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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how Mar 18. 2018

불통의 제물, 세월호

_극단적인 소통 부재의 증거

“여보세요!! 배가 가라앉고 있어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배가 기울어졌어요... 구해주세요!”

“벌써 한 명이 물에 빠졌다고요!!”     


아이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앞 다투어 119로 전화를 걸었다. 119라는 번호 하나면 언제 어디서나 구조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를 타고 제주도 수학여행길에 올랐던 325명의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한 476명의 승객들 가운데 304명의 희생자들은 끝내 뭍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날의 사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2014년 4월 16일 아침 9시경, 세월호 승객들에게 ‘악몽’ 같은 하루가 시작되었다.

느닷없이 ‘꽝’하는 소리와 함께 급격히 배가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어서 배는 왼쪽으로 빠르게 기울기 시작했다.

.

.

.

.


세월호는 그렇게 바닷속으로 침몰하고 있었다.


해경이 이날 긴급구조요청을 받은 시각은 오전 8시 55분쯤이었다.  


2014년 4월 15일, 세월호는 원래 출발 시간인 오후 6시 30분보다 2시간 남짓 지체된 밤 9시쯤 인천 여객터미널을 떠나 제주도로 향했다. 바다에 짙은 안개 때문에 출항이 늦어졌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안개가 조금 걷히자 늦게나마 출발이 결정되었다.

배에 타고 있던 승객들 중에서도 단원고 2학년생 325명은 다음날부터 이어질 제주도에서의 수학여행 일정에 대한 기대로 부푼 꿈을 꾸며 잠이 들었다. 그러나 이들 중 단 한 명도 아름다운 수학여행의 추억을 만들지 못했다. 이날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는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함으로써 수백 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하는 엄청난 참사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탑승객 476명 가운데 이 사고의 생존자는 172명에 불과했다. 


뜻밖에도, 배가 한쪽으로 기울고 완전 침몰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4시간 남짓이었다. 구조요청 소식이 전해지고 인근 해역을 지나던 고깃배들도 함께 구조에 나섰으나, 세월호는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다 빠르게 물속으로 사라져 가고 말았다. 하릴없이 가라앉는 세월호를 가까스로 벗어난 생존자들은 뜻밖의 말을 전했다.


“선내에서 ‘위험하니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움직이면 더 위험하므로 선실 내에서 구조를 기다리라는 안내방송만 믿고 수많은 학생들과 승객들은 배에 물이 차는 순간까지도 선실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와 같은 증언은 잠수부들에 의해 습득한 아이들의 휴대전화 영상 속에서도 분명히 확인되었다.


그와 같은 안내방송이 나오는 동안 세월호 운항책임자들은 어디에 있었던가.

그들은 대부분 어떤 승객들보다도 빠르고 민첩하게 침몰하는 배로부터 탈출했다. 더욱이 최후까지도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대처해야 할 선장과 3등 항해사, 조타수의 탈출 소식은 사고 당사자들은 물론 사고소식을 접하고 슬픔에 빠진 국민들에게 매우 충격적이고 당혹스러운 사실일 수밖에 없었다.

국민들은 특히 선장 이준석의 구조상황을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지켜볼 수 있었다. 구조 당시 화면에서 그는 속옷 차림으로 구조대원의 부축을 받으며 안전하게 구조선으로 옮겨 타고 있었다. 그 역시 사람이기에 살고 싶다는 욕망을 감출 수는 없었으리라고 이해할 수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이 구조되는 순간에 구조대원들에게 단 한마디만 해주었더라면 지금과는 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구조하러 와줘서 감사합니다. 배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서 진입해서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주십시오!”


이 말 한마디 하기가 그렇게 어려웠을까?

일단 자신의 목숨은 건졌으니 다른 사람들이야 죽거나 살거나 내 알 바 아니라는 뜻이었을까?

그는 수백 명의 승객을 태운 대형 여객선의 선장이었다.

