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짐

신사상, 신세력, 신문명

by 소묘

현재 트럼프 지지를 통해 워싱턴 권력에 근접한 실리콘밸리 우파(피터 틸, 일론 머스크, 알렉스 카프, 럭키 팔머 등)의 '기술 정체론'이 청년 남성층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지지세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1969년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기술 발전의 속도가 정체되었으며, 뛰어난 소수의 천재들의 인위적 개입 없이는 문명의 발전이 멈추고 말 것이라는 종말론적 세계관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 러시아, 이란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가 미국을 넘어서는 국력을 갖추게 되면 온 세계가 전체주의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절박한 위기의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들은 이를 진심으로 믿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명감을 필두로 미국 정치 권력을 탈취하여 '기술 가속주의에 의거한 국가 시스템 재설계'를 도모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 흐름을 흥미롭게 지켜보면서도, 한편으로 엄청난 불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우파 세계관은 기본적으로 근대적 사고의 근간인 '단선적 역사관'을 내재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과학적 진보의 역사이고, 경제는 무한성장 해야 하며, 인간은 무한히 확장해갈 수 있는 초월적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환경주의에 대해 알레르기적 반감을 가집니다. 기술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를 철폐하여 모든 실험과 산업을 용인하는 '기술 자유주의'를 획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인류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생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러한 사상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들의 사상을 가치관으로 삼은 젊은 테크 창업가들이 우후죽순 등장했을 때,


과연 지구 생태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들의 사고관이 확장되었을 때 세계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불안한 기색을 감출 수 없는 것입니다.


기술 정체론과 경합할 수 있는 세계관의 창조와 기술세력의 창출을 통해,

이들에 대항하고 결국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철학적-문화적-정치적 기획이 긴요합니다.


저는 미국이 그 일을 해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미국은 여전히 제기발랄한 아이디어와 시도로 그득하나, 스스로 반성과 성찰을 통해 거듭나기에는 이미 국가 시스템이 형편없이 망가져 버렸습니다.


유럽은 지적-사회적 활력을 상실한지 오래입니다.


중국이 서구적 기술담론에 대항하는 자신만의 철학을 정립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미국과의 패권경쟁으로 하드파워 강화에 몰두하는 양상입니다.


실상 <동물과 기계에서 벗어나>라는 책에 서술된 중국 테크 기업가들의 생각들을 들여다보노라면, 미국의 기술 가속주의자들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사상을 가지고 있음을 단박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모두 공히 지구와 생명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미중이 아닌 제3의 무언가에서 희망의 등불을 찾을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저는 여기에 새로운 길이 있다고 확신합니다.


양대 대국들이 각자의 패권 쟁취를 위해 지구를 둘러싼 위험한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들이 내던진 책임과 의무를 견지하여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집단이 반드시 나와야 하는 까닭입니다.


그 비전은 필히 '기술'과 '생태'를 결합한 사상일 것이며, 지역성과 보편성을 두루 견지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렴풋한 실마리를 얻었습니다. 결국 세상을 소생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동인은 '기술 철학'이라 자각입니다.


몸과 마음을 다스려 다시 시작할 추진력을 확보한다면,


- 한국적이면서 동시에 지구적인 기술 철학의 창조

- 철학을 공유하고 확산시킬 신세력의 창출

- 철학과 세력을 통해 세워갈 새로운 마을-도시-국가-지구 거버넌스의 창건


이 과업에 일생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2025.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