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공기가 행복을 줄 수 있다
*2017년 5월 작성된 글입니다. 어젠 추워서 못나가고, 오늘은 미세먼지 때문에 못나가고 답답하네요.
세계보건기구 조사에 따르면 중국은 대기 오염이 가장 심각한 나라다. 지난 4일 중국 베이징의 미세먼지 농도는 한때 2000㎍/㎥(PM)을 넘었다. 비행기 운항이 취소되고 시민들은 실내에 머물러야 했다. 베이징의 시계는 1㎞로 줄었다. 중국에서는 스모그가 심한 중부와 북부 지방을 피해 이주하는 ‘스모그 난민’이 생겨났다.
중국의 오염 물질은 바람을 타고 한반도로 넘어온다. 2015년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에 따르면 국내 초미세먼지(PM2.5)의 배출원은 중국이 지배적이다. 국내 모든 계절에서 초미세먼지의 30%, 1월에는 50% 이상이 중국발이다. 국경을 넘는 미세먼지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질 정도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4월 대기 오염을 기후변화, 항생제 내성 문제와 함께 지난 10년간 국경을 넘어 건강에 영향을 미친 주요 위험 요소로 언급했다. 월경(越境) 대기 오염 물질은 한국과 중국만이 아니라 유럽에서도 국가 간 갈등으로 커지고 있다. 한·중 사이에 미세먼지가 문제가 된다면 유럽에서는 이산화질소가 주요 문제라는 점이 차이이다.
■대기 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미세먼지나 이산화질소의 대기 중 수치에 관심이 높아진 까닭은 이들이 건강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014년 차와 발전소, 공장 등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로 전 세계에서 매년 300만 명 정도가 죽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가 처음 이 사망자 숫자를 국가별로 쪼갠 결과 중국은 2012년 대기오염으로 100만 명 이상이 숨졌다. 그다음으로 인도가 최소 60만 명, 러시아가 14만 명 이상이었다. 중국은 지난해 이 기구의 조사에서 대기 오염이 가장 심각한 나라로 나타났다.
이 기구의 국제 공동 연구를 이끈 가빈 새딕은 가디언에 “전 세계적으로 대기 오염은 공중 보건에 심각한 위협이 되며 대기 오염 정도를 낮추면 상당히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진들이 주목한 것은 PM2.5로 불리는 지름이 2.5㎛ 정도인 초미세먼지이다. 초미세먼지는 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센터(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암을 유발한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의미이다. 새딕은 “건강을 해치는 진짜 요인은 2.5㎛ 크기의 초미세먼지이다. 초미세먼지는 폐 세포막을 뚫고 들어와 혈관에 스며들 수 있다”며 “초미세먼지가 호흡기 질환만이 아니라 심혈관 질환과도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전 지역에서 PM.2.5 연간 평균치는 2015년 24~34㎍/㎥로 세계보건기구 기준치의 2~3배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기준치는 연간 평균치로 PM2.5가 10㎍/㎥, 24시간 평균치로 25㎍/㎥이다. 참고로 세계보건기구의 PM10 기준은 연간 평균치가 20㎍/㎥, 24시간 평균치가 50㎍/㎥이다. 세계 인구의 92% 이상이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을 넘는 오염된 공기를 호흡하고 있다. PM2.5와 PM10 미세먼지로 인한 전체 사망자수로는 중국이 부동의 1위이지만 10만 명 당 사망자수로는 우크라이나가 120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부분의 대기 오염 물질은 차량과 석탄 발전, 쓰레기 연소 등 인간 활동에서 나온다. 석탄 발전으로 인한 미세먼지의 위해성은 이미 13세기 영국에서 보고될 정도로 오랜 문제였다. 사막이 인접한 이란이 연간 사망자수 2만 6000명으로 16위를 차지한 것에 알 수 있듯이 모래 폭풍도 대기 오염에 영향을 준다. 전 세계 사망자의 3분의 2는 동남아시아와 중국, 베트남, 일본, 한국 등 서태평양 지역에서 나왔다.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상의 피해는 연구가 축적될수록 더 확대되고 있다. 올해 3월 영국 레스터 대학 연구진은 미세먼지가 코와 목, 폐 등에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박테리아의 내성을 키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초미세먼지가 폐는 물론 뇌와 간, 신장, 혈관과 고환의 세포 조직에도 침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대기 오염으로 인한 피해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연구진이 진행한 이 연구는 치매와 정신 질환, 지능 감퇴, 당뇨와 신장 질환, 조산 등이 대기 오염과 연관되어 있음을 밝히고 있다.
