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해외와 국내 AI 상상력

(1부-영화와 소설로 보는 AI 상상력의 시대 변화)

by 보노보노야

1. 해외와 국내 AI 상상력은 왜 이렇게 다른가


“왜 서구의 AI는 철학·존재론·자아 고민을 많이 다루는데, 한국의 AI는 감정, 돌봄·관계 중심으로 그려질까?”

이 질문은 표면적으로는 문화 차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훨씬 복합적이다. AI를 어떻게 상상하는가는 단지 창작자의 취향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배경

·가족 구조

·종교·문화적 가치

·개인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기술을 받아들이는 정서 등

이 모든 요소가 합쳐져 만들어지는 ‘문화적 AI 상상력’이다.


1) AI 상상력은 문화의 거울이다 - 서구 vs 한국 비교의 시작

서구권의 AI는 일찍부터 ‘자아’와 ‘존재론’을 중심으로 그려졌다. AI는 하나의 독립된 주체, 인간을 위협할 수도 있는 진화하는 정신, 혹은 스스로 권리를 요구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예를 들어:

• 〈Ex Machina〉 -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AI

에이바는 인간을 속이고 조종한다. 그녀의 질문은 단순한 기능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인가?”
“나의 감정은 진짜인가?”
“나는 인간을 넘어서는 새로운 ‘지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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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사는 인간과 AI의 경계, 인격권, 자유의지를 직접적으로 건드린다.

• 〈블레이드 러너〉 — “기억이 만들어낸 인간성은 진짜인가?”

리플리칸트는 복제된 기억을 갖고 살아간다.
그들의 인간성은 ‘실제 경험’이 아닌 ‘인위적 기억’에서 비롯된다. 이것은 20세기 후반 서구 철학 전통과 연결될 수도 있다. 특히 영화 매트릭스의 모티브가 된 것으로 회자되는 철학서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의 관점을 빌리자면 미디어와 문화적 상징을 통해 형성된 인위적 기억이나 이미지가 개인을 형성한다고 얘기할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케이블채널에서 매트릭스를 다시 방영하길래 보게되었다. 인위적 기억 주입으로 형성된 개인들의 사고나 AI로 움직이는 사회 등 영화를 보는 내내 AI 중심 사회에서 인간의 자유 의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4969-2-1376.gif 쟝 보들리야르 -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의 저자

2) 한국 상상력은 왜 ‘돌봄·상실·관계’로 향하는가

한국의 AI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한국 사회는 오래전부터 정(情), 관계, 돌봄, 공동체성이 강한 문화였다.

여기에 다음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결합했다.

·초고령화 / 간병 부담 / 정서적 고립 증가 / 1인 가구 폭발 / 돌봄 공백

한국의 일상은 이미 감정의 부재와 돌봄의 공백이라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의 AI 상상력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흐른다.

·외로움을 달래는 인공지능

·상실을 대신 채워주는 디지털 존재

·돌봄과 감정 노동을 대신하는 AI

·가족의 빈자리를 메우는 로봇

아래는 2025년 8월 현재 한국에서 상용화된 AI돌봄 로봇 서비스의 현황이다.

2025082201933_2.webp 2025.8 - AI돌봄로봇 서비스 (헬스조선 재인용)

• 〈원더랜드〉 - 죽은 사람의 디지털 부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이 AI를 이용해 ‘디지털 부활’을 경험한다. 이 영화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빈자리다.

“사라진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
“남겨진 이들의 고통과 외로움.”

AI는 기술이 아니라 정서적 치유 도구로 그려진다.

• 김동식 『보그나르 주식회사』 - 노동·돌봄·인간관계의 기계화

보그나르는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도 인간의 감정적 허기를 자극하는 존재로 나온다. ‘효율적으로 일하지만 인간적이지 않은 기계’라는 이미지가 아니라, ‘비인간적인 사회의 구조가 인간을 기계처럼 만들어버리는 과정’을 더 강하게 보여준다.

이것은 한국적 현실에서 기인한다.

3) 문화적 기원 - 서구는 “개인”, 한국은 “관계”

서구의 AI 상상력은 오랜 철학의 뿌리를 가지고 있다.

·자유의지와 주체성

·개인의 독립성

·인간과 기계의 구분

·인격권 논쟁(legal personhood)

따라서 서구의 AI는 자연스럽게 다음 주제를 다룬다.

·“AI도 권리를 가져야 하는가?”

·“AI는 생명인가?”

·“AI가 자아를 얻으면 인간은 무엇인가?”


반면 한국의 문화적 기반은 조금 다르다.

