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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하우스 이야기

사진보고 자세히 묘사하기 연습 글

by 손병호

(핸드폰의 사진을 피시에 옮길줄 몰라 카톡 경유하여 피시에 담았더니 이렇게 나옵니다.불편 끼쳐 죄송합니다.)


로맨틱 하우스 이야기-


건물은 회색 벽돌과 짙은 석재로 마감되어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1990년대 말 혹은 2000년대 초반에 지어진 3층구조였다.


벽면은 매끈하지만 세월의 바람에 닳아진 듯 애초 건축 당시의 짙은 흑색톤이 바햐흐로 회색톤으로 바뀌어 있었다.

1층은 여성의류 판매점.2층과 3층은 원룸에 거주하는 입주민들이 살고잇었다.


1층가게 입구 위엔 간판이 달려있었다. 짙은색 나무 바탕위에 Romantic House라는 하얀 아크릴소재의 영문 필기체 글자 가 붙어있었다.

그 알파벹 글자들은 부드러운곡선을 그리며 글자마다 오래된 영화자막처럼 은색 빛을 머금고있었다.


그 아래 흑갈색 나무바탕은 오래되어 빛이바랬고

군데 군데 옷칠 코팅이 이 벗겨져 이가게의 연륜을 보여 주는것같았다.


간판 아래로는 넓은 통유리문이 반듯하게 닦여 있었고,

그 속으로 옷걸이마다 색색의 코트와 스웨트,등 울 소재의 여성의류들이 가지런히 매달려 있었다.



유리의 표면엔 거리의 풍경이 희미하게 비쳤다—지나가는 차량의 그림자, 바람에 흔들리는 전봇대의 전선,

그리고 바로 앞을 걸어가는 중년 여성의 짙은 패딩 차림이 순간 비쳤다 사라졌다.



가게 양옆 벽에는 오래된 브론즈색 조명등이 두 개 달려 있었다.

낮에는 그 존재가 한낱 장식용에 불과했지만 불이 켜지는 저녁이면 이야기가달라졌다.


그 중세풍 조명등에서 나오는 다갈색 불빛은 흑갈색 간판바탕위 창백하도록 하얀색 이탤릭체 글자들 함께 어우러져 마치 이국의 항구도시 오래된 뒷골목을 보는듯한 느낌을주었다.


좌측 조명등 아래에는 건물의주소를 가리키는 숫자 8이 그 건물을 지키는 부적처럼 표지판위에 인쇄되어있었다.


3층 건물 전체는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였지만

유리문과 간판, 조명, 벽돌이 이루는 색의 대비는

마치 오래된 도시의 기억 한 조각을 그 자리에 고정시켜놓은 듯했다.


가게 문을 밀고 들어서면,


가게 안은 마치 바깥의 차가운 겨울과는 다른 계절처럼 느껴졌다.

따뜻한 조명이 천장 곳곳에 매달려 있고,


그 불빛이 유리 선반과 거울에 부딪혀 은은한 분의기를 만들었다.

가게 중앙에는 낮은 진열대가 하나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접혀진 스웨터와 머플러가 색깔별로 쌓여 있었다.


왼편 벽위에는 이동네 분위기 보다는 살짝 고급스러워 보이는 클래식한 실크블라우스들이 옷걸이마다 예쁘게 걸러있어 이 의상실 주인만의 취향을 보여주고있었다.

불경기가 심한탓인지.로맨틱 하우스의 의류들이 이동네 주부들의 패션취향과 동떨어진탓인지 손님들은 거의 없었다.


어쩌다 간혹

손님들이 문을 열고 그냥 나갈 때마다, 잽싸게 온기를 찿아 가게안으로 들어온 차가운 바람이 옷자락들을 살짝 만지곤 주인의 눈치를보고 이내 나가곤했다.


그때마다 흔들리는 블라우스자락은 찿아온 손님을 번번히 놓치는

여 주인의 작은 한숨처럼 보이기도 했다.


가게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보자


손님들이 피팅한후 자신의 옷 맵시를 비쳐보는 전신거울과 그 손님들의 지갑에서 잠시 뒤에 나올 현금을 기다리다 얼굴색이 누래진 작은 계산대가 있다.

그 계산대 테이블 위에 오래된 카세트겸용 라디오에서 언제나 재즈풍 멜로디가 낮게 흘러나왔다.


남자인 내가, 이렇게 로맨틱하우스를 마치 들어가 보기라도 한듯이 묘사할 수 있는 데 의구심을 가지는 분들이 있을수있겠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순전히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고있는 지금의 교습소 덕분이다.

나는 그 로맨틱하우스 바로 맞은편 삼층건물. 이층에서 중고생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고있다.


김해에 원룸을 얻어 이사하고,

개업한지 불과 한달도 채 되지 않았다.


자연히 수업하는시간보다 비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러다보니 무료한시간을 때우기 위해 창을 통해 자주 밬을 내다보게 되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보지않을래야 볼 수밬 에 없는곳이 로맨틱하우스다.


이층사무실에서 고개만 돌리면 그 가게의 내부가 고스란히 보였다. 때로는 탈의실 안에 들어가지 않고 새옷을 입어보기위해 상의를 탈의하는 성질 급한 여인들의 모습도 볼 수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비정상적인 관음증이 있는것 은 아니다. 어쨋든 그런 맥락으로 보면 로맨틱하우스의 동정은 마치 내 손바닥 보듯 쉽게 알게 되었다.


가게 여주인은 마흔초반.키는 160을 약간 넘긴 정도의 중간키.

그다지 날씬하지는 않았지만 살집이있는 체형도아니었다. 웨이브진 파마끼가 풀려어깨까지 오는 긴 머리를,단정하게 뒤로 감아 올려 깔끔하고 단아한 인상의 여인이었다.


여인은 혼자있는 시간에도 늘 바지런했다. 옷가지를 정리하고. 옷걸이에 걸린 먼지를 털고 바닥을 쓸고 닦고.심지어 가게밬 골목길까지 자기 가게안처럼 깨끗이 청소했다.


그나이 여자라면 으례 전화기를 붙들고 온갖잡담으로 시간을보내기마련일텐데 나는 그여자가 그런식으로 시간을 보내는것 을 거의 본적이 없었다.


로맨틱 주인여자와는 간혹 골목길에서 마주친적이었었으나 제대로 인사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은연중 기다리던 그기회는 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왔다.


때는 2015년 3월 초 .봄

겨울내내 손님이 뜸했던 로면틱하우스에 갑자기 손님들의발길이 잦아졌다.


톡 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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