■‘더러운 디젤’ 팔아온 기업들… 기준치 넘는 이산화질소로 연 3만 8000명 조기사망
유럽의 골칫거리는 이산화질소이다. 이산화질소는 디젤 차량에서 주로 나온다. 디젤 차량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기후온난화 대응에 유리한 대신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단점이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크린 디젤’을 약속했고 유럽 각국 정부는 이를 근거로 디젤 차량 제조에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폭스바겐 스캔들로 밝혀졌듯이 주요 차량 제조사의 디젤 차량은 환경 기준을 충족했다는 홍보와 달리 실제 주행에서는 오염 물질을 실험실 측정치의 6배 넘게 뿜어냈다.
미국과 영국 등 국제연구진은 지난 15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디젤 차량들이 실제 주행 시 기준치 이상의 이산화질소를 내뿜어 연간 3만 8000명이 조기 사망한다”라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한국 등 디젤 차량 시장의 80%를 포괄하는 전 세계 11개 주요 디젤 차량 시장을 조사한 결과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조기 사망자 대다수는 유럽에서 발생했다. 연구진은 사실상 거의 모든 자동차 제조자들의 디젤 차량들이 기준치를 훨씬 넘는 이산화질소를 내뿜으며 그 양은 2015년 기준으로 460만 t에 이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디젤 차량이 이산화질소 배출 기준치를 지키더라도 그로 인해 배출되는 이산화질소로 조기 사망하는 수는 연간 7만 명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의 래이 민자르는 “제조사들은 차량을 깨끗하게 만들 방법을 알지만 적극적으로 이를 선택하지 않았다”며 “우리의 관심은 왜 차량 제조사들이 미국에 파는 디젤차보다 더 더러운 차를 유럽에 팔려했는가이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한 이산화질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미세입자로 나오거나 오존을 형성하는 관점에서만 바라봤다면서 이산화질소의 전체적인 건강상의 해를 따진다면 조기 사망자 수는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버밍험 대학의 환경보건 전문가인 로이 해리슨 교수는 가디언에 미세먼지보다 이산화질소로 인한 조기 사망자의 수가 10배는 더 클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자동차 제조사들의 무책임한 행동이 얼마나 중대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디젤 차량 배출가스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했던 유럽연합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자르는 “디젤 차량은 어디서 팔렸든 3분의 2는 유럽연합의 기준을 따랐다”며 “유럽이 차량 배출가스 기준을 잘못 운영했던 것만큼 나머지 세계도 그런 잘못된 기준을 계속 적용했다”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새로 실제 주행에 기반한 배출가스 기준을 만들었지만 일정기간 동안은 기준치의 두 배를 넘더라도 허용하고 있다. 차량 제조사들이 새 기준에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주기 위한 명분이다.
이산화질소로 인한 건강 피해는 삶의 만족도도 낮춘다. 경유 차량에서 주로 나오는 이산화질소에 노출됐을 경우의 건강상 폐해는 일자리를 잃거나 배우자와의 사별과 맞먹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 3월 영국 요크 대학의 연구진은 대기 오염 수준과 삶의 만족도 사이에 ‘상당하고도 부정적인 상관관계’가 있으며 이런 부정적 효과는 삶에 큰 영향을 주는 사건들과 비교할만하다고 밝혔다. 요크 대학 연구진은 영국 가계 패널 조사 자료와 영국 가계 추적 조사 자료를 환경부의 대기질 자료와 비교했다.