선장은 배와 함께 운명을 같이 해야 한다고 배웠을 것이고, 누구보다 그 점에 대해 잘 아는 책임자였기에 오히려, 차마 그 말을 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내가 선장인데, 사람들을 먼저 대피시켜야 하는데 내가 먼저 살겠다고 도망치다니... 절대로 내가 선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져선 안 된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개 승객인 척해야 한다....’

아마도 그는 속옷 차림으로 배를 벗어나며 절박하게도 이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어지러웠던 것은 아닐까.


그러므로,
세월호 희생자 304명은
배가 가라앉아서 죽은 게 아니다.

물리적으로는 침몰선에 갇혀
세상을 떠났으나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
결정적인 원인은
선장을 비롯한 운항 관계자들의 침묵과 소통 부재이다.
배가 기울어진 다음에라도
빠르게 탈출할 수 있도록
정확한 안내방송이 있었더라면,
구조된 선장이나 조타수, 항해사 등이 배 안에 남아 있는 승객들의
구조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더라면
폭탄이 떨어졌거나 잠수함에 부딪혔다 한들,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10여 일 후인 2014년 4월 26일 스페인에서도 여객선 사고가 있었다. 그것은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 근해에서 승객 334명을 태운 여객선 화재 사고였다. 그러나 그 사고에서 구출되지 못한 승객은 없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출항 20분 만에 차고에 있던 트럭 엔진에서 시작된 불이 큰 화재로 번졌지만 선장과 선원, 해경의 빠른 대응으로 승객들을 모두 구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고를 알고 난 뒤 선장과 선원들은 비상벨로 승객들에게 화재 사실을 정확히 알린 뒤 배가 쏠리지 않도록 좌현과 우현에 승객을 절반으로 나누어 갑판으로 이동시키며 침착하게 대처한 것이다. 이후 해경 헬기와 배 한 척이 발 빠르게 도착했고 구조 당국의 지시에 따르며 무사히 출항지로 되돌아온 여객선에서 승객 319명과 승무원 15명이 모두 무사히 구출된 것이다.     

이와 같은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우리의 세월호 사고와 분명하게 비교되는 사고 대처방식에 대하여 감탄하며 대한민국의 응급사고 대처방식에 대하여 참담함을 금치 못했다.


버스에 오르는 순간, 운전기사에게 승객들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시킬 책임과 의무가 있듯이 여객선의 선장과 승무원들 역시 자신들의 배에 오르는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러나 세월호의 승무원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오로지 안전하게 구조해줄 것이라 믿는 승객들의 눈과 귀를 막고 진실조차 알리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선실 내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니 민고 기다리라’는 거짓말로 안심시키며 죽음의 길로 내몰았다. 사고 순간, 승무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잠깐의 눈속임이나 거짓된 정보로 승객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모두 함께 살아나갈 방법을 찾도록 독려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세월호 승무원의 무책임과 불통 의지는 컨트롤타워로서의 대통령의 그날의 미스터리한 행적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모두가 당황하여 우왕좌왕한 가운데서도 바르고 명확한 지시를 기대했던 현장 구조요원들에게 무려 7시간 동안의 미스터리한 대통령의 침묵은 어떤 의미인가.



국민과 소통하지 않으며 관심조차 없고 국민의 안전과 생사에 무관심한 대통령의 말없는 7시간에서 우리 모두는 분노와 울분을 금치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 선장은 대통령의 아바타였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2014년 4월 16일의 비밀을 간직한 채 깊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던 세월호는 무려 3년이 걸려서야 그날의 진실과 마주하게 되리라는 기대를 품고 뭍으로 올라왔다.


더 이상 아무것도 감추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밝혀주기를, 솔직한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고 진실하게 대화하는 책임자를 국민들은 원한다. 



진실한 자세로 끝까지 책임을 다했음에도 어쩔 수 없이 따르는 희생에 대해서까지 비난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면 진심은 전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차에 쓰인 사진들은 모두 인터넷에서 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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