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주부전: 음모의 기록(4)

제4편 – 이야기 설계자

by 공감디렉터J

여우의 사무실은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 있었다.

거대한 통유리창 너머로, 그가 설계한 이야기에 울고 웃는 군중의 도시가 개미처럼 작게 보였다.

그는 방송국 편집실의 총지휘자이자, 이 거대한 도시의 보이지 않는 감정 설계자였다.

수십 개의 모니터가 그의 눈앞에서 명멸했다.

토끼의 절망적인 표정, 거북의 묵묵한 발걸음, 실시간으로 널뛰는 베팅 그래프, 시청자들의 분노와 연민이 뒤섞인 댓글 창. 여우는 이 모든 데이터의 흐름을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우아하게 훑었다.


“3번 카메라, 토끼 눈가의 경련을 좀 더 타이트하게 잡아. 사람들은 영웅의 나약한 순간에 돈을 걸지.”


그의 지시에 스태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토끼의 고통은 시청률이라는 숫자로 변환되었고, 거북의 꾸준함은 신뢰도라는 데이터로 축적되었다.

여우에게 진실은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다. 오직 ‘효율적인 서사’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진실? 그런 건 없어.”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오직 팔리는 이야기, 그리고 팔리지 않는 이야기가 있을 뿐이지. 대중은 진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그들은 팝콘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잘 짜인 갈등을 원하지.”


그는 스스로를 악인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최고의 재단사였다.

토끼의 ‘속도’와 거북의 ‘느림’이라는 원단을 가져다가, 대중의 욕망이라는 패턴에 맞춰 가장 잘 팔리는 옷을 지어낼 뿐이었다. 그의 편집용 가위는 망설임이 없었다. 불필요한 진실은 잘라내고, 극적인 효과를 위해 거짓의 조각을 이어 붙였다.

하지만 아주 가끔, 잘려 나간 진실의 단면에서 배어 나오는 피 냄새에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모니터 속에서 완전히 무너진 표정으로 연기를 끝마친 토끼의 모습을 볼 때, 그는 순간 연출가가 아닌 공범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나는 이야기를 만드는 건가, 아니면 괴물을 만드는 건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위스키 한 모금에 금방 희석되었다.

감상은 프로의 세계에서 가장 불필요한 사치였다.

그때, 암호화된 특수 회선으로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발신지는 ‘바다 연합’이었다.


「용왕 폐하의 ‘병세’가 대중에게 더 각인되어야 합니다. '그 이야기'가 필요할 때가 됐습니다.」


여우는 짧은 메시지를 읽고 입꼬리를 올렸다. 더 큰 판이 벌어질 참이었다.

지금까지의 경주는 거대한 연극의 서막에 불과했다.

이제 그는 ‘별주부전’이라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서사 조작 프로젝트의 총감독이 되어야 했다.

그의 조각칼이 토끼의 운명을 향해 번뜩였다.




서사는 가위로 잘린 자국만큼 왜곡된다.


편집자의 주: 여러분이 유튜브에서 ‘국뽕’ 영상을 보거나, 자극적인 제목의 뉴스 기사를 클릭할 때, 당신은 이미 누군가가 정교하게 설계한 서사의 소비자가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이 소설도 예외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