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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뉴욕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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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대리 Dec 17. 2024

미운 일곱 살+휘트니 미술관_241214

미국생활 471일 차



첫째는 해가 지나면 옛날 나이로 일곱 살이다. 단순히 미운 일곱 살이라 그런지, 동생이 생겨서 은근 스트레스가 쌓인 건지, 아님 자기도 미국을 떠나는 게 내심 슬픈 건지, 요새는 부쩍 짜증이 늘었다. 음 부모가 싱숭생숭한 걸 옆에서 느끼고 있는 것도 있겠고, 내가 갈 생각에 바빠 마음의 여유가 줄어들어 아이를 잘 못 받아 주는 것도 있을 수 있겠다. 이유를 나열하고 보니 아이가 짜증이 안 느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ㅎㅎ


휘트니 뮤지엄 스토어. 왜 틈만 나면 눕는 것이냐 ㅠ ㅋㅋ


오늘도 난리였다. 분명 자기가 가고 싶다고 해서 휘트니 미술관의 아트 프로그램을 가는데, 양말의 좌우 무늬가 평행하지 않다느니 잠바가 한쪽이 살짝 기운 것 같다느니 짜증을 냈다.


감정은 공감해 주되 훈육은 하려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다행히 내가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나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체력적으로 딸리고, 시간에 쫓긴다. 다 차분하게 대응하다간 학교도 못 간다. 움직일 필요성을 알려주고, 시간제한을 정하고, 시계를 보며 스스로 움직이게 하려는데, 현실 세계에선 딱히 가능한 일이 아니다… ㅎㅎ


갈수록 이런 일이 늘어날 텐데, 나는 다시 일 시작하면 여유는 더 없고. 다시 한번 마음 그릇을 넓혀야지 하고 다짐할 뿐이다. 똑똑하게 안 지치고 잘해나갈 시스템도 만들고.


휘트니 미술관은 잘 다녀왔다. 아이는 여기 아트 프로그램을 항상 좋아한다. 1시간 정도 머물다가, 옥상 카페에서 각각 먹고 싶은 걸 먹고, 딸내미가 좋아하는 영상 작품을 봤다. 보통은 딸내미가 영상 작품을 보는 동안 나는 주변 미술품들을 관람하지만, 이번에는 영상이 모빌로 유명한 칼더 관련된 작품이라 나도 재밌게 봤다.


위에서는 다큐가, 밑에는 다큐에 나온 칼더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휘트니 미술관은 어제부로 25세 이하는 무료입장이 된다고 한다. 새로운 펀드를 받았단다. 젊은 아이들이 예술을 접할 기회가 늘어난 것 자체도 좋고, 휘트니 미술관에도 젊고 예술에 관심 있는 애들이 많이 오게 되니 좋은 것 같다.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기뻤다. 이런 걸 보면, 나에게 있어서 휘트니 미술관은 친구 같은 존재인가 보다.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아 아쉬웠는데, 다행히 딸내미가 다음 주에도 오겠단다. 또 보자 휘트니.


   

미술관 창립자 휘트니. 남편이 바지입고 초상화 그리는 걸 반대하자, 자기 마음대로 할거라며 이 미술관을 세워 자신의 바지 입은 초상화를 전시해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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