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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수사대- 시즌1 도시의 그림자

8부: 생일 없는 아이

by 공감디렉터J


Chapter 1: 유령 학생

2024년 11월 18일. 의뢰는 서울 구로구의 한 초등학교 베테랑 교사 이정훈으로부터 왔다.

그는 정년을 앞두고 평생의 교직 생활을 뒤흔드는 기묘한 경험에 대해 털어놓았다.


"제가 헛것을 보는 걸까요? 우리 반에... 없는 아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혼란스러웠다.


그의 반에는 '이수진'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로, 말이 없고 내성적이었지만 늘 조용히 제 몫을 해내는 아이였다. 그런데 얼마 전, 교육청 정기 감사를 위해 학생들의 서류를 정리하던 교사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학교의 공식적인 학적부 어디에도 '이수진'이라는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출석부, 생활기록부, 심지어 급식 명단에도.


"말도 안 되죠. 수진이는 분명히 매일 학교에 나왔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숙제도 꼬박꼬박 해왔어요. 얼마 전 체육대회 때 찍은 단체 사진에도 버젓이 있는데..."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런데 서류상으로는, 우리 학교에 그런 학생이 없는 겁니다."


그는 동료 교사들에게 물었지만, 다들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런 애가 있었나?", "다른 반 아이랑 헷갈린 거 아니에요?" 같은 반응이 돌아왔다. 마치 이수진이라는 아이는 오직 그, 담임교사의 눈에만 보이는 유령 같았다.

더욱 기이한 것은, 그가 이 사실을 인지한 다음 날부터 이수진이 학교에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마치 자신의 존재가 발각된 것을 알고 사라져버린 것처럼.

교사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아이에 대한 실종 신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 희망으로 '미스터리 수사대'의 문을 두드렸다.


Chapter 2: 그림자 아이들

"집단 기억 왜곡 현상일까요? 아니면 선생님 한 사람의 망상?"

팀의 아지트에서 강태우가 사건의 개요를 설명했다.

한 사람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아이. 사건은 그 자체로 미스터리였다.

이번 사건은 인간의 심리와 행동 패턴을 깊이 파고들어야 했기에, 프로파일러 강태우와 심리학자 오민재가 맡기로 했다.


강태우는 먼저 학교를 찾아갔다. 그는 '이수진'이 앉았다는 자리, 아이의 흔적이 남아있을 법한 사물함, 신발장 등을 샅샅이 훑었다. 하지만 아이가 있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마치 누군가 작정하고 모든 흔적을 지워버린 것처럼.

유일한 단서는 담임교사가 가지고 있던 반 단체 사진뿐이었다.

사진 속에는 수줍게 웃고 있는 작은 여자아이가 분명히 있었다.

"아이가 있었다는 건 사실입니다. 문제는, 왜 모든 사람이 그 아이를 기억하지 못하는가 하는 점이죠."


한편, 오민재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는 '이수진'이라는 이름 대신, 아이가 속해있을 법한 사회적 그룹에 주목했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 하지만 공식적인 기록이 없다. 그렇다면..."

오민재가 파일을 펼쳤다.

"미등록 이주아동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등록 이주아동'. 부모가 불법 체류자라는 이유로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해, 이 땅에 태어났지만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 그들은 교육, 의료 등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 밖으로 밀려난 '그림자 아이들'이었다.

오민재와 강태우는 지역의 이주민 지원 센터와 다문화 가정 쉼터를 찾아다니며 탐문 수사를 벌였다.

사진 속 아이의 얼굴을 보여주며 수소문했지만, 모두가 고개를 저었다.

불법 체류자들은 신분 노출을 극도로 꺼렸기에, 그들의 커뮤니티는 외부인에게 철저히 닫혀 있었다.

추적은 벽에 부딪혔다. 그때, 강태우가 사진 속 아이의 모습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 아이, 옷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계절에 맞지 않게 너무 얇은 옷을 입고 있어요. 그리고... 자세히 보니 명찰이 없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명찰을 달고 있는데."


