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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보노야 May 10. 2024

나의 사업 이야기. 1

성공할 뻔한 사업

2022년 8월 16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채무자를 면책한다'라는 면책허가결정문이 공고되었다. 2017년 11월 개인회생을 위한 변제계획안이 인가되고 5년만의 일이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 2011년이었고, 운영하던 회사를 법인 파산으로 정리한 것이 2015년, 법인파산과 함께 가계를 짓누르던 채무를 견디지 못하고 개인회생을 신청한 것이 2016년이었다. 서류 미비 등으로 늦어진 개인회생이 시작되고 5년만에 면책허가결정공고가 났다.

그날 낮에 나는 내 이름으로 된 신용카드를 다시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계획하고, 두드리고, 미리 헤아리자고 맹세하며 각오했다.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빠진다는 말처럼, 사업을 하는 동안 사람과 돈은 그렇게 왔다가 갔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아이디어로 시작한 사업이 투입되는 돈에 비해 실제 수익이 적고, 수익이 발생해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는 예상이 현실로 보이기 시작했다. 또, 사업을 하는 내가 개발자가 아닌 상태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개발자를 구하거나 외주를 맡기면서 진행했을때 생기는 문제를 왜 모른 척 했을까? 일단 시작하고나면 뭐든 진행이 될 거라는 무모함은 직장인일때는 가능했지만, 내가 사업을 시작했을때는 현실적인 문제가 되는 건데 그걸 애써 무시해왔다는 후회가, 외주 비용이 하나둘 쌓여가기 시작했을때, 밀려오기 시작했다. 

사업은 결국 두가지로 좌우된다. 돈과 사람.

나는 돈이 없었다. 

그리고, 나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수입은 별로 없지만,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고 같이 싸워볼 사람을 나는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고민이 매일 커져갔다.


직원들 월급을 줘야한다는 생각에 알바를 계속 했다. 그러던 중 두번째 사업 아이디어를 찾았다. 만들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알바를 하기 위해 방문한 회사의 신제품 전시장에서 놀고 있던 제품을 본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때 나에게 그 제품을 소개하고 있던 임원분에게 내가 했던 말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혹시 이 제품을 팔려고 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이 제품으로 사업을 전개해보려고 하시는 건가요?

그 임원분은 어느 쪽도 상관없다며, 혹시 좋은 아이디어가 있냐며 되물었다.

-음,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도 있을 거같은데, 제가 사업 제안을 드려도 될까요?

당시 그 회사는 기업 대상으로 B2B사업을 전개하고 있었지만, B2B 시장의 정체와 중국산 제품 수입 등으로 인해 소비자 대상 사업을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사업 제안이 유의미했었다.

그날의 미팅 이후 한달도 채 안된 시점에, 사업 아이디어를 정리해 회사를 재방문했다. 내가 그 회사의 대 회의실에서 사업제안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그 회사의 대표, 임원 그리고 대기업 임원 출신의 고문이 함께 했다. 나의 사업 제안을 가장 재밌어하고 지지했던 사람은 대기업 임원 출신의 고문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사업 제안이 끝나고 3일만에 연락이 왔다. 같이 하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나는 6개월도 안되어 외부 투자를 유치했다. 이때만 해도 나도, 나와 함께 일하던 직원들도, 사업을 함께 시작한 회사도, 투자자도 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위에도 썼지만, 사업은 결국 두가지로 결정된다고 나는 지금도 확신한다. 그 두가지는 돈과 사람이다.

그리고 나의 '성공할 뻔한' 첫번째 사업의 두번째 아이템은 돈때문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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