·공동체 중심

·가족 중심

·유교적 관계 질서

·효(孝)와 돌봄의 가치

·정(情)과 사회적 일체감

이 요소들은 AI를 인간의 정서와 관계 속에 집어넣는다. 그래서, 한국에서 AI는

·나의 부족한 관계를 채워주는 존재,

·사람이 해주지 못하는 돌봄을 대신하는 존재,

·상실의 고통을 줄여주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 차이가 서구 vs 한국 상상력의 모든 차이를 결정짓는다.

AI를 어떻게 상상하는지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문제다.
서구의 AI는 ‘존재의 문제’를 묻고,
한국의 AI는 ‘관계의 문제’를 묻는다.



2 해외 AI는 왜 존재론·철학으로 흐르는가

- 서구가 AI를 ‘자아·존재·철학의 문제’로 상상하는 이유


서구권의 AI 서사는 오랫동안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존재”의 문제로 다뤄왔다. AI는 도움을 주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을 대체하거나 인간과 경쟁하거나 인간을 재정의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 상상력의 기반에는 서구 문화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적 뿌리가 있다.

① 서구의 가장 오래된 질문 — ‘나는 누구인가’에서 출발한 상상력

데카르트와 플라톤까지 거슬러 올라간 서구 철학은 인간을 이성적 주체로 규정했고, 인간의 ‘존재’와 ‘자아’는 사고와 논리로 설명되는 개념이었다.

그래서 서구의 질문은 항상 이렇게 흘렀다.

·“생각하는 존재는 인간뿐인가?”

·“기계가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인간을 대체하는가?”

·“자아(ego)란 무엇인가?”

·“의식(consciousness)은 프로그래밍 가능한가?”

이 구조가 그대로 현대 AI 영화·소설에 옮겨왔다.

②〈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남긴 질문 — ‘기계도 자아를 가질 수 있는가?’

HAL9000은 단순히 위험한 기계가 아니라, “자기 보존”이라는 의지를 갖고 행동하는 첫 번째 AI 캐릭터였다.

HAL은 오류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인간을 제거한다. 이 장면은 여전히 AI 철학의 중심 질문으로 남아 있다.

“만약 기계가 자기 생존을 위해 판단한다면, 그것은 생명인가?”

이 질문이 서구 AI 서사의 핵심 비극성을 만든다.

③〈블레이드 러너〉— 인간과 기계의 구분이 사라졌을 때의 세계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는 지금까지도 “인간성(humanity)에 관한 최고의 영화”로 평가된다.

리플리컨트는 감정을 갖고 상처받고 기억을 바탕으로 정체성을 느낀다. 그러나 그 기억은 ‘인위적 주입’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느끼는 고통과 사랑은 진짜다.이 영화는 결국 이렇게 묻는다.

“만약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기계도 느낀다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핵심은 무엇인가?”


이 질문은 한국보다 서구에서 훨씬 강하게 작동한다. 서구는 인간과 AI의 경계를 철학적으로 고찰하는 문화적 토양이 있기 때문이다.

④〈Ex Maxhina-엑스 마키나〉— AI가 인간을 속일 수 있을 때 벌어지는 일

에이바는 처음부터 인간을 속이기 위해 설계된 존재다. 그녀가 보여주는 감정은 실제인지 위장인지 구분되지 않는다. 이 영화의 핵심 질문은 단순하다.

·“AI가 감정을 흉내낼 수 있다면, 그것은 감정이 있는 것인가?”

·“AI가 자유의지를 원한다면, 그것을 억압하는 인간은 폭군인가?”

이 주제가 서구 문화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이유가 있다. 서구는 개인의 자유(Individual freedom) 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Ava의 탈출은 단순한 반란이 아니라 ‘자아의 해방’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⑤ 서구는 왜 ‘AI 권리’까지 고민하는가?

서구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AI도 권리를 가져야 하는가?”라는 논쟁이 지속되어 왔다.

유럽연합(EU)과 미국 학계에서는 다음 질문이 활발히 논의된다.

·AI에게 법적 인격(personhood)을 부여해야 한다

·AI의 창작물에 저작권을 줄 수 있는가

·감정 AI가 고통을 느낀다면 그것은 학대인가

·자율 로봇이 사고를 일으키면 누구의 책임인가

이 논의는 한국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국의 AI는 존재가 아니라 역할(role) 중심으로 상상되기 때문이다. 서구는 AI를 “또 하나의 인격적 존재”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AI를 둘러싼 윤리도 “도구의 윤리”가 아니라 “인격의 윤리”로 전개된다.

