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 1년 만의 러닝, 다시 뛰기 시작하다
호수공원 근처에 들를 일이 있어 중무장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 -4도의 한파라 그런지 차가운 한기가 마스크와 패딩 사이로 스며들었다. 이런 추운 날에 사람들 많이 없겠지 하며 산책로로 접어드는데
이게 뭐람. 칼바람까지 불어 머리가 눈앞을 가리는 이 살얼음 같은 날 호수공원에 런닝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학생부터 어르신, 여자 남자, 혼자든 크루든, 패딩이든 반바지든 상관없이 각자의 무게를 가지고 뛰고 있었다.
머리를 한 대맞은 기분이었다. 춥다고 덥다고 밝다고 어둡다고 야외런닝은 미룬 지 오래였다. 한겨울 한여름 어느 날씨에도 나가서 숨이 헐떡여도 다리가 무거워도 묵묵히 뛰던 나는 어디 갔나. 이 자리엔 변명만 남아있었다.
사실 요즘 불안함과 두려움, 거기에 근자감 1%. 변덕이 심한 나날이었다. 어느 날은 이불속으로 숨어 발가락 하나도 움직이기 싫다가도, 어느 날은 다 잘 풀릴 것 같은 근자감이 들어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도전하는 날이 있기도 했다.
차가운 공기가 불어오기 시작할 땐 몸을 웅크리듯이 숨어버리는 자아가 강해졌다. 혼자 남겨진 이 공간에서 불행의 시작인 비교라는 녀석이 마음속에 비집고 들어오기도 했지만 그래도 살아야지 뭐 어떡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조금씩이라도 하면서 버티고 버텼다.
차가운 바람에도 묵묵히 뛰어가는 러너들을 보며 자전거에서 내렸다. 러닝화가 아니었기에 신발끈을 단단히 묶고 함께 뛰기 시작했다. 두려움 없이 도전했던 예전의 나를 찾기 위해, 또 찬 바람 앞에 웅크리기보다 뛰어오르는 변화의 시작이 되길 바라면서.
패딩에 무거운 면 트레이닝, 쿠션 1도 없는 조던이었지만 뭐 어떠한가. 일단 뛰면 그만이다. 한파에 눈물이 핑 돌고 코가 얼고 숨이 턱끝까지 차지만 뭐랄까 비어있던 부분이 꽉 차는 느낌. 행복했다.
런닝을 할 가장 완벽한 시기란 없다.
도전도 마찬가지다.
모든 시기가 도전하기에 최고의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