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고독사···"사회적 고립 해소해야"

by audry hye

얼마 전 가난한 중장년 1인 가구의 고독사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만난 40대 후반의 A 씨는 이삿짐이 가득한 집에서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현관에서부터 집 안 구석구석까지 온갖 풀지 않은 짐이 천장 높이까지 쌓여있었습니다. 집 안에서조차 스스로 고립를 택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A 씨는 부모와 형제를 먼저 떠나보내고, 건강 등의 이유로 일 할 형편이 안 돼 기초생할보장수급비에 의지해 살고 있었습니다. A 씨는 기자에게 혼자인 게 익숙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죽음은 두렵다"고 했습니다.


사업에 실패한 뒤 이혼하고 혼자가 됐다는 50대 후반의 B 씨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몸에 꽃 핀다는 말을 아는지? 혼자 있다가 죽을까 봐 어느 날은 2천5백 원짜리 커피 한 잔 시켜 놓고

종일 까페에 앉아 있어. 쓰러지더라도 누군가 날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연이는 고독사 ···"악취가 나니 이상하다 생각했죠


이달 초 (11월 3일) 은평구 수색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70대 남성 C 씨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악취가 나는 점을 이상하게 생각한 아파트 관리인이 주민센터와 경찰에 연락했고, 출동한 소방대원과 경찰이 집 안에서 쓰러져 있는 C 씨를 발견했습니다.

이 일이 있고 열흘 뒤 은평구 불광동에 있는 다세대주택에서도 7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안부 확인이 안 돼 주민센터 복지 플래너가 직접 찾아가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숨진 두 남성이 열흘 전, 보름 전에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러 날이 지나고 악취가 알려주는 죽음 '고독사'

최초 신고자인 복지 플래너와 아파트 관리인이 이들의 죽음을 알아챌 수 있었던 건 집 문밖으로 퍼져 나온 악취와 구더기였습니다. 취재진이 현장에 갔을 때도 악취가 남아있었슴니다.

숨진 두 남성 모두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임대주택에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이 중 한 사람은 무연고 사망 처리돼 지자체가 대신 공영장례를 치뤘습니다.


이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걸까요?


지자체에서는 이들을 1인 가구 안부 확인 대상자로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복지 담당자가 한 달에 한 번 전화나 방문을 통해 이들의 안부를 확인했습니다. 한 사람은 안부 확인 요구르트 배달 서비스도 받고 있었습니다.

월 1회 안부 확인 등 1인 가구 고독사 예방 돌봄 대책이 작동되고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고독사 ·무연고사 매년 증가


고독사는 매년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2021년 우리나라 고독사는 3,378건으로 지난 5년간 연평균 8.8% 증가했습니다. 최근 3년간 서울에서 발생한 고독사는 204건입니다. 이 중 176건이 50~80대로 전체의 85%에 달합니다. 고독사 의심 사례로 추정할 수 있는 무연고 사망도 늘고 있습니다. 은평에서 발생한 무연고 사망은 2021년 24건에서 2022년 34건으로 1년 새 40% 넘게 늘었습니다.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사회적 고립에서 사회적 연결로"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입니다' 현직 경찰관이 수많은 고독사 현장을 마주한 경험을 쓴 책의 제목입니다. 책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 사람이 담당하는 고독사 위험군이 100명을 넘기는 경우가 많아 아쉽습니다. 한 명이 100명이 넘는 사람과 유대감을 쌓을 수 있을까요. 고독사가 되기 전에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로운 삶을 살게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독사의 발생 원인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가족의 붕괴로 인한 고립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지난 23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중장년 고독사 실태와 해법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고독사 방지를 위한 정책과 대안은 무수히 쏟아지고 있는데 한 사람의 죽음을 막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하면서, 고립된 개인을 찾아내 이들에게 사회적 연결망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특히, 고독사 고위험군인 실직이나 이혼 등으로 비자발적 1인 가구가 된 50대 이상 남성의 고립 문제를 해소할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역 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연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공무원이나 사회복지사가 숨어 있는 대상자까지 발견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요구르트 가방에 요구르트가 쌓여있지는 않은지, 우편함에 우편물이 며칠째 그대도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는 주변에 대한 관심, 시민과 시민이 연결되는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고독사 예방을 위해선 위기가구 발굴과 관련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는지 관리하고 점검하는 게 중요한데 지역에는 이러한 것들을 통합 관리할 시스템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힙니다.

최근 은평구 1인 가구 고독사 예방 연구에 참여한 이경구 의원은 구청에서 여러 고독사 예방 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 통합 관리 시스템 부재로 위기 가구에 대한 정보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고독사에 취약한 1인 가구 컨트롤 타워를 구축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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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하고 여러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초고령화 가속화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외로운 죽음'은 계속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으로 홀로 맞는 죽음, 고독사라는 사회적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 제도의 미비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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