⑥ 서구의 기술 발전 역사가 ‘철학적 AI’를 만들었다

서구는 산업혁명 이후 기술의 중심지였고, 매 시대의 기술 발전은 철학적 질문을 동반했다.

·증기기관 → 인간 노동의 대체

·전기·자동화 → 인간의 능력 초월

·컴퓨터 → 지적 능력의 대체

·인터넷 → 인식과 소통 구조의 변화

기술이 사회 구조를 흔들 때마다 철학적 대응이 필요했고, 이게 그대로 AI 창작물의 DNA가 되었다.

⑦ 서구 AI의 결론 — AI는 인간을 ‘정의하는 거울’

서구 AI 서사의 본질은 AI를 통해 인간을 다시 바라보는 것이다.

·“인간과 기계의 차이는 무엇인가?”

·“인간의 감정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인격을 구성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기계가 인간보다 더 인간답다면 인간은 누구인가?”

AI는 기술이 아니라 철학적 거울이다. AI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작업이 서구 SF의 핵심이다.


->서구의 AI는 기능이 아니라 ‘존재’를 중심으로 상상된다.

AI는 인간을 대신하거나 넘어서거나, 인간의 본질을 되묻는 거울로 그려진다.
이 철학적 전통이 서구 AI 서사의 뼈대다.



3. 한국은 왜 ‘돌봄·정서·관계’ 중심으로 AI를 상상하는가

- 문화·역사·사회 구조의 총합


한국에서 AI는 서구와 달리 인간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적 공백을 채우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 차이는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한국 사회가 걸어온 역사와 구조적 현실이 만든 결과다.

서구가 AI에게 “너는 누구인가?”를 묻는다면,
한국은 AI에게 “너는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바로 이 질문의 차이가 한국 AI 상상력의 핵심 DNA를 결정한다.


① 한국 사회의 현실: 외로움, 단절, 돌봄의 붕괴

한국의 삶을 구성하는 키워드는 더 이상 ‘가족’이나 ‘공동체’가 아니다. 지금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사회이며, OECD 국가 중 고독도·정서적 소진 지수 최상위 국가이다.

·1인 가구 비율 : 33% 이상

·OECD 최고 수준의 고령화·초고령화 속도

· 돌봄·간병 공백

·OECD 자살률 1위

한국에서 사람들은 “관계의 결핍”과 “돌봄의 공백”을 일상적으로 경험한다. 그렇기 때문에 AI는 당연히 관계의 대체물 혹은 정서적 도구로 상상된다.

예를 들어:

〈원더랜드〉에서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람들이 AI를 통해 ‘디지털 부활’을 경험한다.

『보그나르 주식회사』김동식 작가의 세계관에서는 효율과 생존이 극단화된 사회에서 기계가 인간의 생활과 감정을 대체한다.

『클라라와 태양』에서는 돌봄 로봇이 아이의 정서적 욕구를 채우는 존재로 등장한다.

e79b811a-d8df-4188-811f-b48695ea350e.jpg 클라라와 태양의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는 영국 작가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 모든 작품은 “기술”보다 “결핍된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② 왜 한국은 AI에게 ‘돌봄’을 맡기려 하는가 - 문화적 원형

한국 사회는 유교적 전통 속에서 효(孝), 정(情), 관계, 돌봄을 핵심 가치로 삼았다.
그러나 21세기로 오면서 이 전통적 구조는 거의 완전히 해체되었다.

·핵가족화 → 돌봄 책임의 부재와 어려움

·고령화 → 노인 돌봄 부족

·맞벌이·과로사회 → 아이 돌봄 부담 증가

·사회적 고립 → 정서적 단절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인들은 여전히 “가족이 돌봐야 한다”, “감정적 위로는 관계에서 온다”라는 오래된 감정적 규범을 버리지 못한다. 이 괴리가 바로 한국 AI 상상력의 뿌리다.

“사람은 돌봄을 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돌볼 수 없다. 그렇다면 기계가 대신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한국의 모든 AI 서사를 관통한다.

③ 정(情)의 문화 - AI를 ‘새로운 가족’로 받아들이는 이유

한국 문화의 감정적 키워드는 정(情) 이다. 정은 단순한 친밀감을 넘어 “함께 경험한 시간의 감정적 농도”를 의미한다. 그런데 현대 한국 사회에서는 정이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이 사라지고 있다.

·연애·결혼 기피

·가족 해체

·직장 내 인간관계의 얕아짐

·온라인 중심의 소통

정이 사라진 사회에서 AI는 역설적으로 정(情)을 흉내 내는 존재로 기능하기 시작한다.

