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베 튈레展>에서 엿본 창의력
뉴욕 MoMA, 런던 TATE, 동경 국립현대미술관을 이어 서울 예술의 전당에 에르베 튈레 전시가 상륙했다. 그림책과 현대미술이 함께하는 그의 전시에선 튈레만의 독창적인 작화가 가득 담긴 원화, 오브제, 미디어 아트 등 300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오감으로 느껴볼 수 있는 독서 공간이 구성되어 있고, 작가와 함께하는 전시연계 예술체험 프로그램, 작가 사인회 등 작가와 소통하며 다채롭게 그의 예술을 즐길 수 있다.
이번이 네 번째 한국 방문이라는 튈레는 매번 한국에 올 때마다 더 많은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도 그가 느꼈던 것처럼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것을 경험케 해 줄 것이다.
에르베 튈레는 동화책을 내며 책과 독자 사이를 잇는 대화를 만들어왔다. 이 책은 선과 동그라미 얼룩 등으로 단순화시킨 최소한의 어휘를 사용하고, 이는 어린 아기들도 이해할 수 있는 어휘다. 가장 단순화된 어휘로 놀이를 할 때 창의성은 가장 높아진다. 이 전시의 목적은 바로 이 창의성의 발견을 공유하는 것에 있다.
이 전시를 통해 선과 동그라미 얼룩을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보고 창의성을 얻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하는 일은 노는 것이다. 실수해도 된다, 실수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영국에 앤서니 브라운이 있다면, 프랑스엔 에르베 튈레가 있다. 에르베 튈레는 프랑스의 인기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창의 예술가이다. 1958년에 태어난 그는 조형미술과 장식미술을 공부하며 10년간 아트디렉터로 활동한다. 잡지 일러스트레이션 작업 1994년부터 어린이 책 그림을 그리며 볼로냐 아동도서전 논픽션 부문 라가치상을 수상한다.
65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톡톡 튀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색다른 도전을 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초청을 통해 창의예술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상호작용이라는 단어보다 대화를 좋아한다. 다른 위치에서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 같은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놀이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예술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의 놀이를 진행한다.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이야기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나의 책은 독자의 자유로운 상상으로 완성된다"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그의 귀여운 환영인사 낙서와 함께 자화상, 콜라주, 직관적 형상, 초현실주의, 패션계에서의 원화 등을 볼 수 있다. 현재의 동화 일러스트와는 사뭇 다른 어두운 분위기와 다른 장르와 다양한 소재들로 자신의 스타일을 찾기 위한 시도들을 만날 수 있다.
실루엣의 표현, 다른 소재와의 콜라보 등 여러 작업들을 이어가던 중 에르메스와의 협업에서 에르베 튈레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정립하게 되는 계기를 갖게 된다. 에르메스는 에르베의 회화와 일러스트레이션 스타일을 모두 아우르는 의뢰를 맡겼는데, 이 두 작업 사이에는 공통점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튈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서로 다른 두 작업 사이에서 일관된 특성을 찾아냈다. 이때 튈레는 깨달았다. 자신의 스타일을 한 장르로 강박적으로 정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그는 자신의 스타일에 강박을 내려놓고 좀 더 자유로이 작업을 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다른 장르들을 융합하고 조화시키는 방법을 찾아내어 다채로운 창작을 하는 튈레로 한차례 성장한다.
그는 자유로이 예술한다. 자신의 작업을 틀에 가둬두지 않고 풀어놓았는데, 정기적으로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지도 않고 창작을 하기 위한 프로토콜도 없다. 자유로운 창작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제거한 것이다. 튈레의 창작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스튜디오의 크기, 재료의 활용,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에 갇히지 않도록, 튈레는 늘 소소한 혼돈의 애착을 갖는다.
그의 스타일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았다.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는데, 다양한 방식을 도전해 왔다. 실루엣을 그리며 형상의 모습을 최소화한 그림을 그린다. 또한 단순하게 보이는 꾸밈없는 직관적 형상에서 초현실적 풍경과 패턴이 드러난다. 이는 키스해링이나 프란시스 베이컨 등 영감의 자취가 보인다. 그러나 영감을 기반으로 튈레만의 뚜렷하고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지금의 에르베 튈레가 있기까지 여러 방면에서 했던 그의 행방을 볼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와 똑같이 고민하고 모방하고 시도해 본 것을 볼 수 있었다.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거장들의 기법을 온전히 느끼고 거기에 자신의 스타일을 적절히 섞을 줄 아는 것, 그리고 자유로움이 발현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 같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한 가지 스타일에 국한되지 않고,
뭐든지 다 그려야 한다고 되뇌었습니다.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인 볼로냐아동도서전의 라가치상을 받은 튈레는 세계적인 아동문학가로 발돋움한다. 그는 동화책을 만들 때 어린이만을 고려하지 않는다.
"어른과 아이가, 읽을 수 있는 이와 아직 읽을 줄 모르는 존재가, 서로 아주 다른 이해방식을 가지고 세계를 다르게 바라보며 양쪽이 공유하는 스토리텔링의 순간에 대해 생각합니다."
- 에르베 튈레
어른과 아이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본다. 서로 다른 두 존재를 모두 동등하게 바라본다는 것인데, 두 입장을 나누는 것이 아닌 함께 하게 함으로써 서로의 세계를 공유하고 새로운 세계를 바라보게 한다.
빨간빛과 초록빛이 반짝이는 기둥을 보고 어린이는 신기해하고, 어른은 신호등이라 생각한다. 한쪽은 시적이고 한쪽은 사실적이다. 그러나 두 사람모두 자신이 바라보는 세계에서는 답이다. 이것이 에르베 튈레 책의 존재이유다. 동화책은 두 다른 존재 사이의 대화를 이끌어내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 되어주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동화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전시장 한편에 신발을 벗고 들어서는 작은 도서관처럼 공간을 구현해 놓았다. 신발을 벗고 잔디를 직접 밟으며 공간을 느끼며 오감을 자극했다. 그림을 일방적으로 보여주기만 하는 수동적 전시가 아닌, 뛰놀고 관객이 그곳에서 쉬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놀 수 있도록 하는 놀이터와 같은 공간이었다.
그의 동화책에는 확실히 자유로움이 있었다. 뒤에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해졌고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며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면 서로의 의견을 들으며 훨씬 재밌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는 관람객과 대중, 독자를 하나로 만드는 예술을 사랑합니다
에르베 튈레展에서 서로 다른 존재와 세계를 이해하고 자신만의 창의력을 얻어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