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앞으로 완성된 곡이다.
외장하드, 음성 메모, 노션 안에 아무렇게나 저장된 노래와 가사들. 사람들에게 내놓은 노래는 아직 단 두 곡밖에 없지만, 이 저장장치들 안에는 미완성된 곡이 수십 개나 있다. (스케치까지 포함하면, 수백 개일지도…)
나는 왜 이 노래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길 망설이고 있을까?
방 정리를 하다가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버릴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쓸 것 같지도 않아서, 못 본 척, 고스란히 원래 자리로 돌아가던 물건들처럼, 내 노래들도 무거운 플러그인들을 이고 힘겹게 열렸다가 그대로 닫혀버린다.
누군가에게 한 번쯤은 들려줄 정도로 나도 좋았던 내 노래, 그러나 그렇게 방치된 노래들. 새로운 곡을 만들 때의 설렘도 좋지만, 기존 곡을 완성해서 내놓을 때의 성취감이 더 컸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놓지 못했던 이유……
미완성의 굴레는 이런 식이다. 이미 완성해서 올린 곡조차도
“나중에 베이스를 좀 더 잘 연주해서 녹음해야지.”
“이 기타는 팬을 좀 더 오른쪽으로 돌려야겠어.”
“이 효과음은 좀 더 멀리 있는 것처럼 들려야 돼.”
그렇게, ‘완성된’ 곡마저도 끝없는 수정의 굴레 속에서 미완으로 남겨졌다.
나는 이미 공개한 곡도 사람들에게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내게 ‘완성된’ 곡이란, 정말 존재하긴 할까?
미완이라는 위안은, 나의 가능성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일시적으로 유예하려는 속임수였다. 마치 그 유예된 시간만 있으면 이 곡을 완벽하게 만들 수 있다는 듯, 자기 최면에 가까운 과대망상으로 자신을 위안해왔다. 과대망상, 그리고 타인의 평가가 두려운 평가절하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것도 내 것이 아니길 바랐다.
미완이라는 위안은, 잠깐의 무마와 허무함밖에 남기지 않았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오늘,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겨울의 흔적을 녹여, 푸른 봄을 기대하게 하는 햇빛처럼, 나는 이 미완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굴레의 끝에, 탈출구를 만들었다.
노래를 만드는 과정을 담을 ‘브런치 스토리’를 시작하는 것,
그리고 다음 달에 있을 50만 원 빵, ‘1일 1작곡 30일 챌린지’.
외장하드 속에서 기약 없이, 언젠가 쓰이길 기다리던 내 노래들을,
이제 진짜, 세상 밖으로 보내줄 때가 됐다.
2025.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