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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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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똥 May 01. 2021

핫립세이지


꽃봉오리에 긴 다리 접어두고
잠시 쉬는 건가
한 번도 보지 못했으나
다리는 분명 초록일 것이다
곧 날아갈 듯
우아한 자태
붉은 부리 하늘 향해 쳐들고
가느다란 흰 목 꼿꼿하니
그 모습 더욱 요염하다
기다란 초록 대 하나에
한 마리씩 내려앉아
곧 떠날 듯
곧 날개를 펴 날아갈 듯
옹기종기 모여 앉은
저 몸짓은 분명 봄을 향한 절정이다
봄을 향해 날아가고 싶은 간절함이라니

봄이 끝나지 않으면
뿌리박은 몸 감히 꺼낼 수 없는
기구한 운명이다
그래서인가
봄을 향한 연정은
쫙 펼친 날개 끝까지 닿아
붉게 물들고
밤새 소리 내어 봄을 부르짖었을
목울대는 이미 하얗게 변해버렸으니
붉은 부리의 흔적으로
끝내
봄을 알리고야 마는
너는
핫립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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