연구를 수행한 사라 나이트와 피터 하울리는 ‘깨끗한 공기가 행복을 줄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산화질소와 삶의 질의 상관관계의 정도는 배우자와의 사별로 홀로 됐을 때와 동등하고, 실업을 했을 때와 비교해 절반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토대로 두 연구자는 “이산화질소에 노출된 사람은 거의 모든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 반면 실업과 배우자와의 이별을 겪는 사람은 일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산화질소를 줄여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이 상당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줄잇는 소송-영국의 사례
디젤 차량 보급이 확대된 2010년 이후 영국의 대기 중 이산화질소(NO2) 농도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법정 기준을 넘어섰다. 지난해 11월 유럽환경청(EEA)의 자료에 따르면 이산화질소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는 유럽에서는 영국이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산화질소는 매년 런던에서만 5900명, 영국 전체적으로 2만 3500명의 조기사망의 원인이 된다. EEA는 런던 말리본 하이 스트리트를 유럽에서 가장 오염이 심한 곳으로 꼽았다. 영국의 연구 사례에서 통행량이 많은 도로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알츠하이머 사례를 연구한 결과 10명 중의 1명은 대기 오염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의 1월 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영국 런던은 2017년이 시작된 지 불과 5일 만에 연간 대기 오염 기준치를 넘어섰다. 영국 법에 따르면 대기 중 이산화질소 농도가 200㎍/㎥을 넘는 경우가 연간 18차례를 넘어선 안 된다. 런던 시장 사디크 칸은 이에 2019년까지 오염 차량의 운행을 제한하는 초저배출가스 구역을 확대하고 오염이 심한 도로에 저공해 차량을 배치하기로 했다. 당장 브릭스톤 길을 비롯해 새로 10곳의 도로에 저공해 버스 구역을 도입하기로 했다.
런던의 경우 시내에 설치된 대기 오염 측정소 97곳(서울의 경우 측정소가 39개이다) 중 60% 이상에서 이산화질소 농도가 연간 법정 기준을 넘어섰다. 킹스칼리지런던의 조사에 따르면 고층 건물들에 의해 대기 흐름이 막혀있는 푸트니 하이 스트리트가 가장 오염이 심했다. 이곳의 지난해 이산화질소 평균 농도는 125㎍/㎥로 법정 기준 40㎍/㎥의 세 배를 넘었다. 이 지역의 이산화질소 농도는 지난해 1221차례나 시간당 기준도 초과했다.
지난해 12월 파리와 마드리드, 아테네와 멕시코 시티는 2025년까지 도심 내 디젤 차량 운행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차량 운전을 줄이기 위해 특정일에 차량 통행을 제한하거나 대중교통을 무료로 하는 곳도 있다. 파리 시의 경우 지난해 12월 대기 오염이 악화되자 대중교통을 무료로 개방하고 차량 번호판의 홀·짝수를 기준으로 도로 주행 차량을 제한했다. 가디언은 같은 시기 영국에도 스모그가 내려앉았지만 정부는 트위터만 몇 줄 내보냈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 ‘지구의 친구들’(Friends of the Earth)의 제니 베이츠는 “대기 오염은 건강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며 “도로 교통이 가장 큰 주범으로 그중에서도 최악은 경유 차량이다. 2025년까지 디젤 운행을 폐지하는 등 정부가 과감하고 빠른 행동에 착수해야 하는 이유이다”라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 대기 오염의 심각성을 깨달은 시민들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영국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대기 오염과 관련한 두 건의 소송에서 연달아 패배했다.
영국 정부와의 소송을 주도한 환경단체 클라이언트어스(ClientEarth)는 2015년 정부에 대기 오염 방지책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고등법원에서 영국 정부는 대기 오염 문제가 시급한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정부에 최우선적 관심사의 하나로 대기 오염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2015년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지만 고등법원은 너무나 부실해 불법적이라면서 새 정책을 올해 4월까지 내놓으라고 명령했다. 영국 정부는 이 판결에 따라 지난 6일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 배출 수준을 낮추는 세 번째 대기 오염 대처법을 마련했다.
정부 계획은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대부분의 대기 오염 대응책을 지방 정부와의 협상에 맡겨놨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디크 칸 시장은 “이런 뒤늦은 조치들은 이빨 빠진, 한심할 정도로 불충분한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클라이언트어스의 대표 제임스 쏜튼도 “들여다볼수록 만족스럽지 않은 대책”이라고 평했다. 클라이언트어스는 정부를 상대로 다시 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쏜튼은 “이번 대책은 이미 대법원이 불법이라고 판결한 첫 번째 대책보다 더 부실하다”며 “정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정부가 7년째 시간만 끄는 동안 시민들은 불법적인 독성 가스에 숨이 막히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디젤 차량의 오염 물질 배출량 눈속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유럽연합 7개국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영국도 여기 포함됐다.
