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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heek Sep 07. 2021

2017년도

무언가 알아간다는 것



2017년도는 내가 첫 대학을 입학한 해였다. 십 대 시절을 다 바친 유일한 목표, 대학에 입학한다는 것만으로도 벌써 다 해냈다는 기분을 들게 했었다. 꿈에 그리던 대학에 들어간 만큼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그것들을 모두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취해있었다.


생각보다 살아가면서 뜻대로 안 되는 경우가 일상이 될 수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그리고 배워 온 나는 꽤 자부심이 있었다. 동기들 중에서도 실력이 괜찮겠지라는 자만심이 있었다. 하지만 첫 수업 때부터 나는 위축되었다. 중국 전국에서 뽑혀서 온 동기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내가 아무리 그림을 좋아하고 오래 배워 온들, 이미 날고 긴 사람들은 가득했고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할 노력들, 이런 것들이 정말 끝도 없을 것 같은 생각 들자 나는 덜컥 겁이 났었다.


언제였는지 정확한 날짜와 시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당시 느꼈던 기분을 잊을 수 없는 날이 있었다. 소묘 수업 때 자기 작품을 평가받는 날이 있었다. 모두의 그림을 벽에다가 세워 놓고 교수님께서 하나하나 평가를 해주는 형식이었다. 그때 나는 내 작품을 보여주기 민망하고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고개만 푹 숙이고 있었다. 내 차례가 오자 눈물이 핑 하고 고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고개를 들어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교수님은 내 그림을 들고 눈에 더 잘 뜨이도록 배치한 후, 반 아이들한테 말을 하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이 친구한테서 배워야 할 점이 있다고, 무언가 새롭게 시도하려고 그림에 들인 노력과 용기를 보라고 했다. 누군가와 다른 게 보고 느끼는 것, 그리고 그것을 해보려는 용기 또한 하나의 강점이라고 교수님은 말씀하셨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교수님 말씀대로 나는 어떻게든 그리려고 매달리고 지워다 그렸다를 반복하고 어떻게 더 그릴지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많이 했었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어쩌면 교수님은 내가 자신감을 잃었던 것을 알고 나를 격려해 줄 차원 해서 해준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계기로 나는 나의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서 내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한 행동과 노력이 그림 화면 속에서 보이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로 나의 일 학년은 끊임없는 시도와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마음껏 해보고 즐겼던 시간이었다.


대학에 들어와 처음으로 나를 마주하고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에 대한 첫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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