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는 필력보다 당신의 의지를 본다
노점상 출신, 다섯 번 도전 끝에 브런치 작가
지금까지 치러 본 시험 가운데 가장 쉬웠던 것은 운전면허 필기시험이었다. 반대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운전면허 실기시험이었는데, 세 번째 도전 끝에야 합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 기록을 갱신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브런치 작가 선정 응모였다. 무려 네 번의 탈락을 거쳤다. 아직도 합격과 불합격의 기준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물론 브런치 작가 선정은 시험이 아니라 공개 모집이다. 그러나 수많은 신청자들 가운데 선택되는 것이고, 일정한 자격과 요건을 갖추어 심사를 받으며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점에서, 내게는 일종의 ‘시험’처럼 느껴졌다.
글쓰기에 대한 첫 기억
초등학교 시절, 전교 글짓기 대회의 우리 반 대표는 언제나 나였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단 한 번도 상을 놓친 적이 없었다. 다른 반에서는 선생님이 글을 대신 써주거나 고쳐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는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홀로 글을 써서 장원을 차지하곤 했다.
당시 한 반에 80명 남짓, 13반까지 있었으니 한 학년이 천 명 정도였다. 4학년부터 6학년까지 합치면 3천 명 가운데 장원을 한 셈이다. 졸업 무렵, 어린 마음에도 나름대로 대견하게 느껴졌다.
읽기의 힘
사실 글쓰기보다 더 좋아한 것은 읽기였다. 유년 시절의 환경은 썩 좋지 못했다.
우리 반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형편에 속했다.
나는 『소공자』 같은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을 주인공과 겹쳐 놓았다. 그렇게 해야만 악몽 같은 현실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었다.
학교 도서실, 친구 집 책장, 헌책방, 도배지 대신 쓰인 신문지까지, 글자로 인쇄된 것이면 무조건 끝까지 읽었다. 마치 공룡이 주변의 풀을 모조리 뜯어먹듯 탐독했다.
그런 독서 경험은 자연스레 내 안에 ‘입력’이 되었고, 글쓰기라는 ‘출력’ 과정에서 큰 힘이 되었다.
청소년기의 자존감
그래서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글쓰기에 자존감이 강했다. 문예반 활동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또래들의 글을 읽으면 수준 차이가 너무 뚜렷했기 때문이다.
중학교 때는 한국 단편소설을 섭렵했고, 명문고 문예지를 구해 읽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실존주의 철학서적 같은 난해한 책들을 찾아 읽었다. 그만큼 내 독서 수준이 이미 또래를 훌쩍 넘어 있었던 셈이다.
삶 속에서 멀어진 글쓰기
성인이 된 뒤, 나는 더 이상 글과 가까이 지낼 여유가 없었다.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현실에 뛰어들었고, 글은 뒷전이 되었다.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는 늘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자의식이 남아 있었다.
책을 읽고 난 뒤 일기장에 몇 줄씩 적어 내려가거나, 신문 사설을 오려 붙이고 짧은 소감을 남기던 습관이 그 흔적이었다. 그때마다 어린 시절 글짓기 대회에서 느꼈던 성취감이 희미하게 되살아나곤 했다.
다시 글 앞에 서다
나이가 들수록 글은 다시 나를 불러 세웠다.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 젊은 날의 삶을 돌아보며,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절실함이 찾아왔다. 특히 내가 부산 국제시장 노점상 시절의 이야기를 자전적인 연재소설로 쓰고 있다는 사실은, 글쓰기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내 삶을 복원하고 증언하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브런치였다. 누구나 쓸 수 있지만, 동시에 작가라는 이름을 얻기 위해서는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점이 오히려 나를 자극했다. 단순히 블로그에 쓰는 글이 아니라, ‘작가로서 승인받는 글’을 써보고 싶었다.
네 번의 탈락, 그리고 한 번의 통과
그러나 현실은 생각보다 냉혹했다. 첫 번째 탈락 때는 의외였다. 두 번째 탈락 때는 스스로를 의심했다. 세 번째 탈락 때는 ‘혹시 나와 맞지 않는 플랫폼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네 번째 탈락 통보를 받았을 때는 한동안 신청 자체를 포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 “글을 그만두라는 것이 아니라, 더 단단히 준비하라는 뜻일지 모른다”는 속삭임이 들렸다.
그리고 결국 다섯 번째 도전에서 통과 메일을 받았다. 그 순간, 단순한 ‘선정 통보’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내 삶에서 글쓰기가 결코 사라지지 않았음을,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준 신호였기 때문이다.
브런치 작가가 된다는 것
브런치 작가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글을 쓸 자격’을 얻는 일이 아니다. 내게는 오래전부터 묻혀 있던 글쓰기의 자존감을 되찾는 일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3천 명 중 장원으로 뽑히며 느꼈던 뿌듯함, 헌책방에서 책을 붙잡고 읽던 간절함, 그리고 성인이 된 뒤에도 글을 붙들고 싶었던 마음이 작가선정에서 번번이 탈락할 때, 나의 글쓰기 자존감은 크게 무너졌다. 아마 나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답은 하나이다. 브런치 작가통과는 글 솜씨나 필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글로 세상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비결인 것 같다.
나는 15회 차에 걸쳐 <도바위에 뜬 별 -어느 노점상이야기>라는 자전소설을 연재하여 브런치
작가선정이라는 메일을 받았기 때문이다.
브런치 작가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