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치보다 박치가 더 힘들다.

by Young

아이패드를 새로 구입하면서 3개월 무료 애플뮤직 이용권을 받았다. 구독하는 것에 대해 꺼려지는 부분은 항상 있었지만, ott 앱들을 구독하고 나서 해이해진 상태라 이용권을 기꺼이 받아 오늘 아침부터 무료 구독을 시작했다. 오스트리아에서 공부할 때 아무 음악이나 듣지 말라고 조언해 주셨던 나의 멘토이자 선생님 말씀을 받들어 클래식 음악은 물론 다른 장르 음악 듣기도 거리를 두고 살아온 지 몇 년이 지나온 터라 조금은 낯설지만 애플뮤직 앱에 있는 ‘우울한 기분‘ 탭을 눌러보았다.

추천해 준 첫 곡은 Etham의 I wish it was me였다. 물론 나는 가사에 다소 무심하기 때문에 이 곡이 나를 가사로써 위로해 준다는 것은 알아채지 못하였다. 하지만 처음 기타 솔로를 듣자마자 나의 모든 잠자고 있던 신경이 깨어나는 느낌을 받았다. 하다못해 어느 시장을 가더라도 초입에서 파는 물건을 덥석 사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우연히 처음으로 접하게 된 이 곡은 듣자마자 반복해서 듣게 하는 힘이 있었다. 리듬적으로 불편하게 평행선을 달리는 기타와 노래 파트가 그 안에서 질서를 이루고 진행되는 노래였는데, 그 평행선은 후렴구에 가서조차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이어졌다.

나는 진심으로 놀랐다. 내가 열심히 안 듣던 사이에 이런 복합 리듬이 이렇게나 대중화되었단 말인가.. 우연히 만난 첫 팝송의 리듬 수준이 이 정도라니..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콘첼토 2악장의 유명한 더블스탑 리듬은 윗성부는 2 분할 아랫 성부는 3분할로 연주해야 해서 유명 바이올리니스트들도 아주 정확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바이올리니스트 자신도 두 개 박자의 역할을 각각 독립적인 목소리로 표현해야 하는데, 이와 동시에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리듬 또한 연주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거슬리거나 혹은 듣지 않아야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가르치는 사람이다. 경험상 아이들을 가르칠 때 음치보다 박치를 가르치기가 더 어렵다. 시간 예술인 음악을 연주할 때는 흘러가는 시간 위에 올라타서 자연스럽게 흐름에 몸을 맡기고 연주를 해야 하는 것인데, 이 틀이 갖춰지지 않으면 학생도 선생도 너무 힘들다. 물론 바이올린은 음정을 정확하게 짚는 것이 어려워 연습 시간의 80% 이상을 음정 맞추는데 할애해야 한다. 하지만 박자를 지배하지 못하면 이 모든 것이 쓸모없는 정적인 활동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 곡을 지속적으로 들으면서 한 학생이 떠올랐다. 박자를 가르친다고 해서, 학생이 배울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차라리 이 팝송을 여러 번 듣는 것이 클래식 곡을 연주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하나의 음악이 한 사람의 하루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이 느낌을 간직하고 싶어서 나는 새로운 아이패드에 브런치 앱을 설치하였고, 순간순간 포착한 아이디어에 대한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가 언젠가는 보게 될까 봐 일기도 안 쓰는 내가 이렇게 열린 공간에 글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놀라운 일이다. 글쓰기 훈련 경험이 전무하고, 한때 소설을 즐겨 읽던 경험이 전부이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발맞춰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애플뮤직에 내년 2월 12일부터 매월 자동 결제가 되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