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들어와서 자가 격리하는 동안 중국 유학 생활에 있었던 일들을 글로 써볼까 하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무엇부터 써야 할지 감이 안 잡혔다. 그래도 작품을 준비하고,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이 이번 학기 동안 나의 전부라 할 수 있으니,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한다.
2020년 12월 31일, 새해가 되기 바로 하루 전은 내가 우연히 시간을 대하는 태도, 그러니깐 삶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 날이었다. 물론 나라는 사람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바라보는 관점과 자세가 더욱 진정성 있게 또는 나라는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좀 더 집중됐다고 생각한다. 신기하기도 하지. 어떻게 그 하룻날, 눈이 오던 겨울날, 책을 읽고 있다가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는지. 아직도 그날은 나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날이다.
매 순간이라는 시간의 흐름이 쌓아지면서 나라는 형태가 다듬어진다는 생각에 시간은 나에게 너무 중요하고 소중해졌다. 그러기에 내 대학의 마지막 학기는 한국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으며 허무하게 끝낼 수 없다고 생각했으며, 절차가 복잡하더라도 중국에 꼭 들어가 마무리를 짓고 오리라 결심을 했다. 내가 북경으로 들어갔을 무렵, 격리 기간은 이미 28일로 변경되었었다. 중국이 지정해 주는 호텔에 들어가 28일 동안 방 안에만 있으라니, 미치라면 미쳤지, 과연 내가 잘 지낼 수 있을까 싶었다. 근데 생각보다 잘 지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혼자 놀기의 달인인 거 같다. 전부터 나는 새로운 환경에 나름 적응을 잘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나는 항상 새로운 환경이 시작하면 나만의 루틴을 만든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번 중국에서 격리하는 동안의 루틴은 아침에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하면서 책을 읽고, 하모니카 부르고, 그림 그리고, 영화 보고, 하루에 운동을 세 번 나눠서 했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격리를 마칠 수 있었다.
격리를 끝내고 본 나의 학교가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지 몰랐다. 너무 감격스러워서인가, 하.
마지막 학기를 마무리하기 전부터 해놓았던 다짐 몇 가지가 있었다. 다짐이라는 표현도 좀 웃긴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내 마지막 대학생활을 보낼지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이랄까. 우선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 것, 지도 교수님이랑 많은 시간을 수다 떨 것, 졸업전시를 찢어 놓을 것, 학교 구석구석 돌아다닐 것 등으로 재미있게 보낼 생각에 설렜다. 그래서인지 그냥 흘러갈 만한 일상조차 즐거운 마음과 함께이니 매 하루가 특별하고 재미있었다. 몸이 남아나지 못할 정도로 바빴지만 힘들다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느낀 것은 나의 사람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면 나의 시간은 더 다채로운 색으로 가득 차 나갔다. 내 소중한 사람들, 내가 아끼는 사람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집중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생각하는 만큼 말이 나오고, 그 진정성이 다른 사람에게로 전달이 되니깐 말이다. 세상에,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풀어서 이 한 페이지로 끝내려고 했는데, 에피소드가 많아서 안 되겠다. 이번 글은 그냥 나의 서문이라고 생각하면 좋을듯하다. 2020년 12월 31일, 나를 되돌아보았던 그날의 시작으로, 진정성을 가진 채 보냈던 나의 대학생활은 어땠는지 천천히 풀어서 써 내려가야겠다. 소소하게 내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 시작으로 후엔 내 작품이 어떤 결과로 마무리됐는지까지의 이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