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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수사대- 시즌1 도시의 그림자

9부: 옥탑방의 마네킹

by 공감디렉터J


Chapter 1: 늘어나는 가족

2024년 11월 25일. 서울 마포구의 낡은 다세대 주택가. 주민들 사이에 기묘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5층 옥탑방에 혼자 사는 청년, 정민호의 집에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엔 여자 마네킹 하나였어요. 창가에 세워두었길래, 의류 쇼핑몰이라도 하나보다 했죠."

아래층에 사는 주민 김미숙이 말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하나씩 늘기 시작하더니... 이젠 거실이 꽉 찼어요. 꼭 가족사진처럼, 남자, 여자, 아이 마네킹까지... 밤에 보면 오싹하다니까요. 아이구 증말!"


이웃 주민의 의뢰는 공포보다는 걱정에 가까웠다. 정민호는 조용하고 예의 바른 청년이었지만,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수척해지고 불안 증세를 보였다. 그는 마네킹들을 '가족'이라 부르며 매일 말을 걸고, 함께 식사를 하는 등 기이한 행동을 일삼았다. 마네킹에 직접 만든 옷을 입히고, 가발을 씌워주며 정성껏 돌보기까지 했다.

주민들은 그가 극심한 외로움 때문에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며칠 전,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정민호가 가스 밸브를 잠그지 않아 집 전체가 가스에 노출된 것이다. 다행히 이웃의 빠른 신고로 큰 사고는 막았지만, 경찰은 그를 정신감정을 위해 병원에 입원시켰다.

사건은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의뢰를 받은 '미스터리 수사대'의 심리학자 오민재는 사건 기록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정민호가 입원한 직후, 그의 이름으로 거액의 상해 보험금이 청구된 것이다.


Chapter 2: 보이지 않는 손

"단순한 정신 질환자의 이상 행동으로 보기엔, 타이밍이 너무 절묘합니다."

범죄심리학자 오민재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닐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는 법의학자 한서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정신의 문제를 다루기 위해, 역설적으로 가장 명확한 물리적 증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민재는 병원에서 정민호를 만났다. 정민호는 여전히 현실과 망상을 오가고 있었다.

그는 마네킹 가족들이 자신을 돌봐주고 있으며, 곧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들은 제 진짜 가족이에요. 아무도 날 믿어주지 않았지만, 그들만은 항상 제 곁에 있어 줬어요."

정민호의 눈빛이 흔들렸다.

"특히 '엄마'가... 엄마가 나를 가장 아껴줘요."


오민재는 상담을 통해 정민호가 '조현병'을 앓고 있으며, 그의 망상 체계가 '마네킹 가족'이라는 구체적인 형태로 발현되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의 병세가 최근 급격히 악화된 이유, 그리고 그의 망상이 '보험금'과 연관된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한편, 한서진은 경찰의 협조를 얻어 정민호의 옥탑방을 조사했다.

방 안은 어설퍼 보이긴 해도 정민호가 꾸며 놓은 '가족의 공간'이나 다름이 없었다.

마네킹들은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식탁에 마주 앉아 있었다.

한서진은 방 안의 모든 약병과 음식물, 쓰레기 등을 수거해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정민호 씨의 처방약에서 이상한 성분이 검출되었습니다."

한서진이 분석 결과를 펼쳤다.

"할로페리돌(Haloperidol). 조현병 치료에 쓰이는 약물이지만, 과다 복용 시 심각한 부작용과 인지 능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죠. 누군가 의도적으로 그의 약에 다른 약물을 섞어 병세를 악화시킨 겁니다."


뿐만 아니었다. 음식물 쓰레기에서는 소량의 신경안정제 성분이 추가로 검출되었다.

누군가 정민호의 곁에서 그의 정신을 서서히, 그리고 철저하게 파괴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그의 삶을 조종하고 있었던 것이다.


Chapter 3: '엄마'의 정체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일까? 정민호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에게는 진짜 가족도, 친구도 없었다.

강태우는 정민호의 통화 기록과 계좌 내역을 추적했다.

최근 6개월간, 그의 계좌에서 '생활비' 명목으로 매주 소액의 돈이 한 여성에게 송금된 기록을 발견했다.

수취인의 이름은 '이경희'.


"찾았습니다."

강태우가 이경희의 신상 정보를 화면에 띄웠다.

"전직 간병인이자, 과거 여러 건의 보험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항상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죠."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이경희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정신질환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그녀는 그들의 보호자이자 유일한 친구 행세를 하며 신뢰를 쌓았다. 그리고 그들의 이름으로 몰래 보험에 가입한 뒤, 약물을 이용해 병세를 악화시키거나 사고를 유발하여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을 써왔던 것이다.

정민호에게 그녀는 '엄마'였다. 자신을 유일하게 이해해주고 돌봐주는 존재.

정민호가 마네킹을 가족으로 여기게 된 것도, 보험금을 타낼 수 있도록 사고를 유발한 것도 모두 그녀의 치밀한 가스라이팅과 조종의 결과였다. 그녀는 정민호의 병을 범죄의 도구로 이용한 것이다.

미스터리 수사대는 이경희가 정민호의 약에 손을 대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과 계좌 이체 내역을 증거로 경찰에 넘겼다.

마침내 악마의 꼬리가 잡혔다.

그녀가 체포되던 날, 그녀는 끝까지 억울함을 호소했다.

"어차피 세상이 버린 사람들이잖아. 나니까 그 사람들 뒤치닥거리 해 준거라고! 그 정도 했으면 보상 좀 받을 수 있는 거 아니야? 내 말이 틀리냐고!"


Chapter 4: 진짜 가족

정민호는 꾸준한 치료를 받으며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갔다. 그는 더 이상 마네킹을 가족이라 부르지 않았다. 자신의 병을 인지하고, 현실을 마주할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오민재가 그의 병실을 찾았을 때, 정민호는 창밖을 보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 속에는 여러 사람이 손을 잡고 웃고 있었다.

마네킹이 아니었다. 자신을 걱정해주던 이웃 주민 김미숙, 따뜻한 말을 건네주던 사회복지사, 그리고 '미스터리 수사대' 팀원들의 모습이었다.


"이제 알아요."

정민호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가족은... 그냥 옆에 있어 주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진짜 가족은... 목적이 없더라도 그저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사람이라는 걸요"


외로움은 범죄가 파고들기 가장 좋은 문이지만,
따뜻한 손길 하나면 그 문을 안전하게 닫아줄 수도 있다.



"본 소설은 허구이며,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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