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으로 뭐 먹지?"
"점심으로 뭐 먹지?"
매일 마주하는 최대의 고민이다.
오늘 점심은 소보루고기에 계란후라이를 얹어, 베트남 간장소스를 뿌리고, 우메보시를 킥으로 올렸다.
우메보시는 나오코 작가님의 만화책에서 본 매실장아찌다. 처음에 멋모르고 한 입에 먹었다가 큰코 다쳤다.
아주 조금씩 야금야금 먹으면 새콤 짭짤하다.
그리고 파래무침을 했다.
온 집안에 바다향기가 가득했다.
어린시절 우리집은 해산물을 자주 먹었다. 작디 작은 섬에서 자란 엄마는 매일 저녁 갈치구이, 고등어조림, 동태찌개를 일도 아니라는
듯이 내어주셨다. 꼬막무침, 파래무침, 매생이, 개불, 각종 젓갈 등등 바다에서 나는 재료로 만든 요리를 서울에서 일상적으로 먹었다.
장을 보다 파래를 보고, 파래무침을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검색해서 나온 파래무침은 전부 초록색이었다.
내 추억 속 파래는 검은색 바탕에 빨간색이었다. 매콤새콤달콤한 맛이었다.
바로 출근길 엄마에게 전화해 파래무침 레시피를 물어봤다.
"엄마, 검은색 파래무침을 하려면 어떻게 해요?"
"검은 파래? 파래가 초록색이지?"
"왜, 엄마가 해준 파래는 검은색이었잖아요?"
"아, 그건 김파래야. 여름에 김이 눅눅해지면 잘게 잘라서 후라이팬에 굽고, 김이랑 파래랑 같이 무친거야."
엄마는 뭐든 이렇게 쉽게 말하는걸까?
파래를 헹구고, 꾹꾹 눌러 물기를 빼면서 생각했다.
김은 없고, 그냥 마트에서 사온 파래에 참기름, 식초, 다진마늘, 간장, 설탕, 소금, 깨, 고추가루를 넣고 요리맛은 소스라며 주물주물 버무렸다.
한 입 먹은 파래는 적당히 간이 배어 매콤하고, 새콤했다. 하지만 어딘가 조금 부족했다.
처음으로 파래무침을 만들었다.
한참 집 안 가득 파래 냄새가 가득했다.
9살 내가 기억하는 맛있는 냄새가 났다.
그리고 별이가 말했다.
"아빠, 집에서 바다 냄새가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