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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홍 Mar 25. 2019

왜 출근은 힘들까

<1인용 감성>



회사가 사무실을 광화문 위워크로 옮겼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시간이 날마다 20분씩이나 출퇴근 시간으로 차출되게 생겼다. 이 시간에 책을 읽거나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면 아깝지 않겠지만, 도착했을 때부터 만원인 버스에 몸을 구겨 넣으면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을 꺼낼 수조차 없다.


만원 버스를 타면 사무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진이 다 빠진다. 게다가 야속하게도 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서 코앞에서 버스를 놓치면 20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 지난 목요일에는 종로 1가 정류장에서 내려서 사무실까지 약 600m를 쉬지 않고 달렸다. 조깅한 것은 아니고, 지각을 면하기 위해서였다.



상습 지각범


그전 사무실에 있을 때는 보통 9시 반에서 10시 사이에 출근했다. 말 그대로 상습 지각범이었다. 하지만 야근할 때도 많았으므로 양심의 가책은 없었다. 사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면서 새로 온 팀장은 출근 시간을 9시 반으로 못 박았다. 가뜩이나 멀어졌는데 적응하기 힘들었다. 2분만 늦어도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팀장은 일이 없을 때는 5시도 안 됐는데 퇴근하라는 말을 했다. 그쯤 되니 정시 출근을 안 지키려야 안 지킬 수가 없었다.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것만으로 내 삶은 바뀌고 있다. 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원해서 바뀌는 것이 아니란 점은 분명하다.



앉으면 눕고 싶다


회사가 정해놓은 퇴근 시간은 오후 6시 반이었다. 새로운 팀장이 오기 전에는 일이 없어도 퇴근 시간까지 미적거릴 때도 있었다. 그것도 고역이었다. 출근의 여유와 조기 퇴근을 저울질해보면 무엇이 더 좋은지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다. 야근의 저주에 걸린 이는 그게 무슨 배부른 소리냐며 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시 출근은 내게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이전 회사를 그만둔 가장 큰 이유가 아침 8시 반 정시 출근 때문이었다. 그래서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의 지금 회사로 옮겼다. 그런데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더니 편한 것에 대한 탐욕은 끝이 없나 보다.



사무실로 돌아오거나, 회사를 떠나거나


출근이 이토록 힘든데도 굳이 출근해야만 할까. 언뜻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업무는 전화나 메일로 처리할 수 있다. 회의가 필요할 때는 화상 회의를 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제도의 합리성을 인간이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해 IBM의 재택근무제 폐지는 세계적으로 큰 파문을 불러왔다. 재택근무제 폐지의 이유는 경영진이 매출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재택근무제를 꼽았기 때문이다. 1992년부터 시행한 재택근무제를 통해 전체 직원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약 15만 명이 사무실 밖에서 일했다고 한다. 수십 킬로미터나 떨어진 지사 사무실로 복귀하란 말은 사실상 퇴사 통보나 다름없어 보인다. 컴퓨터 부속을 갈아 끼우듯 직원들도 갈아 치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Do what you love


개인적으로는 효율을 따지기에 앞서 집에서 느끼는 아늑함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일과 삶의 터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터에 오면 일을 위한 자세가 갖춰지는 것이 좋고, 쉼터에서는 뼛속까지 드러눕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서는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 또한 분리돼야 한다. 아쉽지만 이런 점에서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매일 아침 벌어지는 일과 삶의 절개 수술은 익숙해지지 않고 늘 아프다.


위워크 입구에는 ‘Do what you love’라는 말이 쓰여 있다. 사실 놀이터에나 어울리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 주문을 건다.

  ‘나는 사랑하는 일을 지키기 위해 출근한 것이다.’

이 문구를 볼 때마다 침대맡에 앉아 느긋하게 마시던 따뜻한 라테가 그립다. 행복은 왜 회사에서 멀리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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