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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보노야 May 14. 2024

나의 사업 이야기. 4

운칠기삼? 아니, 훨씬 더!

사업 이야기를 쓰다보니, 생각나는 것이 있다.


'나는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진짜 운이 좋았던거 같아요. 월급날이 다가와 고민하고 있으면 생각도 못한 거래처에서 미수금이라고 입금을 해주는 거에요. 삼촌이 하던 사업인데, 손놓고 나간걸 내가 이어받았거든요. 나도 얼마나 고민이 됐겠어요. 덜컥 이어받긴 했는데, 이걸 어떻게 끌고가야 하나. 그렇게 고민만 하면서 이것저것 쌓인 제품을 만지고 있는데, 어느 날 **이라는 회사에서 새로운 제품을 자기네 회사의 기존 제품군에 부착하고 싶다면서 만들수 있는 곳을 여기저기 찾고 다니더라구. 아, 우리 사무실도 청계천에 있었죠. 지금이야 이렇게 번듯한 건물도 있지만. 그때는 정말 청계천 안에 꼬불꼬불 찾아들어가야 겨우 찾을 수 있는 사무실이었어요. 여기저기 두드리다가 나한테도 온거였지. 이런 제품을 생각하고 있는데 혹시 만들 수 있냐 하길래, 일단은 그냥 된다고 했죠. 뭐 그렇게 어려울 거 같진 않더라구. 돈이 될지 안될지 몰라서 그렇지. 그렇게 시작된게 지금 우리 회사를 만든 거예요. 이건 내 생각인데, 다른 사장님들은 일이 바쁘니까, 그걸 귀찮아했을 수도 있었을 거같애요. 몇 개도 아니고, 그냥 일단 만들어놓은 거 보고 그때가서 얘기해보자고 했거든. 나는 그때 일감이 없어서 놀고 있었으니까 한거였죠. 암튼, 다시 하던 얘기 더 하자면, 운이 여러모로 좋았어요. 

사실 이게, 직원들은 잘 모르는 얘긴데, 내가 중학교밖에 못나왔어요. 집안 형편도 그렇고해서 청계천에 있던 삼촌네 가게에 가서 기술 배우면 밥은 먹고 살겠다 싶어서 간 거였어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삼촌이 그만두시면서 가게를 넘겨 받을래 하시길래, 얼떨결에 그렇게 된거거든. 계획? 그런게 어딨어요. 

삼촌은 그 조그만 가게가 이렇게 커질 줄, 내가 이렇게 살 줄은 생각도 못하셨을거야.'




연매출 400억 가량을 매년 꾸준히 하는 회사 대표님이 내게 해주신 얘기다. 사업 관계를 맺었고, 그리 좋게 끝나지는 못했지만, 그 분이 맨손으로 사업을 일구고 유지시켜 나가는 모습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다. 

60세가 넘은 분이 나에게 매번, 사업은 말야, 운이 대부분을 좌우하는 거같애요. 하고 얘기했었다.

'나는 희한하게 돈이 필요할 때가 되면 돈이 생기고, 사람이 필요할 때가 되면 어디선가 사람을 알게 되더라구요' 하면서 그에 얽힌 얘기들을 풀어주셨다.


사업을 하는데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돈과 사람이다. 그걸 준비하고 나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때 나는 내 주변 지인들한테, 절실함을 갖고 해야지 뭐..라는 말을 계속 했었다. 절실함, 열정 뭐 이런 얘기. 


그런데 곰곰히 예전을 떠올려보니, 절실함도, 열정도 '운'을 이길 수는 없었던 거 같다.

아, 물론 노력하는건 기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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