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이 피었습니다

by 글똥

너도 나도 동백이다. 제주에서, 여수에서 붉은 꽃이 한아름씩 내게로 왔다. 무채색에 갇혀 수인(囚人)처럼 보내던 날이었다. 붉은 겨울 속으로 걸어가고 싶었다. 연차를 내고 친구와 당일치기 제주행에 몸을 실었다.


공항에 내리니 바람에 까불거리는 눈송이가 마중 나왔다. 감옥이 아니라 왕국이었다.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섬을 찾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다시 환승하고 한 시간. 동백 수목원으로 가는 길엔 동백나무가 근위병처럼 붉은 견장을 달고 늠름하게 빛나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두 숲에 갇혔다. 스스로 들어간 겨울 왕국에서 기꺼이 호접지몽의 세월을 낚고 있었다. 벌써 툭, 목을 꺾고 바닥을 적신 붉은 동백도 풍경의 절정이었다. 붉은 물이 온몸에 스몄다. 누추했던 마음이 화사해졌다. 주름진 얼굴도 동백의 꽃잎을 닮아 붉게 빛났다.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밥벌이에 열중한다. 떠밀려 갔던 겨울 왕국에서의 하루, 퇴근 후 동백꽃차를 마시며 제주를 생각하고, 동백을 떠올리고, 첫눈을 기억한다.

이러다 훌쩍, 나는 또 감옥 아니 붉은 왕국을 향해 날아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