%BC%EA%B8%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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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photo by Daniel Tuttlehttps://www.flickr.com/photos/dt10111/2902657854/ under license CC BY SA-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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