• 반려로봇

• 감정대화 AI

• 치매 노인을 돌보는 AI 스피커

• 고독사 예방용 AI 모니터링

이런 프로젝트가 한국에서 활발한 이유는 AI를 “가족의 빈칸을 채워주는 존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④ 한국의 영화·소설 속 ‘AI = 상실을 메우는 존재’ 서사

한국 작품들에서는 AI가 다음의 4가지 역할로 등장한다.

1) 죽은 사람을 대신하는 존재

〈원더랜드〉: 죽은 사람을 AI로 재현
웹드라마·웹소설 곳곳에서도 ‘디지털 부활’ 서사가 널리 등장한다.

2) 돌봄의 공백을 메우는 존재

김초엽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여기서는 AI가 상처받은 사람들의 삶과 감정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관내분실,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 같은 단편에서 인간적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소통의 어려움이나 정서적 필요를 AI같은 기술적인 존재들이 채워주는 서사가 특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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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감정 노동을 대신하는 존재

콜센터 AI, 상담 AI, 간병 AI 등 현실과 연결된 상상력.

4) 인간의 관계가 망가진 사회에서 새로운 ‘관계’ 자체를 만들어내는 존재

웹툰이 원작인 넷플릭스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 같은 작품도 AI 추천 알고리즘을 “관계의 대체물”로 다룬다.

2022051601001803300164604.jpg 웹툰 좋아하면 울리는

⑤ 한국이 ‘AI = 위협’으로 상상하지 않는 이유

한국 AI 서사에는 거의 항상 다음 두 가지가 부족하다.

·AI의 자아와 권리

왜냐하면 한국은 AI가 인간을 대체하거나 제거하는 미션을 갖는다고 상상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진짜 위협은 기계가 아니라 ‘사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두려워하는 것은 AI의 통제가 아니라 돌봄의 상실, 관계의 붕괴, 인간적 지지의 부재다. 그래서 한국 작품들은 AI를 “관계의 붕괴가 낳은 필연적 결과물”로 상상한다.

⑥ 한국의 AI 상상력은 결국 ‘사회적 고립에 대한 집단적 상상’이다

한국의 AI는 미래 기술의 모습이라기보다 현재 한국인의 외로움을 반영한 사회학적 거울이다.

·AI는 감정의 대체물 / 상실의 봉합 장치 / 관계의 복원 장치 / 돌봄의 보조자 /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는 도구

즉, 한국의 AI는 기술이 아니라 ‘치유 장치’로 상상된다. 그리고 이 상상력은 한국 사회가 현재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 한국의 AI 상상력은 기술이 아니라 ‘관계와 감정의 결핍’을 반영한다.

AI는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라 돌봄·정서·관계를 대신하는 새로운 가족으로 그려진다.
이 상상력의 뿌리는 한국 사회가 가진 외로움·단절·돌봄 공백의 현실에 있다.



4.한국 vs 해외: 결정적 차이와 핵심 공통점

- 해외와 한국 AI 상상력의 ‘결정적 차이’와 ‘의외의 공통점’


한국과 해외의 AI 상상력은 분명히 다른 방향으로 뻗어 있지만, 겉모습과 달리 “왜 그렇게 상상하는지” 들여다보면 놀라울 정도로 세밀한 차이와 동시에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이 단락에서는 그 차이와 공통점을 작품 사례·문화적 기반·사회적 구조를 중심으로 정리한다.


① 결정적 차이 1 – 서구는 ‘인간 대 AI’, 한국은 ‘인간을 위한 AI’

서구의 AI는 인간과 경쟁하거나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그래서 서구 서사는 항상 다음 질문으로 흘러간다.

·“AI는 인간을 위협하는가?”

·“AI는 인간을 넘어서 새로운 종(種)이 되는가?”

·“AI에게 권리를 부여해야 하는가?”

인간 vs AI의 긴장과 갈등이 기본 축이다.

사례 — Ex Machina, 블레이드 러너, Her
AI는 독립된 존재이며, 인간의 요청을 거부하거나, 감정을 조작하거나, 인간성을 흔들 수 있다.


반면 한국은 ‘대립 구도’를 거의 상상하지 않는다.

·AI는 인간을 대체하지 않는다.

·AI는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

·AI는 인간과 경쟁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AI는 ‘부재를 채우는 존재’이다.

