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하지만 괜찮은 하루 8
몽이를 혼자 두고 일 나갈 때마다 마음이 괴롭다. 다섯 시간을 혼자 어떻게 버틸까. 유튜브에 10시간 재생되는 강아지 힐링 음악이 있다. 그거라도 틀고 나가자 했다. 댓글을 보니 “술 취해 개가 된 사람이 이 음악을 듣고 잠이 들었어요.”사실 몽이가 아니라 내 죄책감을 덜려 트는 거 같다. 그래도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미친 듯이 시청하다 보니, 설채현 수의사가 분리불안을 앓는 강아지에게 베토벤의 <월광>을 들려주더라.
태어난 지 두 달 된 개한테 관계의 기본을 배운다. 나는 자꾸 몽이를 만지고 싶다. 몽이가 오기 전엔 개들은 만져주면 다 좋아하는 줄 알았다. 개는 똥을 다 좋아하는 줄 알았다. 몽이는 똥을 먹지 않으며 만져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만져주길 바라는 순간에만 허락한다. 그런 줄 알면서도 나는 자꾸 몽이 배를 만지고 싶다. 어쩔 땐 억지로 만진다. 몽이 몸이 내 것인 양.
몽이는 사과와 바나나를 좋아하고, 특히 수건이라면 환장한다. 코 주변에서 뱅뱅 돌리면 물려고 방방 뛴다. 아침엔 꼬리를 흔들며 날 반기다 저녁때가 되면 슬슬 피한다. 몽이의 애정은 일몰제를 따른다. 강아지는 귀와 꼬리, 온몸으로 말한다. 몽이를 잘 들여다볼수록 몽이의 언어를 배울 수 있다. 그 언어를 배우고 존중하기, 그게 사람이나 개나 관계를 맺는 기본인가 보다.
단순한데 어쩌다 이리 긴 시간 동안 배우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타인을 바라보면 진짜 말을 느낄 수 있었을 텐데, 타인이 바라지 않는 걸 안 하면 됐는데, 타인의 몸과 마음의 경계를 지켜줬어야 했는데, 그게 존중의 기초인데 말이다. 상대에게서 내가 보고 싶은 걸 보고, 들었고, 내 바람을 풀어줄 도구가 돼 달라 강요했다. 무는 몽이가 ‘안돼’를 배울 때쯤이면 나도 관계의 기초 편을 뗄 수 있을까? 그걸 떼지 못하면 사람은커녕 두 달 산 개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