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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보노야 May 13. 2024

나의 사업 이야기. 3

돈은 빨리 사라진다

사업을 시작하고서 첫 달부터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서비스를 준비하는 동안 여태 해왔던 일을 배경으로 에이전시 일을 한 건데, 운좋게 매출이 꾸준히 발생했다. '운이 좋았다'

다만, 에이전시 일이라는게 마른 땅에 우물 파는 것처럼 계속해서 땅을 파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나 파서 우물이 나온다고 계속 나오는게 아니라는 얘기다.

어쨌든 몇개월동안 하면 온라인 서비스가 완성되겠지 했는데, 그 사이에 진행하던 에이전시 일은 종료가 되었고, 온라인 서비스는 아직 개발중이었다. 자본금 5천만원으로 시작한 사업인데, 돈이 조금씩 마르기 시작했다. 에이전시로 번 돈은 직원들 월급주고, 사무실 운영비로 나갔다. 자본금 5천만원으로 서비스를 만들고 있었다. 외주비용에 온라인에 올릴 콘텐츠 비용 같은 것들.

겨우겨우 서비스를 오픈하고, 네이버 블로그를 뒤져서 여행 콘텐츠를 많이 올리던 블로거에게 돈을 주고 몇개의 홍보성 콘텐츠를 올렸다. 그리고, 지인을 동원해 신문기사 몇 개를 게재했다.

서비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조금씩 생기는 거같은데 돈은 계속 들어간다. 


결국, 자본금이 거의 소진되었다. 

움켜쥐었다고 생각하지만, 손가락 사이로 모래는 쉴 틈없이 빠져 나간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을 찾아갔다. 

미리 준비해둔 서비스 소개서와 사업계획서를 들고 가서 담당자를 만났다. 온라인으로 필요한 서류를 미리 작성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담당자가 사무실로 실사를 나왔다. 그리고, 5천만원의 보증 대출을 만들어주었다. 덕분에 벤처 기업 타이틀을 달게 됐다. 어쨌든 가뭄에 단비라고 통장에 돈이 들어오니 그날 저녁은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러나, 방문자가 '적당히' 있는 서비스에서, 매출이 얼마나 생기겠는가. 매출을 만들 준비는 아직 안된 상태였다. 매출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5천만원은 그리 오래 버틸 수 있는 돈은 아니다. 숨만 쉬어도 매달 나가는 돈은 나가게 되어 있다. 내가 돈을 못가져가도 직원들 월급은 줘야 하니, 보증대출로 5천만원이 들어오고 하루가 되지 않아 자금을 알아보러 다니고, 에이전시로 봐줄 일을 소개 받으러 다녔다.


마이너스 통장으로 쓸 수 있는 돈은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는 한편 여기저기 투자 문의를 했지만, '재밌는 서비스 이긴 하지만, 잘 모르겠다'라는 형식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마이너스 통장은 최후의 보루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한참을 자금과 사업 사이를 헤매고, 에이전시일과 하고 싶은 본업 사이를 헤매면서, 과연 이게 돈이 되긴 되는걸까? 나한테 이거 괜찮은 거같애 라고 했던 사람들의 의견은 다 뭐지? 하며 혼자 소주를 몇번 마셨다. 그리고 이상한건 그때쯤부터 약 2년간 커피를 못 마시게 되었다. 커피만 마시면 속이 쓰리고, 밤이면 잠도 못자고 그런 날들이 이어져 아예 커피를 끊다시피 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에이전시 일을 봐주러 간 회사의 제품 전시실에서 두번째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떠 올랐고, 사업 제안을 하겠다는 말에 그 회사의 전무는 좋은 아이디어는 언제든 환영이라고 했다. 3주 후에 사업 제안 발표를 했고, 2주도 안되어 설립 자본금이라며 1억이 신규 법인 통장으로 들어왔다. 서비스를 만드는데 필요한 제품은 그 회사에서 제품 개발을 더 해 제공하기로 했고-물론 후불로 정산하는 조건-, 나는 1대 주주로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오프라인에 플랫폼을 만드는 서비스였는데, 필요한 제품 개발이 거의 끝나갈 때쯤 투자를 받아야겠단 생각을 했다. 자본금은 얼마 남지 않았고, 곧 서비스를 런칭할 생각을 하니 자금 계획을 세워야 했다. 

얼마 있다가 지인으로부터 자산가 두 명을 소개받았다. 첫만남에서는 간단하게 커피를 마시며 사업 소개를 했고, 두번째 만남에서 사업 계획을 포함한 제안 발표를 했다. 2주 후에 3억이라는 돈이 통장으로 들어왔다. 


이후는 좀 지저분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업 파트너간 관계가 흔들리고, 1대 주주와 2대 주주간 다툼이 생기고, 돈 얘기가 나오고, 누구 지분을 어떻게 하느니 이런 얘기가 나왔다.

그런 일련의 일들이 진행되면서 결국, 나는 새로 만든 법인의 지분을 모두 넘기고 나오게 됐다.


아무도 없는 사막에 혼자 떨어진 내가 사업 파트너를 찾아헤매고, 없는 돈을 만들어 꾸리고, 투자자를 만나러 다니고, 그러다가 결국 집까지 날리게 된 큰 실패를 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해야할 거같다. 


오늘 이야기의 교훈 : 

-모든 결정은 자기 판단이다. 남이 좋다 나쁘다 하는건 말그대로 의견일 뿐이다. 조언자(혹은 컨설턴트)는 책임지지 않는다.

-모든 사업 관계는 이익을 위해 뭉친 이해집단일 뿐이다. 이해집단 안에서 의리를 맺지 마라. 이해집단의 의리는 그들을 위해 얼마의 이익을 만들어주느냐로 만들어진다.

-버는 돈으로 월급과 회사 운영비를 충당하지 못하면, 그 사업은 의미가 없다. 투자와 대출로 연명하는 사업은 언제든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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