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는사람 Jun 24. 2022

[방황 일기] 미국에서 코로나 걸리기

나는 운이 좋았다. 

     운이 좋았다고 믿을때가 가장 위험 하고 경각심을 느껴야 할때다. 여태 운좋게 피했던 코로나를 드디어 만났다. 

열도 없었고 목소리가 이상해지고 목이 잠긴듯이 무거웠다. 딱히 아픈것도 아니었다. 최근 회사에 코로나가 유행이고 내 목소리가 이상한 것을 들은 상사가 당장 귀가 후 검사를 받으라 하였다. 화끈하게 두줄이 떴다. 다른거에서 두줄 안뜬게 어디냐.  바로 상사에게 보고 했고 재택근무 지시가 떨어졌다. 


확진 당일 (금요일)

증상 : 목 잠김, 가래

한국에서 가져온 자가진단 키트가 있긴했지만 나는 pcr 테스트를 받기 원해서 차에서 열심히 CVS나 RITE-AID 등 주변 무료 COVID-19 test 를 찾았지만 나는 맞는 보험도 없고 무엇보다 모두 사전 예약 제도라 어차피 당장 검사를 받을 수도 없었다. 검사를 받는다 하더라도 3-5일이 걸린다고 하여 바로 포기했다. 여기서 K-국뽕이 차오르는건 어쩔수없다. 한국이었다면 바로 검사를 받고 24시간안에 문자로 결과를 알려줬을텐데. 



D + 1  (토요일)

미국 CDC 에서는 확진 당일을 제외하고 의무 격리 기간 5일이다. 5일이 지나고 무증상이면 일상생활을 해도 된다는 뜻이다. 한국은 7일이라고 들었다. 

나는 모든 약속을 취소 하고 칩거 생활을 시작했다. 다행히 가래가 끼고 목이 잠기는 증상 외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 열도 없었다. 3일 이후째 부터 아팠다는 유경험자의 말을 듣고 아프진 않아도 약을 먹고 누워있었다. 나는 내향적인 활동형인간이다. 내향적이지만 나가는것을 참 좋아한다. 계속 집에 있자니 기분이 안좋아졌다. 증상이 없다는것에 감사하며 HBO MAX를 결제 했다. 그렇게 유포리아를 보기 시작했다. 미친 주인공들을 보니 나는 덜 미칠것같았다.



D + 2  (일요일) 

증상 : 목 잠김, 가래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는 철저하게 비밀로 하기로 했다. 부모님이 주말에 어디 놀러가냐고 보고싶다고 하셨다. 큰일났다. 불효자는 예전에 찍었던 음식 사진들과 셀카 돌려막기를 시작했다. 친구와 통화를 했다. 감기걸린 목소리 같다고 하였다. 불효자는 한국 가족과의 통화도 피하기로 했다. 

NETFLIX로 STRANGER THINGS 4 를 보기 시작했다. 유포리아의 미친 주인공들을 보다 아이들을 보니 제법 순수해보였다.

여전히 가래는 끼고 목이 잠긴 느낌이다. 몸이 피곤한듯한 기분은 드는데 밖에 나가지 못해서 그런건지 코로나 때문인건지는 모르겠다. 하루가 참 의미 없이 지나갔다. 아프지 않다는 것에 감사하기로 했다.



D + 3 (월요일) 재택근무 시작

증상 : 가래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난 재택근무가 싫다. 미친 소리같지만 소신 발언 좀 해봤다. 한국에서도 재택근무를 안 좋아했다. 너무 불편하고 어차피 일을 할거면 회사에서 하는게 훨씬 효율적이고 능률적이라고 생각한다. 업종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나는 그러하다. 컴퓨터 프린트 전화 등 모두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고 일을 하려니 집중도 안되고 실수만 늘어나는것같다. 하지만 일은 해야한다. 일을 시작했다. 너무 불편하다. 스트레스 받는다. 몽은 너무 건강하다. 

팀장님이 괜찮냐고 연락이 오셨다. 

"철인 3종 경기를 뛸 수 있습니다."



