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움을 위한 무거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유독 관심 받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SNS는 노다지와 다름없었다!
집에서 혼자 스크롤을 내리며 멋진 인플루언서들을 보며 늘 부러움을 마음 한 켠에 묻고 살았다.
'아~ 나도 저렇게 된다면 소원이 없겠다'
예쁜 얼굴과 간단한 사진 몇 장, 짧은 길이의 영상들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리는 그들이 내 눈에는 한없이 멋져 보였다.
긴 길이의 영상을 편집해야하는 유튜브, 긴 글을 고심해서 써야하는 블로그와 다르게 사진에 손글씨 좀 써서 올리는 인스타그램은 접근하기도 쉬워보였다.
항상 인스타가 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대한민국 최고 게으름뱅이였던 나는 늘 이 소원을 마음속에만 품고 지냈다. 해야지...해야지...
이 마음은 점점 커져 '해야하는데 안하고 있다(?)'라는 이상한 압박으로 번져갔다. 나는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이번에는 드디어!'라는 마음으로 야심하게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또다시 얼굴을 들이밀고 말았다. 인스타그램을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 지 정말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에서 '이렇게 시작하세요', '인스타그램 시작하는 8가지 Step'과 같은 게시물들을 얼마나 많이 보고 벤치마킹 계정은 또 얼마나 많이 뒤져봤는지...몇 주 동안 새벽 내내 챗 GPT에게 끊임없이 물어보며 완벽한 계정을 만드려고 시도했다.
아무리 뒤져보고 챗 gpt에게 물어봐도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이 말이다. 감이 잡히지 않는 망망대해를 걷는 것 같았다.
대충 주제는 있는데... 이걸 어떻게 구현해야 하지? 알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 인스타에서 대충 올렸다고 생각한 보정 좀 한 사진들은 다들 어떻게 찍어낸 것인지 아무리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옮겨봐도 내 영상은 너무나도 별로였다. 색감도, 온도도...내가 생각했던 브랜드의 이념과 맞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우선 시작하기로 했으니, 나는 어찌저찌 영상 하나를 만들어 무작정 올렸다.
시작을 하고 나니 조금 홀가분해졌다. 머리속에 계속 있던 '나는 이런 것도 안하다니 한심해'에서 조금 빠져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보 인플루언서에게 당연하게도, 반응은 처참했다. 팔로워 한 명이 생겼다 사라졌다, 좋아요는 한 두개...당연한 거라지만 막상 내게 다가오니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인스타를 들락날락 좋았다가 나빴다가 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경험했다.
내 계정의 주제는 '가볍게 살기'다. 내가 생각했던 주제는 내가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빛과 색, 온도를 통해서 담아내는 주인공이 되는 순간, 그리고 무겁던 삶을 가볍게 살아가는 법, 마음공부에 대한 나눔. 이 세가지였다.
그러나 영상을 어떻게든 올리려고 하다보니 갈수록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가볍게 살기로 마음 먹고 만든 계정인데 전혀 가볍지 못한 모습을 자꾸 발견하게 되었다...
하나의 콘텐츠도 버거운데 내가 계획했던 콘텐츠는 어떻게 해야하지, 이러다가 몇 년을 해도 그냥 제자리인 게 아닌가? 두려움들이 여기저기서 자꾸만 올라왔다.
사실은, 속상한 마음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완벽하진 않아도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솔직히 좀 못하기는 했어도 나름의 최선을 다한 결과물인데...
하지만 세상에게 따질 수는 없었기에 혼자 마음을 삼켰다.
나의 정체성에 관한 고민이 많다. 영상을 더 올리다보면 자연스레 해결될까? 내가 바라보는 내가 나의 부족으로 제대로 담기지 않으면 어떡하지? 두려움이 아직도 많지만...
마인드로 일단 뭐라도 해보는 중이다.
브런치에 좀 더 정제된 글을 쓰고 인스타에서 망가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만 나는 반대다. 나는 그림이나 영상보다 글이라는 매체가 훨씬 더 편안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부담을 가득 안은 인스타를 해나가기 위해선 마음을 풀 곳도 필요하니까, 브런치가 그런 공간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여기서는 좋아요와 구독자수에 영향 받지 않을 수 있는 마음으로 말이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세상에 마구 알리라는 말을 예전에 들었다. 그런 의미로 마지막에는 이제 막 시작한 저의 인스타 계정을 첨부합니다. 시간이 된다면 한 번씩 봐주세요. 좋은 의견도 환영입니다.
https://www.instagram.com/sohagrace.of/
좀 더 나은, 좀 더 가벼운 내일을 위해서,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