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눈을 뜨는 순간부터 매일 다른 색상들을 만난다. 우리 방의 색깔, 마시고 있는 음료수 브랜드의 색깔, 우리가 입고 있는 옷까지도. 색깔은 감성을 건드리기도, 시각의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이 컬러엔 정신적인 가치가 들어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야기가 담겨있기도 하며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컬러이기도 하다.
이 컬러를 이해하고 바라보고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더 세상이 감각적으로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컬러 인사이드> 여기 컬러에 대해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는 도서가 있다. CMF 디자이너인 황지혜 작가가 느꼈던 컬러에 대한 방대한 지식들이 담겨있다.
책은 컬러에 대한 분석과 문화 예술과 일상에서의 예시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빨강, 파랑, 초록, 노랑, 주황, 보라, 핑크, 검정, 하양 이 9가지의 색상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재미있고 깊이있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RED
| 가장 천박할 수도, 가장 매혹적일 수도 있는 컬러
레드와 인간의 인연은 선사시대부터 시작된다. 수렵채집이 생존방식이었던 당시의 인류에겐 중요한 능력은 푸른 초원에서 빨간 열매를 빨리 발견하는 것이었다. 색의 민감성은 인류의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감각 중 하나였다.
"레드는 피와 같은 색으로 가장 강렬한 색 중 하나다. 레드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강력한 마력이 있다. 그래서 나는 내 모든 작품에 레드를 쓴다" - 키스 해링
강렬한 선과 재치 있는 표현의 크래피티 아티스트 키스 해링 또한 레드는 삶의 원동력인 피의 색이며 강인한 생명력과 함께 사랑, 열정, 분노와 같이 본능적이고도 강렬한 감각 에너지를 지닌다. 실제로 레드를 볼 때 우리는 심장 박동 수가 빨라지고, 동공이 확장되는 등 신체 변화가 생긴다.
이 밖에도 레드가 가진 상징적 의미들을 살펴보자면 힘과 권력, 혁명, 전쟁, 수치 등이 있으며 폭 넓게는 정치, 사회, 문화, 예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레드의 어원은 '붉은'을 뜻하는 라틴어 'ruber'에서 유래했으며, 붉은 보석인 루비와 어원이 같다. 고대 인류는 레드를 주술적인 의미로 활용했으며 이집트인들은 붉은 황토를 몸에 발랐다. 이 시기부터 여성들 또한 뺨과 입술에 붉은색을 칠했는데, 이는 생기 있고 화려하게 몸을 단장하기 위함이었다.
르네상스 시대에 레드는 힘과 권력의 상징으로서 의복 컬러로 많이 활용되었고, 프랑스 혁명 시기 레드는 정치적으로 자유와 변화의 의미가 되었다. 레드는 오랜 시간 인류와 공존해오며 다양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앙리 마티스는 이러한 원초적이며 정열적인 레드 컬러를 활용했다. 앙리 마티스의 작품들은 원색을 활용하여 역동적이고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그는 색을 통해 감정과 심상을 표현했는데, <붉은 방>에서는 작품 전체를 레드로 구성하여 분위기를 압도했다. 창문에서는 햇빛이 방안 곳곳을 비추며 밝고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붉은색과 대비되게 창밖은 푸른색과 초록색으로 그려져 보색을 이루어 리드미컬하게 표현했다.
프랑스 북부 출신으로 햇빛이 부족한 지역에서 성장한 마티스는 레드를 통해 활력과 에너지를 품은 태양을 표현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의 태양과 같은 활력의 갈망과 염원이 우리에게 닿아 위로와 힘이 됐으면 좋겠다.
이 밖에도 브랜드 까르띠에의 레드를 소개하기도 하며, 영국의 레드, 패션의 레드 등 컬러에 관한 인사이트와 새로운 시선을 가득 얻어 갈 수 있다.
<컬러 인사이드>로 컬러에 대한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영감을 얻어 가길 바란다. 컬러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컬러에 대한 이해는 다채롭고 깊이 있게 삶을 마주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