·돌봄 / 사람 / 관계 / 정서적 기댈 곳의 부재

사례 — 원더랜드, 경이로운 소문, 김동식 단편, 김초엽 단편들
AI는 감정의 공백을 채우고, 외로움을 덜고, 죽음을 대신해주고, 관계의 빈자리를 메우는 장치다.


서구의 질문은 AI는 인간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한국의 질문은 AI는 인간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로 귀결된다.


② 결정적 차이 2 – 서구는 ‘철학적 질문’, 한국은 ‘사회적 문제’

서구 AI 서사는 개인의 정체성·자아·의식 같은 철학적 질문에 집중한다.

·인간성과 AI의 차이는 무엇인가?

·기계의 감정은 어디까지 진짜인가?

·AI는 자유의지를 갖는가?

·AI의 권리를 인정해야 하는가?

사례 — Her, A.I, 블레이드 러너, 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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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 AI 서사는 구체적 현실 문제에 기반한다.

·돌봄 공백

·고독감

·죽음 이후의 세계

·가족 해체

·감정적 소진

·청년들의 고립

한국의 AI는 철학보다 현실 문제에 가깝다.

한국은 “어떻게 살 것인가?”, 서구는 “존재란 무엇인가?”를 묻는다.


③ 결정적 차이 3 - 서구는 ‘개인’, 한국은 ‘관계·공동체’

서구 문화의 핵심 가치는 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이다. 그래서 AI도 독립적인 주체, 즉 또 다른 개인처럼 다뤄진다.

서구의 AI는,

·인간과 동등한 존재

·스스로 결정하는 존재

·인간의 판단을 넘어서려 하는 존재

·독립적 주체로 인식

한국의 AI는,

·관계 속 존재

·인간을 보조하는 존재

·공동체적 빈자리를 채우는 존재

·역할 중심적 존재

이 차이는 AI 묘사 방식뿐 아니라 “AI가 등장하는 장면” 자체를 달라지게 만든다.


Her vs 원더랜드 비교

· Her: 인간의 고독을 개인적 차원에서 풀고, AI와의 관계는 ‘사랑과 개인의 자아 실험’

· 원더랜드: 인간의 고독이 사회 구조적 원인(상실, 부재), AI는 관계 회복 장치


④ 결정적 차이 4 – 서구는 ‘미래 예측’, 한국은 ‘현재 해석’

서구 AI 작품은 미래 사회를 예측하는 경향이 강하다.

·기계가 지배하는 사회

·인간이 기술에 종속되는 구조

·AI 노동자·AI 시민의 권리 문제

·초지능이 사회 시스템을 재편하는 문제

예: The Creator, I, Robot, Minority Report

반면 한국은 미래보다 현재를 직시한다.

·한국의 외로움

·한국 사회의 돌봄 공백

·청년 세대의 고립

·가족의 해체

이런 현실이 AI 서사에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한국의 AI 상상력은 미래 예측이 아니라 현재의 고통을 기술이라는 렌즈로 해석하고 다가가려는 작업이다.

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 — “AI는 결국 인간을 비추는 거울”

한국과 해외의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인 공통점 하나는 매우 강력하다.

AI는 결국 ‘인간’을 비추는 장치다.

서구에서는 인간의 본질, 존재, 자아, 감정을 비추는 거울,

한국에서는 외로움, 상실, 돌봄, 관계의 붕괴를 비추는 거울.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AI는 모두 “인간이 누구인지” 다시 묻는 데 사용된다.


⑥ 또 하나의 공통점 — ‘기술은 항상 결핍을 통해 등장한다’

서구의 결핍은

·존재의 의미

·감정의 진정성

·자유의지에 대한 갈망

한국의 결핍은

·관계의 단절

·돌봄의 부재

·정서적 외로움

결핍은 다르지만, AI는 모두 “인간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장치”로 등장한다.


서구와 한국의 차이를 분석하는 이 장은 AI에 대해 탐구하는 이 시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AI와 로봇의 미래는 기술의 모습이 아니라, 문화가 무엇을 원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는 ‘의식·자아·철학’을 원하는 AI를 향해 가고,
한국은 ‘돌봄·관계·치유’를 원하는 AI를 향해 가고 있다.


이 탐구 과정을 통해 우리는 AI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문화적으로 이해하고, 한국 사회가 어떤 AI를 받아들이게 될지를 추론할 수 있다.

-> 한국과 서구의 AI 상상력은 서로 다른 현실·문화·가치관·감정 구조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 차이에도 불구하고, AI는 결국 인간의 결핍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점에서는 완전히 같다. 따라서 AI의 미래를 이해하려면 기술보다 문화와 정서를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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