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 한 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똥 Jan 31. 2024

비의 날개

비의 날개  / 송은경


여름비를 보면서

문득

날개를 생각한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들의 모든 날개

비의 날개

언어의 연금술

이성의 미끈한 사고

바람 혹은 공기를 거슬러

때로는 더 아름다운 세상의 이름으로 존재한다

유리창에서 미끄러지는 사선의 빗방울들은

이미 날개를 접었다

땅 속으로 스며든 여름비

아스팔트를 적시고 사라진 빗방울들

꽃잎 위에, 나무 등걸에,

우산도 없이 걸어가는 사람에게

온 몸을 던져 사라지는 이름들

투명함으로

시작과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속도

흐린 나의 눈에 결코 보이지 않는 비의 날개

펼친 내 손바닥에 하염없이 내리다

순식간에 날개를 접고

주르륵 빗물이 되어 버리는

비가, 빗방울이, 빗물이 말해 주지 않는

그들만의 날개

소리없이 하늘로 어느새 사라져 버리는








매거진의 이전글 비가 내리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