D + 4 (화요일) 재택근무

증상 : 가래

엄마가 보고싶다고 한다. 큰일났다. 셀카가 동이 났다. 아직 목소리도 돌아오지 않았다. 카톡으로 사랑한다고 하고 바쁘다고 죄송하다고 했다. 캘리포니아의 날씨는 덥다. 미국의 집은 중앙 냉난방이다. 에어컨은 집주인이 틀어 주어야 한다. 덥다. 더운걸보니 확실히 아프진 않았다.

더운 집에서 불편하고 좁은 공간에서 일을 하려니 너무 싫다. 그냥 회사 가고 싶다. 미친 소리 같지만 진심이다. 팀장님께 어떻게 하면 복귀를 할수있냐고 여쭤봤다. 나같은 경우는 증상도 mild 하니 음성이 나오면 된다고 하셨다. 

불량 신도는 그렇게 필요할때만 신을 찾는다. 나는 오랜만에 기도를 해보았다. '주님, 음성 나오게 해주세요'



D + 5 (수요일) 재택근무 / 의무 격리 마지막 날 

증상 : 경미한 가래 

친구와 통화를 했다. 목소리가 많이 돌아왔다고 했다. 검사를 해볼까 하다가 미국놈들의 자가 진단 키트 1회 분이 $9.9, 우리나라 돈으로 거의 1만2천원이라고 한다. 망할놈들 다시 K-국뽕이 차오른다. 소중한 K-키트를 아끼기로 한다. 

꼭 공부 못하는 애들이 책이나 학용품 핑계를 댄다고 한다. 나는 장비를 탓하는 사람이 되기 싫다. 진짜 실력있는 사람은 장비를 탓하지 않는다. 그렇게 재택 근무환경을 탓하지 않으려고 했다. 최대한 집중해서 일을 했다. 근데 너무 덥다. 회사의 시원한 A/C가 그립다. 회사의 NESPRESSO 캡슐 커피가 그립다. 코로나 때문에 미친것이 아니다. 그냥 나는 재택근무를 싫어하는 사람중 한명이다. 

그렇게 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다. 재택근무가 싫다. 집에서는 쉬고 놀아야지 왜 일을 해야하냔 말이다. 나는야 K-불량신도다. 필요할때 기도를 하게된다. 제발 내일 아침에는 음성이 나오게 해주세요. 



D + 6 

증상 : X / 의무 격리 해제 

증상이 없다. 

아침 일찍 일어났다. 손을 깨끗히 씻고 주변을 알콜 스프레이로 소독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코를 쑤셨다. 

"주님 주님 착하게 살게요 시험에 들지 하지 마옵소서"

주님이 기도를 들어주셨나보다. 그토록 예쁜 한줄은 처음 본다. 오 영롱한 한줄이여!

 세상의 모든 테스트는 한줄이어야 한다. 한국같으면 PCR 검사하고 철저히하겠지만 그건 한국이고 여기는 미국이다. 바로 팀장님께 보고했고 복귀하라고 하셨다. 어깨춤을 추며 출근을 했다. 한국의 KF94 마스크를 쓰고 DRIVE TRU 스벅으로 향했다. 아아 나는 자본주의의 노예, 문명의 노예다. 너무 행복하다. 그래도 이번주 주말까지는 사람 안만나고 계속 KF94 마스크 쓰고 조심할것이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이렇게 거의 무증상에 가깝게 코로나가 지나간것도 복이라고 생각한다. 나 제법 튼튼하다. 아무리 감기라고 약하다 어찌해도 코로나는 절대 안걸리는게 답이다. 당신이 아무리 증상이 없더라도 격리는 해야한다. 그리고 내가 운이 좋았던거지 아픈 사람들도 엄청 많았고 안좋은일을 겪은 사람도 많다. 절대 우습게 보지 마라. 



 앞으로 내가 하는 모든 테스트들은 한줄이도록 계속 주의하면서 살것이다. 



모든 테스트는 한줄이 되게 할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시선 기록] 재난은 인간을 차별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