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노트북을 들고 동네 카페에 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한참동안 노트북 화면을 들여다보는데 앞에 앉는 다른 손님이 눈에 띄게 의자를 조심스럽게 꺼내는 모습을 목격했다.
처음엔 2층 손님은 나 혼자뿐이라 자각하지 못했는데 그 카페의 가구들은 유난히 소음을 많이 만드는 종류의 것이었다. 이 공간의 누군가는 성큼성큼 걸어와 가방을 던지듯 내려놓고 의자를 거칠게 끌어냈는데 또 다른 누군가는 의자 끄는 소리에서 커피잔 내려놓는 모습과, 앉는 동작까지 온 몸에 조심스러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사람들 모두 섬세함의 정도와 방향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친구는 ‘이런 부분까지?’싶은 선까지 배려의 폭이 넓고 깊었다. 또 누군가는 생각지도 못한 나의 불편함을 알아채고 먼저 움직이기도 한다.
요즘 나는 어떤지 생각했다. 요즘의 나는 이전보다 쉽게 ‘그것까진 내 영향력 밖’의 일들을 골라내고 있었다. 원래 그랬나 생각해보면, 원래도 그러긴 했다. 침범받지 않고 침범하지 않는 것이 내 행위의 주된 지표였다. 하지만 최근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보면 나를 통제하는 데 있어 타인의 행위가 미치는 영향력을 줄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음먹은대로 됐는 지 경과를 살펴보면 절반은 그렇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는 것. 생각에는 방향성이 존재해서 좋은 생각은 좋은 쪽으로, 나쁜 생각은 나쁜 쪽으로 흐름을 만든다고 한다. 그렇다면 요즘의 나는 어느쪽이었을까. 수행하기로 한 과제를 정리하지 않으면 확인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여전히 알 수 없다.
그래도 일단 카페를 나설 때 의자를 조심히 들어 밀어 넣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