강태우는 프로파일러의 직감으로 사진을 다시 들여다봤다. 아이는 웃고 있었지만, 그 눈빛은 웃고 있지 않았다. 주변을 끊임없이 경계하는 듯한, 깊은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

"이 아이는 이 학교 학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 아이는 매일 아침, 진짜 학생인 척 연기를 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Chapter 3: 존재의 증명

강태우의 가설은 충격적이었다.

만약 이수진이 이 학교 학생이 아니라면, 왜 매일 학교에 와서 수업을 들었던 걸까?

팀은 학교 CCTV를 샅샅이 뒤졌다.

마침내, 아이가 사라지기 며칠 전 등굣길 영상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냈다.

'이수진'은 혼자 등교하지 않았다. 그녀는 늘 같은 반 친구인 '박민서'라는 아이와 함께였다.

두 아이는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가방을 메고 있었다. 마치 쌍둥이처럼.

하지만 박민서의 생활기록부에는 그녀가 외동딸이라고 적혀 있었다.


강태우와 오민재는 박민서의 집을 찾아갔다.

부모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잡아뗐다. 하지만 증거를 제시하자, 결국 진실을 털어놓았다.

진실은 잔인했다.

'이수진'의 진짜 이름은 '린(Lin)'이었다. 그녀는 박민서의 집에서 일하던 불법체류자 가사도우미의 딸이었다. 린의 엄마는 낮 시간 동안 딸을 돌볼 수 없게 되자, 박민서의 부모에게 애원했다. 제발 딸이 학교에라도 갈 수 있게 해달라고.

박민서의 부모는 그 부탁을 들어주는 척했다. 그들은 린에게 민서와 똑같은 옷을 입히고, 똑같은 가방을 메게 했다. 그리고 매일 아침, 두 아이를 함께 학교에 보냈다.

린은 민서의 '그림자' 역할을 했던 것이다. 담임교사의 눈에만 띄지 않게 조용히 교실 구석에 앉아 있다가, 함께 하교하는 것이 그녀의 일이었다.

그녀는 학생이 아니었다. 그저 '박민서의 친구'라는 역할로 잠시 학교라는 공간에 머물렀던 유령이었다.

담임교사가 린의 존재를 의식하기 시작하자, 박민서의 부모는 두려워졌다. 자신들이 불법체류자를 고용하고, 아이를 방치했다는 사실이 드러날까 봐. 그들은 린의 엄마를 해고하고, 두 사람을 어디론가 보내버렸다.

그리고 학교에는 린에 대한 어떤 기록도 없었기에, 모든 것이 완벽하게 묻힐 수 있었다.

동급생들이 린을 기억하지 못했던 이유는, 애초에 그녀를 '같은 반 친구'로 인식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린은 그저 '민서 옆에 가끔 있던 아이'였을 뿐이다.


Chapter 4: 이름 불리운 순간

'미스터리 수사대'의 노력으로 린과 엄마의 행방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은 인천의 낡은 여인숙에서 불안에 떨며 숨어 지내고 있었다.

린의 엄마는 딸을 꼭 안고 울었다. 그녀는 한국어가 서툴렀지만, 감사하다는 말만은 수십 번 반복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박민서의 부모는 아동 방임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았다.

더 중요한 변화는, 이 사건을 계기로 '미등록 이주아동'의 인권 문제와 교육권 보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에필로그: 아름다운 이름

몇 달 후, 린은 정부의 특별 구제 조치를 통해 정식으로 신분을 얻고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입학식 날, 린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명찰을 처음으로 가슴에 달았다.

담임이 된 이정훈 선생님이 출석부에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을 때, 린은 세상에서 가장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그것은 그녀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첫 번째 증명이었고, 가장 아름다운 대답이었다.


보이지 않는 존재보다 슬픈 것은 보이는데도 없는 사람처럼 취급당하는 것이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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