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

by 원조글맛집 이경희




무리에서 이탈한 이름이 순수한 달빛을 반사한다. 이는 바람에 갈녹색 이파리가 흐트러진다. 산등성이마다 지어진 나무는 나이를 무색하게 한다. 어느덧 땅의 습기가 증발하기 시작한다.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보지 않고 떠나는 새벽은 길고 어둡다. 외로이 박혀버린 발자국 뒤로 희뿌연 북극성이 그림자를 메운다.


절벽 끝, 저멀리 둥근 회오리가 넘실 거린다. 구름들은 마저 울려펴진 그의 메아리를 평평하게 낮춘다. 움트는 생명이 울려퍼진 진동을 느낄 때 쯤이면 이름은 한 없이 몸을 웅크린다. 발톱을 내세워 움켜쥘 이 없이 그렇게 이슬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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