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하지만 괜찮은 하루 4
몽이는 태어난 지 50일 된 잡종 개다. 데려온 지 4일 됐다. 자기가 몽인지 모른다. 내가 안달복달 사랑을 구걸하고 있다. 개한테 사랑을 얻기 힘들다. 아직 나갈 테면 나가라 들어올 테면 들어와라 날 잘 쳐다도 안 본다. 따지고 보면 몽이한테 나는 납치범이다. 시골집에서 나 좋자고 데려왔으니 말이다. 한 생명을 내가 필요하다고 업어온 게 미안하다. 그러니 이 ‘외면’은 당해 싸다. 몽이한테는 아마 이 집 전체가 아직 공포의 도가니탕일 거다.
2019년 마지막 날, 몽이는 새 10년을 여는 기념인지 기적을 보여줬다. 패드에만 오줌을 눴다. 몽이는 천재견인가. 자기 이름을 모르는 천재인가. 사실 패드에 오줌을 안 누기도 어렵다. 패드가 우리 집 장판이 돼 가고 있으니까. 그래도 하루의 적어도 10%를 몽이 오줌 닦는 데 보내다 그 일이 없어지니 휴가를 얻은 기분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몽이가 화장실 자리로 식탁 옆을 점지한 거다. 이유야 내가 알 수 없다. 복수일 수도 있겠다. 몽이 오줌 냄새를 맡으며 내가 밥을 먹는다. 납치범이니 이 정도 복수는 당해 싸다.
개도 당연히 자기가 누고 싶은 자리, 먹고 싶은 자리, 움직이고 싶은 때, 눈 흘기고 싶은 때가 있다. 내가 뭐라고 몽이에게 강요하겠나. 2020년 바람이 있다면 몽이가 똥도 패드에 싸주는 것, 몽이에게 자비가 있다면 화장실 자리를 베란다로 옮겨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