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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홍 Mar 18. 2019

왜 수영이 필요할까

<1인용 감성>



인간은 하늘을 날 수 없지만 물에서는 날 수 있다. 더운 날 물속에 첨벙 뛰어드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다. 수영은 나에게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배우고 포기하기를 반복하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반년 정도됐다. 이제 겨우 평형을 뗐고 자유형도 아직은 어설프다.


요즘은 접영 발차기를 배우고 있다. 접영 발차기는 돌고래처럼 두 발을 모아서 찬다고 해서 ‘돌핀 킥’이라고도 부른다. 아직 배우는 단계이지만 돌핀 킥을 해보면 진짜 돌고래가 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 몸의 구조는 수영을 하기에 딱 적합해 보인다.



수생 유인원 이론


이런 인체 구조를 바탕으로 인류의 조상이 물에서 생활했다고 주장하는 수생 유인원 이론(Aquatic Ape Theory)이 있다. 다른 유인원에 비해 털이 적고 몸이 유선형인 이유는 물속에서 움직이기 쉽게 진화한 결과라는 설이다. 걸음마도 못 뗀 아기가 물에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수영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꽤 흥미롭고 일면 타당해 보이는 이론이다.


이족 보행 또한 물에 적응하기 위한 동작에서 진화한 것이라고 한다. 물에서 머리를 내밀고 호흡하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원시 인류의 수영법은 미국과 호주 대륙 원주민의 수영에서 그 형태를 추측해볼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자유형의 대명사가 된 ‘크롤’이다.



크롤 영법


16세기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대표적인 영법은 평영, 배영, 횡영 그리고 개헤엄이었다고 한다. 크롤 영법은 1844년 런던에서 열린 수영 대회에 참가한 두 명의 북아메리카 원주민을 통해 유럽에 처음 알려졌다. 이들은 평영을 한 영국 선수들을 제치고 1, 2위를 차지했다. 당시 유럽인은 크롤 영법을 두고 야만적이라고 하며 거부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름에서부터 이를 알 수 있는데, ‘크롤’은 짐승이 네발로 기어가는 모습을 일컫는 단어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러 미국의 수영 선수인 찰스 대니얼스가 오늘날의 크롤 영법을 완성했다. 그는 이 영법으로 1904년과 1908년 올림픽 자유형 종목에서 7개의 메달을 휩쓸었다. 그때부터 영법 중 가장 빠르다고 평가받는 크롤 영법이 자유형의 대명사가 됐다고 한다. 보수적인 유럽과 달리 원주민의 수영법을 빠르게 받아들인 미국과 호주는 오늘날까지 수영 강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수영의 암흑기


인간이 늘 수영과 가까웠던 것은 아니었다. 수영도 암흑기가 있었다. 중세 유럽에선 벌거벗은 몸을 죄악으로 여기는 종교의 영향으로 오랫동안 수영을 경원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말라리아 등 오염된 물로 인한 질병의 원인이 마녀와 같은 초자연적인 힘 때문이라는 미신까지 퍼지면서 16세기 중반까지 수영 자체를 금지한 나라가 많았다고 한다.


수영에 대한 인식은 르네상스 시대에 들어 바뀌기 시작했다. 대항해 시대가 시작되면서 수영의 가치가 급부상했다. 18세기에 이르러 수영은 오락과 스포츠로서 재발견됐다. 1896년 올림픽이 부활하면서 수영은 육상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종목이 됐다. 실제로 수영은 하계 올림픽에서 육상 다음으로 많은 금메달이 걸린 종목이다.



생존 수영


외국에 나가서 보면 바다나 수영장에서 머리를 내놓고 수영하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소위 ‘리조트 수영’으로 부르기도 하는 영법이다. 이는 내가 수영을 배우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머리를 내놓고 수영하는 영법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실시하는 생존 교육 덕분에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어렸을 때 수영을 배우고 안 배우고에 따라 물과 관련된 사고 발생률의 차이가 크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흑인 아동의 익사율이 백인보다 세 배나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저소득층 지역 학교를 중심으로 수영 생존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1955년에 수학여행 중이던 배가 침몰하면서 100여 명이 사망한 사고가 난 후 전국 초등·중학교에 수영장 설치 및 수영 교육 의무화를 추진했다. 우리나라도 세월호 참사 이후 초등학교 생존 수영 의무 교육을 하고는 있지만 시설과 예산이 부족하기에 아직은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단 한 명이라도 더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있을까 하는 마음가짐으로 시행착오를 극복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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