■줄잇는 소송-독일의 사례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민들은 대기 오염이 유럽연합 기준을 25차례나 넘었다며 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을 고소했다. 지난 1월 어느 금요일 슈투트가르트 넥카르토르 지역 주민인 수잔 잘로우는 목에 보통 때와 다른 따끔함을 느끼고 기침을 했다. 넥카르토르는 주거 빌딩들이 하루 10만 대가 다니는 번잡한 도로인 B14에 둘러싸여 있는 곳으로 슈투트가르트 만이 아니라 독일 내에서도 대기 오염이 심한 곳이다. 이곳의 미세먼지 PM10 농도는 이따금 유럽연합 기준치인 50㎍/㎥의 네 배인 200㎍/㎥ 언저리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잘로우는 이날 자택 발코니에 있는 공기 측정기에 표시된 미세먼지 농도가 300㎍/㎥를 기록한 걸 봤다. 잘로우와 이웃 피터 에르벤은 1월 23일 시장 프리츠 쿤을 비롯한 행정 책임자들을 형사 고소했다. 에르벤은 가디언에 “시 행정의 관료적 무관심을 부각하고 싶었다”며 “공기 오염을 줄이기 위한 더 주도적인 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공기 오염을 두고 슈투트가르트 시민들은 시를 상대로 10년 넘게 싸워왔다. 2004년 두 명의 시민이 대기 오염과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시 정부는 트럭 운행 금지를 해법으로 내놨지만 미세먼지를 줄이는데 별 효과가 없었다. 2008년 시민들은 또 다른 소송을 냈고 법원은 판결에서 시의 대기질을 개선하려는 효과적인 대책이 전혀 없었다고 판단했다. 시는 지난해 미세먼지 경보 제도를 도입했다. 이 경보가 내려진 날에는 주민들은 나무를 태워 쓰는 난로를 사용할 수 없다. 시 정부는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기 위해 대중교통 요금을 절반으로 줄인다. 그럼에도 지난해 슈투트가르트가 유럽연합의 미세먼지 기준을 위반한 날 수는 63일로 허용일수 35일의 거의 두 배였다.
잘로우는 “정치인들은 다른 추가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 미세먼지 경보 제도에 만족하고 있다”라며 “왜 파리나 마드리드처럼 오염이 심한 날에 차량 통행을 제한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차량 통행 제한은 포르셰와 다임러와 같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리한 산업 도시에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제에 미칠 영향과 운전자의 운전의 자유 보장을 건강보다 우선한 입장이다. 시의 에너지 정책 담당자인 토마스 바 레이스는 “내 생각에 이는 치명적인 조치이다”라며 “통행 제한을 논의하는 것만으로도 (슈투트가르트의) 파괴로 이어질 것이다.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더 현명한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슈투트가르트가 속한 바뎀 뷔르템베르크 주는 내년부터 통행 제한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슈투트가르트 시는 올해 1월에 연간 허용된 미세먼지 경보일 35일 중 25일을 이미 써버렸다. 이 때문에 내년 통행제한 제도 도입이 확실시 된다.
