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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보노야 May 14. 2024

나의 사업 이야기. 5

투자 얘기 쓰려다가 기억난 에피소드

투자를 받기 위해 버둥거리고 애쓰던 시절 들었던 말중에, 가장 충격적인 말은 이런 것이다.


'혹시 대표님 학교 어디 나오셨어요? 저희는 솔직히 아이템 별로 안봐요. 팀을 제일 중요시 여겨요. 팀 구성원들이 어떤 경력(회사)을 갖고 있는 지 혹은 어디 학교를 나왔는 지를 제일 중요하게 봐요.아이템은 솔직히 저희가 만들어줄 수도 있어요. 저희한테 오는 아이템이라는 것들이 우와 하는 것보다는 다듬어야 할 것들이 대부분이거든요......................'

거짓말 같지만, 실제로 VC에게 들은 말이다.

다만 내 앞에서 직접 한 얘기는 아니고, 나를 너무 잘 아는 분이 아이템이 아깝다며 아는 VC에게 소개서를 보냈다가 잘 안다는 소속임원에게서 전화로 직접 들은 얘기다. 그리고 이 말을 돌려돌려 매우 조심스럽게 내게 전달해줬다. 

그 VC는 훌륭한 실적을 많이 낸 '굉장히' 유명한 회사이다. 그래서, 할 말이 없다. (-.-)


모든 VC가 다 저렇지는 않다. 아이템을 중요하게 여기고, 아이템 중심으로 많은 내부 논의와 조사를 거쳐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한다. 물론 첫단계부터 많은 내부 논의와 조사는 아니겠지만. 일단 첫단계를 거치고 나면 그렇다는 얘기다. 


투자를 받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많은 것들에 대해 들었지만, 가장 와 닿은 건 참 뻔하지만 어려운 것이다. 

바로 '첫 느낌', '첫 인상' 이라는 것이다.

사업계획서 첫페이지를 열면서 오는 느낌, 인상 말이다.

'그러니, 첫페이지 만들기가 이렇게 힘들지'


제목을 어떻게 써야 할지, 

내 사업의 포지션을 뭘로 잡아야 할지,

남들과 다른 사업이라는 걸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고민고민하면서 사업계획서를 만들어도 첫페이지부터, 에이 너무 뻔한데 라는 인상을 받는다니..참 속상한 일이다.


VC에 무작정 메일을 보내거나, 소개받았다며 사업계획서를 보내달라고 해서 보내면 돌아오는 대답은,

'사장님의 사업 아이템은 독특하고 재미있으나, 저희 회사가 추구하는 투자 전략과는 조금 맞지 않아, 

저희가 투자하기에는 어려울 것같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장님의 사업이 비전이 없다거나 시장성이 없다는 것은 아니며, 다만 저희의 투자방향과 다른 점이라는 것을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

사장님 사업의 건승을 바랍니다..............'

뭐 이런 속상한 내용이다. 결론은 하지 않겠다는.

하지 않겠다는 말을 뭐 이리 어렵게 하는건지. 기분이 안좋고 소주를 부르는 건 같은 건데.


아무튼...저런 첫인사 어쩌구 하면 장황한 얘기를 하던 지인이 내게 말한 건 이렇다.


중국집 옆에 새로 중국집 차리면서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데 누가 돈을 빌려 주겠냐. 

그래도, 

'신라호텔 중식당에서 20년 일하고 이번에 부주방장으로 은퇴해서, 신라호텔 중식당에서 3만원짜리 짜장면을 만들던 신라호텔 20년 경력의 주방장이 만드는 짜장면과 짬뽕'전문 중국집을 차리려고 합니다.라고 하면 돈 빌려줄 확률이 조금 더 올라가지 않을까?


누가 그걸 몰라. 그렇게 하는게 어렵다고..

맘에 안들면, 너가 직접 한번 써보든가, 아님 직접 해보든지. ^^


투자나 대출 얘기는 아무래도 다시 써야 할 것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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