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싫은데 좋고, 좋은데 싫어요

230426 수요일

by 블레어

나는 정말 사람이 싫은데 좋고 좋은데 싫다.

'그치 그럴 만한 사유와 이해관계가 있겠지 ' 싶다가도

'아니 근데 잠깐만. 그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기대했다 실망하고 원래 그렇지 뭐 하고 그러려니 하다가도 아니 근데 팍씨 하고 이를 꽉 무는 것.


저번주 토요일, 내가 책을 깊게 읽도록 만들었던 독서모임 때문이었다.



독서록 제출 마감일이 지난 금요일 자정.

13명 중 6명이 제출했다.

그래, 6명이라도 오는 게 어디야 싶었다.


그리고 모임 당일인 토요일

6명 중 2명이 개인 사정으로 참석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로써 마지막 모임은 4명.

내 피땀눈물 까진 아니더라도 기획하고 생각하고 고민해 낸 모임 발제문의 결과가 이거라니.


책이 너무 어려웠나 싶었다. 호불호가 갈릴 줄이야.

뭐 하나 예측할 수 없는 세상이라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무엇을 써도 좋으니 일단 오시라고 했는데 말이지.


언제나 출석하는 3분과 나까지 포함해서 4명이었다.

맥주를 한 캔 씩, 각자 안주 하나씩 사들고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준비해 간 14개의 발제문을 다 다루진 않았고 소수의 몇 개만 추슬러서 나누었다.


사실 이렇게 인생을 논하는 게 철학이긴 하니깐.


뒤풀이를 제치기로 하고 아쉬운 대로 우리끼리 사진을 찍자고 했다. 찰칵찰칵. 단톡에 공유하기 머쓱하니까 갠톡으로 보내드리겠다고 하고 안녕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돌아가는 집에서 허망과 분노 어이없음이 몰려왔다.



처음엔 내 탓으로 여겼다.

책을 어려운 걸 골라서 , 지독한 아집을 부린 게 아닌가 싶어서. 나야 뭐 이 책 저 책 마구잡이로 읽는 애라지만 이 사람들은 아닌데 내가 너무 한 편으로만 생각했나 싶었다.


그래도 발제문을 만들며 설렜다.


책을 곱씹기도 했고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전 모임에서 리더 역할 권유를 꽤나 들어서일까 두근거리는 마음이 더 컸다.


사실 소수로 진행하려면 할 수 있었지만

완독 하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었고, 이 책이 불호였다는 사람도 있어서 뭔가 위축됐다.


나 혼자 설레서 북 치고 장구 친 기분. 아주 자진모리장단 세마치장단 휘모리장단으로 골고루 덩기덕 쿵쿵 더러러러 하면서 친 기분이었다.


거짓말처럼 내 세미 리더 데뷔를 축하한다며 꽃다발과 케이크를 두고 간 언니의 선물 때문에 더 허무하고 조금은 슬펐다. 아마 내 생에 손꼽히는 슬픈 케이크였을지도 모른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나한테서 문제를 찾다가 이건 책임감 부재가 아닌가?로 이어졌다. 강제성을 부여할 수 없고 자율성에 맡기니 어쩔 수 없다지만 그래도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오락가락 생각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왔다 갔다 핑퐁게임을 시작했다.



원래 이런 대외활동에서는 특히 사교성이 강한 곳에선 타인에 대한 기대를 버리는 게 좋다고 들었다.


나도 알아요

하지만 그게 쉽지 않은 걸 어떡해요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더니

잠깐 꿈꾸었던 작은 환상에 생채기가 새겨진다.


그래도 어쩌겠어. 그러면서 배워가고 알아가는 거지.


생각보다 허무하고 허망했고 실망했고 슬펐다.

하지만, '어쩌겠어' 하는 마음으로 털어내고자 한다.


아 정말 난 사람이 싫다가도 좋고 좋다가도 싫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 권의 책을 오랫동안 읽는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