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 그것이 세상의 새로운 이름이었다.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배웠다.
나는 낡은 수첩을 꺼냈다. 그곳에는 내가 마지막으로 기록했던 단어들이 남아 있었다. ‘마지막’, ‘시작’, ‘두려움’. 그 단어들은 원초적인 감정과 연결되어 끈질기게 살아남아 있었다.
나는 그 옆에 새로운 그림을 그렸다. 한서연과 내가 손을 잡고 있는 모습. 그리고 그 아래, 내가 기억하는 유일한 문장을 떠올렸다.
‘우리는 사랑한다.’
그 감정은 단어가 없어도, 내 심장 속에서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언어보다 강하고, 시간보다 영원한, 우리의 마지막 단어였다. 우리는 언어가 사라진 세상에서, 진정한 우리 자신을 찾았다. 그리고 그 마지막 단어는, 우리의 삶을 영원히 밝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