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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몰입형 영화 전시 : 시네마 천국 특별전

<시네마 천국 이머시브> 특별전 리뷰 / 토토와 함꼐 영화 속으로

by 이소희



한국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영화 <시네마 천국>을 입체적 공간으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찾아왔다. <시네마 천국>은 제4회 칸영화제 대상 수상작으로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온 영화이자, 많은 이들에게 인생영화로 남아있는 작품이다. '시네마 천국 이머시브 특별전'은 2025년 3월 30일까지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더서울라이티움에서 개최된다.


이머시브란 '몰입하는'이란 뜻이다. '시네마 천국 이머시브 특별전'은 보다 생생히 몰입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시네마 천국 이머시브 전시로, 영화 속 이야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몰입형 컨텐츠들이 준비되어 있다. 총 1000평의 대규모 전시장에 영화를 옮겨와 전 세대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노스탤지어

몰입에 다양한 장치를 구현해 놓은 이번 전시는 티켓부터 예사롭지 않다. 필름 모양의 티켓을 끊어준다. 그리고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시네마 천국의 OST가 귓가에 들려온다. 전시공간 안쪽으로 들어오면 스피커의 풍성한 멜로디가 공간을 가득 채우며 마치 영화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시각과 함께 청각을 활용하여 빠른 몰입과 함께 추억에 젖어들게 하는 전시 시작 부분이었다.



전시장 1구역엔 당시 개봉되었던 시네마 천국 포스터 우표, 영화 속 파라디소 극장에서 방영되었던 영화 포스터들이 걸려있었다. 시네마천국을 처음 보았던 그 시절, 행복했던 기억들이 떠오르며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그리움과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자극되는 노스탤지어가 생각나는 공간이었다. 



완전한 실패작에서 아카데미 수상작으로

시네마 천국 영화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 바로 망할뻔한 영화였다는 것.

"완전한 실패작에서 단기간에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 대성공작으로" 쓰일 정도로 시네마 천국은 파란만장한 역사를 갖고 있다.


1988년 11월 이탈리아에서 첫 개봉을 한 시네마 천국은 개봉 후 첫 주말이 지나자마자 시칠리아의 메시나를 제외한 모든 극장에서 상영이 중단되었다. 시칠리아의 메시나 극장에서 영화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에 깊이 매료되었던 극장 매니저의 기지 덕분이었다. "영화를 보고 만족했을 경우에만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입소문을 탄 덕분에 영화는 메시나에서 작은 성공사례로 주목받는다.


한편 토르나토레 감독은 프로듀서 프랑코의 협의에 따라 157분에서 123분으로 영화 상영 시간을 단축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영화의 결말이 달라졌다. 편집된 버전은 이후 1989년 칸 영화제에 초청되어 심사위원 대상을, 1990년엔 오스카 트로피까지 수상했다.


전시장에서 편집된 부분을 관람할 수 있었는데, 전혀 다른 결말이어서 전시장에서 직접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첫사랑은 그 시절의 아름다웠던 추억으로 영원히 묻어두는 게 좋다는 입장이며, 영화의 아름다운 결말을 위해 편집된 버젼이 더 감동적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처음부터 명작으로 만들어진 줄 알았던 '시네마 천국'이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니. 제작 과정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니 굉장히 운명적이고도 특별하고 소중해지는 영화였다. 



<시네마 천국> 속으로 시간 여행

영화 시네마 천국을 최초의 몰입형 전시로 즐길 수 있는 전시다. 영화 이야기를 재현하는 방식으로, 영화 제작과정에서 중요한 순간들, 영화의 상징적인 장면과 오리지널 소장품, 당시 촬영 소품 등 다양한 콘텐츠로 영화 속으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피라디소 영화관과 똑같이 구현한 공간


특히나 토토가 된 듯 영화에 푹 빠져들어 관람할 수 있었다. 소년 토토가 스크린을 바라볼 때 느꼈던 순수한 경이로움, 우정과 첫사랑의 따스함, 영화에 대한 열정 등을 느껴볼 수 있다. 우리 삶 속에 녹아있는 추억을 꺼낼 수 있고, 영화의 힘을 발견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토토의 시선으로 시네마 천국을 따라가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었다. 토토의 어린 시절, 청년, 중년이 된 토토. 행복하면서도 아픈 첫사랑을 알게 되고, 꿈을 위해 마을을 떠나게 되는 청년 토토. 큰 성공을 거두고 알프레도의 장례식에 참여해 그와 함께 지내며 배우고 성장했던 시절을 추억하는 중년 토토까지.


20250102_140714.jpg 영화관 뒷 편에 토토가 보고 놀란 사자 빔이 그대로 구현돼있다. (감동포인트)


토토의 시선으로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시네마 천국의 팬으로 영화 자체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영화 속 명장면을 재해석한 공간

영화의 내용을 그대로 보여주고 공간을 구현해 놓아, 보고 듣고 만져보며 느꼈다. 공간이란 것이 신기한 게 영화 속과 같은 공간을 돌아다니니 훨씬 쉽게 등장인물의 마음에 공감할 수 있었고, 메시지를 단순히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심층적으로 전달되었다.


전시 관람객들은 어린 토토처럼 사자의 입에서 불빛이 나오는 파라디소에 앉아서 <시네마 천국>의 명장면을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알프레도와 함께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었다. 또 알프레도가 일하던 파라디소의 공간도 구현돼 있어서 직접 앉아서 필름을 바라보며 어떤 마음이었을지 상상해 보았다.



특히나 토토가 살았던 마을 벽에 빔을 쏘는 등, 영화의 배경이 구현된 공간에서 시네마 천국이 상영되어 몰입감이 엄청나고 금방 토토의 마음에 공감되어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전시를 관람할 때 점점 커가는 토토를 따라가며 아름답지만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추억에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


영화 그 자체를 전체적으로 다시 한번 볼 수 있었고,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과 엔니오 모리꼬네 작곡가의 예술적인 파트너십과 네온사인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 등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제작과정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이 덕질하는 팬들의 마음을 저격한 것만 같았다.



"넌 다른 일을 해야 해. 더 멋진 일, 인생을 걸 수 있는 일."
"토토, 네가 영사실 일을 사랑했던 것처럼 무슨 일을 하든 네 일을 사랑하렴."



알프레도 아저씨는 자라나는 토토에게 말한다. 전시를 보는 내내 그 말들이 나에게만 하는 것 같았다. 전시장을 나서며 알프레도에게 응원을 받아, 토토가 한 것처럼 나의 일을 사랑할 힘을 얻은 것 같았다.


영화 <시네마 천국>을 사랑한 관객이,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관객이 '시네마 천국 이머시브 특별전'에서 따스한 감동을 받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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