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잊힌 기억의 파편

by 몽환

그들은 나를 억지로 루나 랩스 본사로 끌고 갔다. 도심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유리와 메탈로 이루어진 거대한 빌딩. 5년 전, 내가 연구원 시절 매일같이 오르내리던 곳이었다.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더 차갑고, 더 정교하고, 더 감정이 없는 곳으로. 나는 그곳에서 닥터 정우성을 다시 만났다. 그의 얼굴은 예전보다 더 주름졌지만, 눈빛은 여전히 젊은 시절의 야심과 권력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유진아, 오랜만이구나."

그는 다정하게 말했지만, 그 다정함 속에는 날카로운 칼날이 숨겨져 있었다. 나는 그의 의도를 알았다. 그는 내가 왜 여기에 끌려왔는지, 그리고 내 손에 어떤 칩이 들려 있었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


"이서진이라는 여자를 만났더구나." 정우성은 내게 굳어진 시선으로 말했다. "그리고 그녀가 가져온 칩을 분석했지."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나를 꿰뚫어 보듯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칩 안에는 '나비 효과' 기술로 조작된 꿈 데이터가 있었을 거다. 그리고 네가 그 데이터의 심층부에 접근하는 순간, 우리의 보안 시스템이 경고음을 울렸지."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이서진이 나를 찾아온 것도, 내가 그녀의 의뢰를 받은 것도.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그들의 계획이었다는 것을. 나는 이서진에게 이용당한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누구입니까?" 나는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그리고 5년 전 사고는... 대체 무엇이었죠?"


정우성은 피식 웃었다. "그건 네가 잊고 싶어 하는 기억이 아니었나? 사고는 사고일 뿐이야. 그리고 그 기억의 파편들은, 네가 우리의 기술을 완성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열쇠가 될 거다."

그는 내게 새로운 제안을 했다. 루나 랩스로 돌아와 '나비 효과' 기술을 완성하라는 것. 그리고 이서진의 정체를 밝혀내, 이 모든 일을 마무리하라는 것. 나는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나는 다시는 그 기술에 손댈 수 없었다. 내 손에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정우성은 내 약점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네가 거절하면... 네 소중한 사람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 네가 아끼는 강민지 양 말이야."

그의 말에 내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민지. 그녀는 내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녀를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었다. 나는 그에게 협력하는 척, 그들의 진정한 의도를 파헤치기로 결심했다. 나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나비 효과' 기술을 다시 연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들의 의도대로가 아니라, 나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이서진과 김민준에게 얽힌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나는 그들이 제공하는 최첨단 연구실에 앉아,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꿈 데이터를 다시 분석했다. 꿈의 미로는 이제 나에게 익숙한 길이 되었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나는 충격적인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내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기억의 파편 속에... 5년 전 사고의 진실, 그리고 나의 역할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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