슈투트가르트 대학교에서 대기오염 관련 연구를 하는 율리히 포그트 교수는 “주로 디젤 엔진에서 나오는 연소 잔여물과 브레이크와 타이어 마모 분진이 PM10 수치를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라고 말했다. 슈투트가르트의 대기 오염이 심한 데는 지리적 원인도 있다. 슈투트가르트 도심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이다. 포크트 교수는 분지에서는 공기 흐름이 정체돼 오염 물질이 빠져나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차량 통행 제한이 공기 질을 개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데 동의한다. 슈투트가르트 시민들은 정보 공개 운동을 벌이는 시민운동 ‘루프트다텐(Luftdaten·대기 정보)에서 비용 부담을 줄인 미세먼지 측정기를 시 각지에 설치하기 위한 소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대기오염과의 싸움,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대기 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가난한 나라들만 겪는 일이 아니다. 부자 국가들이 모인 유럽도, 중국과 그 이웃인 한국도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를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지, 그리고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용과 불편함을 감내하려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파리 시는 모범으로 꼽힌다. 파리 시는 지난해 9월 보수 야당의 반대를 물리치고 센 강변의 차량 통행을 금지하는 조치를 통과시켰다. 안느 이달고 파리 시장은 “파리 시장으로서 나의 최고 우선 사항 중의 하나는 환경 오염과의 싸움이다. 공공 보건에 핵심적인 문제로 모든 시장이 과감한 조치를 실행하기 위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전에도 말했고 지금도 말하지만 국민 건강은 협상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의 공중보건 및 환경 부서의 책임자인 마리아 네리아는 “프랑스는 많은 행동을 취하고 있고 파리 시는 좋은 의미에서 공격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에 관한 문제이지만 개인의 자유를 일부 제한한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이 공공의 건강에 관한 문제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연일 중국발 미세먼지 공격을 받으며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 정부의 경우 2014년 3월27일 당시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 미세먼지 관련 학술회의에서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의 틀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풀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없었다. 뒷짐만 지는 정부를 대신해 시민사회 단체가 정부 행동을 강제하기 시작했다. 국내 환경단체와 시민들은 지난 5일 미세먼지 오염을 이유로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소송에 참여한 최열 환경재단 대표 등은 “미세먼지 오염 정도는 수인 가능한 범위를 넘었다”며 “미세먼지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어 소송을 내는 데 망설여졌지만 더는 방치할 수 없어 소송을 냈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한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이들은 중국이 오염원 관리를 위한 노력을 충분히 했다면 중국에 대한 소송을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단계에서 한국 환경단체가 중국을 상대로 승소할 가능성은 낮다. 월경 오염 물질과 관련한 국제 분쟁의 대표적인 사례로 1930~1940년대 진행된 미국·캐나다 사이 ‘트레일 제련소(Trail Smelter)’ 사건을 들 수 있다. 미국 워싱턴주 주민들이 인접한 캐나다 트레일 지역의 제련소가 “아황산가스를 뿜어내 과수 농장 등이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 국제중재재판 결과 캐나다 정부는 미국 주민들에게 42만8000달러를 배상했는데 당시 중재법원은 국가 책임의 전제 조건으로 “명백하고 확실한 피해의 증거”를 내세웠다. 심각한 환경오염이 발생하고 동시에 명백하고 확실한 피해의 증거가 있는 경우에 국가가 국제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이후 환경분야의 국제관습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한·중 간에도 국경을 넘어온 오염 물질의 양과 피해 사실의 인과관계 등을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을 묻기 어렵다. 입증을 해도 그 책임을 정부에 물을 수 있는지는 차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한국으로선 첫 단계를 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이 중국의 책임을 물어 협상에 나서거나 소송에서 승소하려면 먼저 국내 미세먼지 관련 연구부터 강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도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입증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대기오염 확산에 대한 한국 국민의 불만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중국 대기오염이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치는 지 확인하려면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입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국발 미세먼지를 해결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다. 다만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대응 방법도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와 민간의 태도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새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국민적 요구에 발빠르게 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올 6월 한달간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하라고 지시하면서 김수현 사회수석에게 조속한 시일 내에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미세먼지 대책기구’를 설치할 것을 별도로 지시했다. 국내에서 먼저 강력한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해 실행할 경우 중국에게도 자극이 될 수 있다.
불편을 감수하고서도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감대도 넓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서울환경운동연합의 조사에서 설문에 응한 수도권 운전자 10명 중 7명 꼴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내 차를 쉬게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차량 운행에서 미세먼지가 많이 나오는만큼 노후 화물 차량과 디젤 차량의 도심 운행을 제한하고 자전거 출퇴근과 도보가 편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시민들과 자영업자들에게는 경제적으로 불리할 수 있다. 이 경우 대중교통 요금을 인하하거나 무료로 하는 등 자가용 운전을 줄이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마련한 해외 사례들이 참조점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