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작은 관심
"동대표님 잠시 시간 되세요?"
"네, 무슨 일이시죠?"
난 동대표이다. 26층의 아파트 한 동과 3층의 테라스 한 동의 대표로 올해 초 선출되었다. 약 110개 세대의 대표로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석한다. 첫 시작은 궁금함이었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접근성이 필요했고, 난 그것들이 궁금했다. 아파트의 하자보수는 어떻게 진행이 되고 있으며, 학교 설립과 도서관설립, 지하철과 산업단지 개발, 그리고 신갈 호수의 현대화 사업 등 아파트의 작은 일부터 마을일이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궁금했다. 일과 사람과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살지만, 정보는 늘 궁금하고 중요한 정보에 접근하고 싶었다. 그래서 동대표에 출마했고, 당선되었다.
동대표를 해 보니, 사람들이 왜 안 하려고 하는지 알 것 같다. 연차를 쓰고 시청 회의에 참석하고, 주말 아침에 밥을 먹고 국회의원 사무실에 찾아가고, 입대표 회의는 7시에 시작해서 마시면 새벽 1시 2시. 일에 지장을 안 주는 선에서 하려고 하니 가족에 소홀함이 생겼다. 아이가 태어나고 어느 정도 몸을 가누고 나서는 같이 자는 경우가 많았다. 돌이 지나고 엄마 손을 조금씩 덜 타면서 아이를 재우는 것은 거의 내가 했다. 집에 오면 늦음 저녁이라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좀 더 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그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다.
이 일을 왜 시작했냐면, 우리 아이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시작했다. 다행히 입주아파트라 모든 것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참여를 한 것이다. 입주자 대표 모임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아버지들이 많았다. 나이는 달라도 내가 사는 이곳이 좀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사람들이 모였다. 동기와 목적이 뚜렷해서 하나의 깃발에 모였지만, 이루는 과정은 다들 달랐다. 논쟁과 토론, 대화와 언쟁이 오가면서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다. 이런 우리 아파트가 좋고 우리 마을이 좀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난 이번에 용인시에 처음 이사를 왔다. 시의 행정력에 아쉬움이 많고, 정책 결정에 불만도 많다. 다른 지역과 경쟁을 하면서 자주 밀리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지금은 이 도시를 사랑하는지 싫어하는지는 모르지만, 관심은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내 마을과 우리 아파트는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