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활동 3년 단상
브런치를 시작한지 꼭 3년이 지났다.
처음 시작할 때, 그러니까 브런치에 글을 쓸 자격을 얻기 위한 기획서를 쓸 때, 그때 내 마음은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은 글을 쓸수 있다고 확신(!)했었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이렇게 게은른 사람인 줄. 아무 글도 안 올린채 몇 주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브런치로부터 이제 그만 게으름을 부리라고 독촉 메시지를 받는 날이 거듭될 줄이야. 게다가 3년이 지나도록 구독자가 내 나이만큼도 없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
구독자가 20명쯤 되었을 때,
왜 사람들이 내 글을 구독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고, 인기 있는 브런치 작가들의 글은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서도 고민했었다. (읽어본 다른 작가분들의 글이 정말 훌륭해서, 내 구독자가 늘지 않았다는 것에 자존심을 덜 다칠 수 있었다. 참 다행이지^^)
언젠가 쓴 글이 조회수가 1000회가 넘었다는 알림을 보고, 어떻게 그 글을 1000명 이상 봤는지 궁금해하기도 했었다. (내가 엄청 고심하고, 또 고심하고, 뜯어고친 글이 아니라 그냥 일상을 가볍게 쓴 글이라서도 그랬지만, 누가 이런 걸 찾아서 읽는가도 궁금했다.) 그것이 정말로 우연이라는 것은 곧 알게 되었지만.
내심 기대도 했다.
우연히라도 한번 들어와서 읽은 사람이 구독 버튼을 눌러주지 않을까.
하지만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내 구독자 수는 변함이 없었고, 내 나이까지 이르려면 한참이나 남았다. (이 속도라면 몇년이 걸릴지도 몰랐다.)
그러다가 서른 명을 넘겼을 때,
이 서른 명은 도대체 누구인지 궁금했다.
내 구독자 중 실제로 아는 지인은 2명이다. 처음 브런치를 만들때 나는 지인에게 알리지 않고도 백 명쯤은 금방 넘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뭔 자신감인가 ㅎㅎ 싶지만, 아무튼 그랬다. 아는 사람이 내 글을 읽는다는 부끄러움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지인 없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마음이 더 컸다. (후회하고 있다!)
특히 궁금한 사람들은 최근에 구독 버튼을 누른 독자들이다. 난 최근 몇달간, 아무 글도 올리지 않았다. 아주 가끔.. 예전에 쓴 글에 '좋아요'를 누른 분들 덕분에 알림이 오기도 했지만, 나 역시 브런치의 존재를 마음 한 켠에 해야 하고, 하고 싶기도 하지만, 급하지 않은 무언가로 남겨두고 있었다. 요일을 정해서 연재를 해볼까 계획도 세웠다. 그럼 게으른 나에게 강제성을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결국 계획만 세웠다. 계획만.
나처럼 게으른 사람에게 브런치라는 공간이 안맞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
또 구독 버튼을 눌러준 분들에게 고마우면서 죄송한 마음도(눈이 빠져라 내 글을 기다리고 계시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살짝 이 게으름에 대한 죄송함...) 있었다.
나는 그래도 3년 간 95편의 글을 써서 올렸다.
남들에 비하면 게으르기 그지 없는 산물이지만, 곧 100편을 채울 거라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이렇게 느리지만 뭔가가 쌓여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리고 구독을 눌러주신 분들이 이미 그런 나를 간파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자 부담도 사라졌다. 잘 모르는 분들이지만,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내 글을 좋아해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 가득하다.
(쓰다보니, 앞에선 죄송하다고 해놓고 급변해서 다중 인격에, 완전 자기합리화의 달인이 된 것 같다.)
그렇지만!
이제 뭐라도 써야지.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