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세상에서 내 마음을 지키는 마인드셋
출근길 지하철, 콩나물시루 같은 칸에 몸을 구겨 넣으며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아마도 ‘오늘 점심 뭐 먹지?’ 같은 소소한 고민이나, ‘제발 지각만 면하자’는 절박함이었겠죠.
하지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공기의 무게는 달라집니다.
미간을 찌푸린 채 모니터를 노려보는 김 부장님, 어제 보낸 메일에 아직도 답이 없는 거래처, 그리고 내 책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들. 이 모든 것이 합쳐져 당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중력은 두 배, 세 배로 늘어납니다.
우리는 회사에 ‘일’을 하러 갑니다. 하지만 정작 우리를 지치게 하는 건 엑셀 파일 속의 숫자가 아닙니다.
바로 ‘사람’입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는커녕, 멀쩡한 기분마저 빚더미에 앉게 만드는 사람들 말이죠.
여기 흥미로운 계산법이 하나 있습니다. 심리상담가 박상미 교수는 우리에게 충격적이면서도 묘한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건넵니다.
“여러분이 받는 월급을 한번 떠올려보세요. 그중 진짜 나의 노동력, 내 순수한 업무 능력에 대한 대가는 얼마라고 생각하시나요?”
대부분은 100%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뼈 빠지게 일해서 번 돈이니까요. 하지만 박 교수는 고개를 젓습니다.
“아니요. 당신 능력의 대가는 30%입니다. 나머지 70%는 무엇일까요? 바로 ‘참는 값’입니다.”
이른바 ‘월급의 70% 법칙’입니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협력하는 값, 부당한 지시를 묵묵히 수행하는 값, 감정적으로 쏟아지는 화살을 견뎌내는 값.
회사는 당신을 채용할 때 이미 알고 있었던 겁니다. 이곳에는 괴팍한 상사도 있고, 말귀 못 알아듣는 동료도 있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도 있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그들과 부대끼며 겪을 당신의 감정 노동 비용을 미리 월급에 포함시켜 둔 것이죠.
이 관점을 장착하는 순간,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김 부장이 이유 없이 짜증을 내며 서류를 던지듯 놓았을 때, 예전 같으면 ‘내가 뭘 잘못했나?’라며 자책하거나 ‘저 인간 또 시작이네’라며 분노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속 계산기를 두드려봅니다.
‘아, 방금 저 짜증으로 내 월급의 70% 중 5만 원 정도가 입금되었군.’
농담 같나요? 하지만 이것은 꽤 강력한 마인드 컨트롤입니다. 상처를 ‘피해’가 아니라 ‘비용’으로 처리해버리는 것이니까요. 내가 무능해서 당하는 게 아닙니다. 나는 프로페셔널하게 ‘참는 업무’를 수행 중인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참기만 하면 마음은 곪아 터집니다.
이때 필요한 두 번째 기술이 바로 ‘연민’입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뾰족한 말을 내뱉는다고 상상해봅시다.
“이거밖에 못 해? 넌 도대체 머리가 있는 거야?”
이런 말을 들으면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하지만 잠깐 멈춰서 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볼까요?
박상미 교수의 통찰에 따르면, 타인에게 모멸감을 주고 화를 잘 내는 사람일수록 사실은 자존감이 바닥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확신이 없으니 타인을 깎아내려야만 자신이 우위에 있다고 느낍니다. 내면이 불안으로 가득 차 있기에 그 불안이 가시가 되어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이죠.
화를 내는 상사를 보며 ‘저 사람은 악마야’라고 생각하면 나는 무기력한 피해자가 됩니다. 하지만 ‘저 사람은 참 불쌍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면 상황은 역전됩니다.
‘얼마나 불안하면 저렇게 소리를 지를까. 집에서도 저러고 살 텐데 가족들은 얼마나 힘들까. 참 안타까운 인생이다.’
이것은 정신 승리가 아닙니다. 나를 보호하는 방어기제입니다. 그를 미워하는 데 내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 똥을 보며 “너도 참 냄새나게 사느라 고생이 많다”라고 쯧쯧 혀를 차주고 지나가는 여유. 그것이 바로 연민의 기술입니다.
우리가 말투를 다듬고, 마음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타인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철저히 나를 위해서입니다.
김령아 작가는 우리가 편한 대로, 기분 내키는 대로 말하는 것을 ‘게으른 이기심’이라고 불렀습니다.
“나는 뒤끝은 없어. 그냥 욱해서 그런 거야”라는 말만큼 무책임한 말도 없습니다. 그 ‘뒤끝 없는’ 한마디에 상대의 가슴에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멍이 듭니다. 그리고 그 멍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언젠가 나의 평판과 관계를 무너뜨리는 흉기가 되어 돌아옵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는 것. 상처 주는 말 속에서 굳이 의미를 찾지 않고 흘려보내는 것. 그리고 내 월급의 70%는 이 모든 수고로움에 대한 정당한 대가임을 기억하는 것.
오늘도 회사에서 마음 한구석이 베인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은 무능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오늘도 치열하게, 그리고 아주 비싸게 ‘참는 업무’를 훌륭히 해냈습니다.
그러니 퇴근길에는 그 70%의 돈으로 당신을 위해 가장 맛있는 저녁을 사주세요. 당신은 그럴 자격이 충분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