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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기 판다는 어디로?

숲과 인간 사이, 저작권의 길

by 송바오

"울창한 숲속. 안개 자욱한 깊은 곳의 푸르른 대나무 숲 사이에서 경이롭게 태어난 멸종 위기의 아기 판다가 있습니다. 그 아기 판다는 세상에 나오는 순간부터 이미 자연의 가장 위대한 '창작물'이자 '후손'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습니다. 꼬물꼬물 작은 몸짓마다 살아 숨 쉬는 생명의 숨결이 담겨 있었고, 그 존재 자체가 자연과 시간의 흐름을 연결하는 다리였지요. 그런데 엄마 판다가 잠깐 자리를 비운 어느 날, 갑자기 인간들이 나타나 혼자 남아 있던 아기 판다를 데려가 버렸습니다. 잠시 외출을 마치고 둥지로 돌아온 엄마 판다는 사라진 아기 판다 대신에 남겨진 인간의 발자국을 보며 마음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엄마 판다는 생각했습니다. '왜 인간들은 나의 아기를 데려갔지? 내 아기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지?' 그 마음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불안하고 숲을 위태롭게 만들었습니다.

아기 판다를 빼앗긴 엄마 판다가 겪는 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신비한 외모로 인간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많은 관심과 사랑 속에서 유명해진 아기 판다 모습이 그들 사이에서 너무 흔하디흔하게 마음대로 쓰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인간들의 가방에도, 옷에도, 광고와 그림에도 아기 판다의 얼굴은 여기저기 넘쳐났습니다. 숲 근처에서 모든 걸 지켜보던 엄마 판다는 혼란스러웠습니다. '응? 저건 나의 아기인데.... 왜 저기 있는 거지? 인간들은 나의 아기 판다를 사랑한다며 저렇게 기뻐하고 만족스러워하고 있는데, 그럴수록 왜 내 숲은 점점 더 병들어 가는 것 같지? 아기 판다와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왜 내 마음대로 못 하는 거지?' 정작 엄마 판다가 손을 쓸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숲의 생태계에 대한 위협은 뿌리 깊은 병처럼 번져나갔습니다."


자, 지금까지 하나의 짧은 창작 이야기일 뿐이지만, 이야기를 빗대어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마치 내가 만든 소중한 글이나 그림이 허락도 없이 여기저기 쓰이는 걸 보는 느낌과 비슷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만들었지만, 내가 만든 게 아닌 것 같은 오묘한 기분 말입니다. 또, 나의 '아기 판다'라는 창작물의 가치는 다른 인간들이 가져가 버리고, '창작자'인 엄마 판다는 아무 권리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게 바로 저작권 문제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창작자가 자신의 창작물인 '아기 판다'를 보호하고, 그 숨결과 이야기가 올바르게 이어지도록 울타리 안에서 보호하는 것이 저작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창작물이라는 것은 살아 움직이는 존재처럼, 때로는 창작자의 의도나 의지와는 다르게 울타리를 넘어 다른 이의 손길을 통해 새로운 빛깔로 피어나야 할 때도 있지요. 그 손길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채로 "나의 아기를 왜 인간들이 데려가지?"라는 엄마 판다의 물음은,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이용되고 통제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맞닿아 있습니다.


어쩌면 저작권이라는 것은, 이렇게 소중한 '아기 판다'(창작물)를 모성의 '사랑'으로 지키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그 '아기 판다'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게 할지에 대한 '통제'가 쉽지 않은, 바로 그 '사랑과 통제' 사이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이 창작물을 보호하고 아끼는 마음이라면, 통제는 그 사랑이 지나쳐 창작물의 자유를 억누르는 경계선인 것입니다. 그 경계선에서 우리는 늘 묻게 되지요. "누가 나의 유산을 통제하고, 그 미래를 결정하는가?"라고요.


우리의 '아기 판다'인 창작물은 과연 누구의 손에 닿아야 할까요? 잠시 울타리를 넘었던 아기 판다는 자연의 푸르른 숲으로 다시 보내져야 할까요, 아니면 지금을 사는 인간의 손에 계속 키워져야 할까요? 그 손길이 따뜻하거나 혹은 차갑거나 하다면, 그 미래는 대체 어떤 빛깔일까요? 그리고 우리는 그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저작권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우리는 그사이를 오가며 창작물의 숨결이 자유롭게 흐르도록, 또 그 숨결이 안전하게 지켜지도록 끊임없이 사유하고 고민해야만 합니다. 멸종 위기의 아기 판다가 미래의 건강한 생태계 안에서 그들의 삶이 지속 가능해지려면 결국 자연의 숲과 마주해야 하는 것처럼, 창작과 삶 또한 아름답게 맞닿아 건강한 창작 생태계가 이루어지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창작자도 창작물도 아마 멸종 위기에 처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요?


송영관 에버랜드 주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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