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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노점상에서 시작된 나의 소설 이야기

왜 이 이야기를 쓰는가?

by 손병호

1. 다시 소환하는 기억


나는 지금, 부산 국제시장 골목 한복판에 서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내 기억 속의 그 골목에 서 있다.

눈을 감으면 비닐 천막이 바람에 흔들리고, 기름 냄새와 비린내,

삶은 어묵의 김이 한꺼번에 뒤섞여 올라오던 그 공기까지 생생히 살아난다.


그곳에서 나는 한때 노점상이었다. 서른 후반의 나이에

삶의 벼랑 끝에서, 가진 것이라곤

손수 마련한 좌판과 몇 벌의 옷이 전부였던 시절.


낮이면 사람들의 발걸음에 치이고,

밤이면 빗방울을 맞으며 비닐 천막을 붙잡아야 했던 날들.

그것이 내 청춘의 한 페이지였고, 동시에 내 인생의 뿌리였다.


지금 나는 그 시절을 자전적 연재소설로 다시 쓰고자 한다. 이름하여 〈도바 위에 뜬 별〉. 이 작품은 단순히 여느 장사꾼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개인이 어떻게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또 공동체 속에서 버티며 살아남는가에 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난 인간 군상들의 애환을 담고 있다.


2. 왜 지금 쓰는가


많은 이들은 묻는다. “그 시절 이야기를 이제 와서 왜 쓰느냐”라고.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 시절을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 국제시장은 단순한 장터가 아니다. 전쟁 이후 피란민들의 피와 땀이 밴 공간이자, 한국 근현대사의 축소판이다.


경제성장 뒤에 가려진 서민들의 땀방울과 눈물은 화려한 빌딩이나 쇼핑몰의 그림자 속에 묻히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 속에서 우리는 버텼고, 살아남았으며, 서로 기대며 세상을 만들어 갔다.


나는 그 현장을 몸으로 살아낸 사람으로서, 침묵하지 않으려 한다. 글로써 기록하고, 소설로써 남기려 한다. 그것은 단지 내 개인의 추억이 아니라, 한 세대의 역사이자 아직도 시장 골목에서 하루를 버티는 이들의 초상화다.


3.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

소설은 한 남자의 좌판으로 시작된다.

그는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내야 하는 수많은 노점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 속에는 다채로운 인물들이 등장한다.



♧ 성호 :주인공. 전직기자. 은행원이었던 그는 실직후 무의미한 세월을 보내다 우연히 노점상세계에 발을 딛는다. 그는 노점상들의 권익을 위해 리어카 자체보관. 공동구매.신협설립등의 일을 하며 노점상계의 검은손. 악어 대기가리와 대립한다.


♧ 악어 형님: 부산노점계의 대부, 덩치 크고 무섭지만, 누구보다 의리 있는 사내. 국제시장 재개발 사업 반대 투쟁의 선봉에 선다


♧ 배영숙 :노점상들의 단골 다방 왕비의 마담.

재일교포 아버지와 맹인 점술가 어머니믜 사생아.

악어형님의 연인.


♤최칠근 : 주인공의 유년시절 친구. 매일 술에 취해도, 친구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노점의 주먹이자 책략가.


♤구 씨 형님: 노점 판의 현자. 인생의 풍파를 수없이 겪었지만 늘 허허 웃으며 좌판을 지키는 사람.


♤염소대가리: 노점상 리어카 보관소장 . 사채업자

부하들을 거느리고 노점상 신협 설립을 방해하고 영세상인들을 착취한디.


♧대팔: 3 대 째 .국제시장노점상. 주인공과 함께 사채의 늪에 빠진 노점상들을 위해 노점상신협을 설립한다.


♤염소대가리: 노점상 리어카 보관소 소장으로

이들은 단순한 주변 인물이 아니라, 시장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또 다른 주인공들이다. 그들의 삶과 언어, 희로애락이 그대로 소설의 피와 살이 된다.


♧영자: 성호와 동업하여 노점상을 하는 여인.

칠근과의 오랜 연인관계이지만 성호와 만나면서 갈등.

성호를 이해하여 묵묵히 도와줌


♧ 미선어머니: 영자의 노점상친구.악어에게 사채를 쓰다 성노리개로 전락. 이사건으로 노점상신협운동이시작된다.


♤희란: 성호의 전 여친. 방송국 소유주 딸. 방송국 PD로 은밀하게 성호의 노점상권익 사업을 지원한다.


4.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


이 소설은 국제시장 노점상 풍경을 묘사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해방이후 오랜세월동안 묵묵히 도시의 뒷골목을 지켜온 그들의 삶을 피상적이아니라 나의 실체적 경험을 통해 정밀하게 보여준다.


물건이 어떻게 사입되며 그들이 쓰는 은어. 손님을 호객하는 방법은 어떤 것인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또한,

그들안의 질서와 의리 .음모.배신.단결. 공동체에대한 헌신등의 과정을 묘사하여 노점상이란 특수집단의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보여 줄것이다


ㆍ공무원들의 단속이 어떻게 노점상들의 삶을 옥죄는지,

재개발의 이름으로 시장을 밀어붙이는 거대자본과 권력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연대와 언론의 도움으로 어떻게 한 인간이 정치적 야망을 성취하는지

나는 그‘현장’의 언어로 보여주고 싶었다

.
내가 직접 손에 쥐었던 현금의 무게, 좌판 천막에 떨어지던 빗물의 차가움, 손님과 흥정하다가 욕을 먹고도 참아야 했던 굴욕감, 그 모든 것이 소설 속에서 살아 움직이게 될 것이다.


5.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


나는 독자들이 이 글을 통해 단순히 ‘ 지난간 시절의 이야기’로 읽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과 겹쳐 읽게 되기를 바란다.


노점상 시절 나는 하루하루가 시험이었다. 실패하면 굶주림으로 직결되는 시험. 그러나 그 속에서 배운 것은 단 하나였다. 포기하지 않는 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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