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골 Apr 01. 2023

거짓 없는 소설

1


 가상이 권태의 벗이라면 실제는 권태의 적이다. 가상 세계가 나날이 스펙터클해지고 실제 세계는 점점 컴플렉스해져서 권태롭기 좋은 시대가 되었다. 나는 나보다 비위 좋은 사람을 만날 때면 '권태와 친해지기'로 책을 써보라고 권하곤 한다. 열심히 쓰지만 않는다면 부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더 행복할 수 없다면 행복은 지루한 일이다. 앞으로 덜 행복할 수 없어도 행복은 지루한 일이다. 더 행복해지는 것은 소수에게만 허용되기 때문에, 대게는 불행해지는 것이 권태에서 벗어나는 길이 된다. 죽음충동은 바로 여기서 말미암은 것이다.


 신은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인간이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멋대로 재단해 바꾸려 든다면 참 애처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우구스티누스라는 독실한 신자는 신을 너무 좋아해서 고백록이라는 두꺼운 책을 썼다고 한다. 그런데 외려 그로 인해 신에게서 더 멀어졌을 게 분명하다. 신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신에 가장 가까이 이르는 길이기 때문이다. 신은 지루한 걸 지루하게 느끼지 않는 존재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거짓 없는 소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